별들이 만난다. 대한민국이 사랑해 마지않는 스포츠인 야구와 축구, 거기서 가장 빛나는 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 '별들의 축제' 올스타전이다. 그러나 여기 초대받아 빛날 별은 극소수다. 대부분은 여전히 멀찍이 선 채 흘러나오는 빛을 바라만 봐야 한다. 잔인한 운명이다. 두 별의 이름이 같다면, 운명은 더욱 더 잔인하게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축구선수 주민규]

첫 번째 별은 축구선수 주민규(25·서울 이랜드)다. 최고의 한 해를 보내는 '혜성'이다. 올 시즌 K리그 챌린지(2부 리그) 20경기에서 16골을 넣었다. 도움도 2개 기록했으니 경기당 0.9개의 공격 포인트를 기록한 셈이다. 팬들이 '탈(脫)챌린지급 공격수'라고 부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주민규는 17일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하나은행 K리그 올스타전에 나서 후반 16분 골까지 기록했다.

2009년 대신고를 졸업할 때만 해도 주민규를 찾는 프로팀은 없었다. 대학에 진학했다. 이듬해 열린 제 8회 전국추계 1,2학년대학축구대회에서 득점상을 차지했다. 4년을 더 담금질했지만 이번에도 K리거가 되지 못했다. 대졸이 고졸보다 취업하기 힘든 업계가 프로스포츠다. 가까스로 팀을 찾았다. 2013년 연고지를 옮겨 재창단한 고양 Hi FC(옛 안산할렐루야)에 번외로 지명돼 내셔널리그(실업리그) 선수가 됐다. 두 시즌 동안 주전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올해 1월, 주민규는 인생을 바꿔놓는 도전을 감행한다. 이번에도 팀과 함께 커가기를 선택했다. K리그 챌린지에 첫 도전장을 낸 신생팀 서울 이랜드에 왔다. 이적과 동시에 최전방 공격수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전반기에만 16골을 넣었다. 지난해까지 프로에서 넣은 골(56경기 7골)의 두 배가 넘는다. 주민규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빛나고 있다.

[야구선수 박민규]

야구선수 박민규(25·삼성라이온즈)는 또 다른 별이다. 맘껏 빛날 날을 기다리고 있다. 2009년 고졸 신인으로 삼성에 입단한 이래 18차례 등판해 승리 없이 2패를 기록했다. 평균 자책점은 5.68. 아직은 초라한 기록이다. 지난해 9월 경찰청에서 제대한 뒤 삼성에 복귀했지만 올 시즌 단 한 경기도 나오지 못했다. 박민규보다 3일 먼저 '개구리마크'를 단 팀 동료 구자욱(22)은 전반기에 타율 0.329-9홈런-35타점을 기록하며 별이 됐다.

박민규의 과거는 주민규와 달리 화려하다. 2009년 경남고를 졸업하며 삼성에 2차 1순위로 입단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출전한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쿠바와의 준결승 경기에서 9이닝 1실점으로 완투승을 거두는 등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삼성의 좌완투수 계보를 이을 재목으로 주목받던 그의 첫 선발 경기는 2009년 8월 28일 SK전. 승리는 거두지 못했지만 5이닝 2실점으로 잘 던졌다. 그러나 그 이후로 줄곧 2군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잘해보려 할 때마다 팔꿈치가 말썽이었다. 2012년 시즌을 마치고 경찰청에 입대한 뒤 바로 첫 수술을 했다. 그 바람에 퓨쳐스리그 한 시즌을 통째로 쉬었다. 제대 직후인 지난해 10월에도 뼛조각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올 시즌 전반기까지 재활에 매진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이다. 박민규는 며칠 전부터 라이브 피칭을 시작했다. '별들의 전쟁'에 다시 한 번 뛰어들 준비에 한창이다.

별은 보기와 다르다. 뜨고 지는 것 같지만 사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빛나거나 그렇지 않거나, 사랑받거나 존재조차 알리지 못하거나. 이것을 결정하는 것은 어쩌면 순전히 우연이다. 그러나 우연을 운명으로 포장해선 곤란하다. 아무 것도 끝나지 않았다. 스물다섯 동갑내기 두 별은 앞으로 빛날 날이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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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규 주민규 동명이인 올스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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