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 백선생

집밥 백선생 ⓒ tvn


지난 14일 방영된 <집밥 백선생> 이후 전국의 마트는 '닭' 비상에 걸렸다는 기사가 올라왔다. 그도 그럴 것이 9회, '집으로 돌아온 닭' 특집에서 백선생 백종원은 닭을 활용한 갖가지 요리를 선보였고, 이는 이 프로를 4주 연속 동시간대 케이블 및 종편 프로그램 1위를 수성하게 했다. (닐슨 코리아 케이블 유가구 기준 평균 6.6%, 최고 8.1%)

막상 방송에서 자신만만하게 닭을 해체하며 현란한 요리 솜씨를 보이는 것과 달리, 요리를 하는 백선생도 제자들도 그 어느 때보다도 멘트에 있어서 한층 진중한 모습을 보였다. 다른 때 같으면 한번쯤 등장할 만한 '슈가보이' 드립은 줄었다. "이러면 게시판에서 욕을 먹는다"며 스스로 자기 점검을 하는 듯한 모양새가 이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마이 리틀 텔레비젼>에 이어, <집밥 백선생>까지 백종원의 인기가 고점을 찍으면서 그와 그의 요리를 둘러싼 논란도 함께 불붙었기 때문이다. 요리 평론가 황교익도 그의 요리에 직설을 했다. 황 평론가가 논란에 대해 진화를 시도했으나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논란의 중심에 섰는가? 문제는 백종원 아닌 우리

논란은 <마이 리틀 텔레비젼>에 출연한 백종원이 요리 과정에서 '설탕'을 즐겨 사용하며 '슈가보이'란 별명을 얻으면서 시작됐다. 해당 프로에서 부동의 1위가 확고해질수록, 그리고 연이어 출연한 <집밥 백선생>이 인기를 얻으면서부터 백종원 식 요리에 대한 논란도 커져만 갔다.

애초에 백종원이 <마이 리틀 텔레비젼>에 내놓은 코너 이름은 '더 고급진 레시피', 즉 전혀 고급지지 않은 방식으로 사람들이 먹고 싶어 하는 고급 음식들을 재연해 낸다는 취지였다.  콩을 불리고 삶고 갈아서 만들어야 하는 콩국, 레스토랑에나 가야 맛볼 수 있는 스파게티나 스테이크도 있었다. 그런 요리들을 간장과 식초, 설탕, 토마토소스 등 간단한 재료로 재연해내는 것에 사람들이 열광하기 시작했다.

그 열광과 함께 비판도 시작되었다. '설탕'을 너무 많이 사용하는 것이 아니냐, 맛이 너무 진하지 않냐? 심지어, 내 자식에게 그런 식으로 요리를 해주지 않았다는 자부심 섞인 비판까지 백종원의 발목을 잡았다.

백종원 스스로가 늘 밝혔듯 그는 셰프가 아니며, 한식 조리사 자격증도 없다. 그저 요식업계 종사자로 오랜 시간 스스로 개발한 각종 요리들을 가장 대중적인 입맛으로 전달해온 사람이다. <마이 리틀 텔레비젼>의 취지가 인터넷 먹방 방송의 변형으로 볼 수 있듯 <집밥 백선생>의 취지는 요리와는 거리가 먼 네 남자와 함께 하는 요리 입문서다.

백선생의 요리는 이 시대 가장 대중적인 입맛의 상징일 뿐이다. 그러기에 그에 대한 비판은 백종원식 요리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거기에 매료된 이 시대의 입맛에 대한 비판이어야 하는 것이다. 만약에 대중들의 입맛이 좀 더 '건강'에 집중돼 있었다면 아마도 방송들은 백선생이 아니라 들판의 잡초를 요리로 승화시키는 '방랑 식객' 임지호를 불러 왔을 것이다.

황교익의 저격? 그는 비평을 했을 뿐

 황교익

황교익 ⓒ 황교익


tvN <수요 미식회>에 출연하고 있는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은 "백종원의 음식은 맛있는 음식이 아니며, 그저 외식 레시피일 뿐"이며 "적당한 단맛과 적당한 짠맛의 밸런스만 맞춘, 싸구려 식재료로 맛을 낼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한 바 있다.

황교익의 직설은 이미 유명했다. 서울 시내 내로라하는 칼국수집을 소개한 <수요 미식회>에서도 황교익은 유명 칼국수집을 민망하게 할 정도로 냉정한 평가를 했다. "제일 맛있는 집은 슬리퍼 신고 터덜터덜 가서 먹을 수 있는 동네 칼국수 집이 제일"이라면서 말이다. '닭튀김' 편에서는 우리가 맛있다고 먹는 닭 맛은 대부분 양념 맛이거나 기름 맛이라고 단언했다.

황교익은 오늘날 우리들의 입맛이 외식 산업의 발달 속에서 현혹되어 극단적으로 변모하였다 주장한다. 실제 우리가 맛있다고 먹는 음식의 대부분은 그가 백종원의 음식을 평하듯 분위기 7, 맛 3의 비율로 좌우되는 외식 산업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또한 오래전부터 현대인들의 입맛을 '단맛'과 '짠맛'이 무감각하게 만들어 놓고 있다는 것을 일관되게 지적했다.

그의 말에 사람들은 분노하지만 그 저변에 깔린 심정은 객관적인 백종원 음식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백종원 음식에 대해 열광했던 자기 자신에 대한 무안함이 아닐까. 고급지지 않은 재료로 고급진 음식을 만드는 그 과정에 환호하고 그 맛에 매료된 '속된' 자기 입맛을 인정하기 싫어서 일수도 있다.

그저 예능 트렌드로 잠시 부상한 백종원의 레시피에 못 견뎌 하며 내 자식은 그렇게 안 키웠다는 속단도 씁쓸하고, 맛칼럼니스트의 소신 있는 자기주장을 못 견뎌 하는 것도 아전인수다. 백종원이 트렌드라 하여 그의 레시피가 '만능'인 것은 아니다. 황교익이 '비평'했다고 백종원의 레시피에 죄책감을 느낄 필요도 없다. 사실 밥 한 끼도 해먹기 힘든 요즘 백종원의 레시피는 '감읍'한 오아시스인 것이다.

그저 황교익의 평론으로 무뎌지고 외식 산업에 길들여진 우리의 입맛을 한번쯤 되돌아보면 되고, 그러면서도 오늘 저녁 백종원의 레시피에 감사하며 간단하게 한 끼를 때우면 되는 것이다. 요리를 하면서 설탕 반 스푼을 덜고, 간장 한 숟가락을 덜어내는 실천이면 금상첨화고. 삶의 아이러니에 그 정도 입맛의 아이러니쯤이야 얼마든지 감내할 만하지 않은가.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백종원 황교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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