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예능은 남자의 영역이다. 유재석, 전현무, 정형돈, 김성주 등 현재 프로그램을 다수 진행하고 있는 예능인들은 모두 남자고, <무한도전> <1박 2일> <런닝맨>모두 고정 출연진들의 비중은 남성에게 집중되어 있다.

예능 속에서 예능인이 아닌 일반인들이 주목받는 경우 또한 마찬가지다. <비정상회담>의 외국인들과 최근 트렌드를 타고 주목받는 셰프들조차 모두 남성이다. 여성 예능인을 내세운 <청춘불패>나<영웅호걸>, <무한걸스>등은 모두 성공적이라 하기엔 애매하게 종영했다.

가끔씩 이국주나 장도연처럼 주목받는 여성 예능인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그들이 흐름을 주도하지는 못한다. 한국 예능에서 여성 캐릭터는 '감초'에 가깝다. 여성 캐릭터들이 전면에 등장하는 <진짜 사나이> 여군특집조차 특집성이기 때문에 화제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스타 아닌 인간적인 모습 보여준 '여자 사람들'

 <꽃보다 할배>에서 이서진과 짐꾼으로 호흡을 맞춘 최지우

<꽃보다 할배>에서 이서진과 짐꾼으로 호흡을 맞춘 최지우 ⓒ cj e&m


전문 예능인이 아니라는 가정하에 예능에서 여성 캐릭터가 주목받으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그들이 자신의 모습을 보여줄 만한 환경이 필요하고 둘째, 예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인물이어야 하며 셋째, 인기에도 불구하고 겸손하며 열심히 일해야 한다.  

최근 여성 캐릭터를 잘 활용하는 연출자는 나영석 PD다. 그는 <꽃보다 할배 in 그리스>에 최지우를 등장시켜 호평을 이끌어냈다. 최지우는 시종일관 예의 바르고 살뜰하게 할배 무리들을 챙기는 모습에 가산점을 얻었다. 더군다나 이서진과의 묘한 러브라인의 기류까지 담아내며 최지우는 <꽃보다 할배>에서 가장 눈에 띄는 존재가 되는 데 성공했다.

 <삼시세끼>에 출연해 호평을 얻은 박신혜

<삼시세끼>에 출연해 호평을 얻은 박신혜 ⓒ cj e&m


이후 나영석 PD는 <삼시세끼>를 통해 이런 여성 캐릭터의 활용을 늘렸다. 최근 <삼시세끼 정선편>에 등장한 박신혜는 뛰어난 요리실력과 양대창을 공수해 오는 준비성, 착한 심성은 물론 옥택연과의 러브라인까지 모든 구색이 맞은 출연자였다. 사실상 박신혜가 예능감이 있는 캐릭터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삼시세끼>라는 형식 안에서 열심히 제 할 일을 다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드러내며 예쁘기까지 한 그에게 호감을 느끼지 않기란 힘든 일이다. 

이런 여성 캐릭터의 활용을 이은 것이 바로 <1박 2일> '여자 사람 친구' 특집이다. 김숙, 이정현, 신지, 문근영, 박보영, 걸스데이 민아 등 여성들이 출연해 서로 견제하지 않고 예의 바르게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이며 화제가 되고 있다.

 <1박 2일>에서 활약을 보인 문근영

<1박 2일>에서 활약을 보인 문근영 ⓒ kbs


특히 예능에 자주 출연하지 않았던 문근영은 게임에 열심히 참여하며 승부욕을 불태우거나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으로 눈에 띄는 활약을 보였다. 특별히 웃음을 창출할 만한 언변이나 예능감을 보이지 않았지만, 자신을 내려놓고 <1박2일>이라는 형식 안에서 제 역할을 하면서도 시종일관 밝은 얼굴로 웃음을 잃지 않은 것은 문근영이라는 인물에게 호감을 느끼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이렇게 예능에서 이들이 호감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인간적인 매력이 그대로 시청자들에게 전해졌기 때문이다. 그들은 고정 출연자는 아니지만 감초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프로그램의 활력을 돋우는 데 성공했다.

여성 캐릭터의 활용은 이렇게 가식을 벗고 자신의 민낯을 보여준 경우에 가장 빛을 발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 가지 함정이 있다. 그들의 활용이 지속적일 수 없다는 점이다. 여성 캐릭터들은 예쁘고 착하고 적극적이며 인간적이기까지 한, 완벽한 판타지의 세계에 갇혀있다. 이런 캐릭터는 분명 매력적이지만 지속적인 웃음을 창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들이 '특집'이나 '특별 게스트'라는 명목으로 단발성 출연에 그치는 것 또한 바로 이런 이유다.

물론 그들로 인해 프로그램의 분위기가 살아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톱스타의 이미지에 기대지 않고도 예능을 주도하는 여성 캐릭터가 없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과연 '감초'를 벗어난 여성 캐릭터의 활용은 언제쯤 가능해질까. '남성적인' 예능의 영역에 과감히 '여성 파워'를 보여줄 수 있는 예능의 출현을 기다려 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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