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한국시간) 캐나다 오타와 랜스다운 경기장에서 열린 2015 캐나다 여자 월드컵 조별리그 한국과 스페인의 경기가 2대1 한국의 승리로 끝났다. 경기를 마친 한국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18일 오전(한국시간) 캐나다 오타와 랜스다운 경기장에서 열린 2015 캐나다 여자 월드컵 조별리그 한국과 스페인의 경기가 2대1 한국의 승리로 끝났다. 경기를 마친 한국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벤치 앞에서 종료 휘슬을 기다리고 있는 그녀들은 이미 울먹이고 있었다. 믿기 어려운 드라마가 이렇게 극적으로 완성될 줄은 몰랐다. 아름다운 우리 태극낭자들은 서로 얼싸안고 눈물을 터뜨렸다. 소외된 축구장에서 그들이 흘렸을 땀방울이 눈물로 솟아난 듯 보였다. 12년만에 두 번째 월드컵 도전, 기념비적인 첫 승리 기쁨과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한꺼번에 외쳤다.

윤덕여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18일 오전 8시(한국 시간) 캐나다 오타와에서 벌어진 2015 FIFA(국제축구연맹) 여자월드컵 E조 스페인과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주장 조소현의 맹활약에 힘입어 믿기 힘든 2-1 역전승을 거두고 당당히 16강에 올랐다.

박라탄-지메시 출격

한국 코칭 스태프는 고심 끝에 양쪽 발목이 모두 안 좋은 박은선을 내보냈다.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은선 덕분에 높은 공을 따내며 세컨 볼에 집중할 수 있었다는 점은 공격 해법을 찾는 과정에서 매우 의미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우리 수비 라인은 먼저 골을 내주며 흔들렸다. 29분, 스페인 코레데라의 왼쪽 크로스를 받은 베로니카 보케테가 왼발 돌려차기를 정확하게 한국 골문 안으로 차 넣은 것이다. 여기서 흔들린 한국 수비라인은 전반전에 추가 실점 위기를 맞기도 했다.

골키퍼 김정미의 슈퍼 세이브가 아니었다면 아마도 전반전이 끝나기 전에 절망할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선취골을 내주고 4분 뒤에 벌어진 일이었으니 한국 축구팬으로서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순간이었다. 나탈리아의 왼발 대각선 슛이 추가골로 이어지는 듯한 순간이었지만 포기하지 않은 우리 골키퍼 김정미가 왼쪽으로 몸을 날리며 기막히게 쳐낸 것이다.

'박라탄(박은선+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과 함께 한국 공격을 이끌고 있는 '지메시(지소연+메시)'는 경기 시작 후 16분만에 훌륭한 드리블 실력을 뽐내며 스페인 수비수들을 차례로 쓰러뜨렸지만 마지막 왼발 슛 타이밍을 잡지 못해 아쉬운 순간을 놓치고 말았다.

후반전, 눈물의 드라마

윤덕여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역시 발목 상태가 안 좋은 오른쪽 풀백 김혜리 대신 김수연을 들여보냈다. 후반전의 지소연은 전반전의 아쉬움을 털어내기 위해 더 결연한 의지로 스페인 수비수들을 헤집고 다녔다. 51분에 파레데스를 뿌리치고 왼발로 날린 대각선 슛이 수비에 맞았지만 태극낭자들의 역전 의지를 담아내기에 충분했다.

결국 53분에 멋진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먼저 오른쪽 측면으로 빠져들어가는 강유미를 겨냥한 지소연의 찔러주기가 빛났다. 이 공을 받은 강유미는 유연한 오른쪽 발목을 자랑하며 부드러운 크로스를 올려주었고 골문 앞으로 달려간 주장 조소현이 솟구쳐 이마로 돌려넣은 것이다. 과정부터 마무리까지 태극낭자들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닮은 동점골이었다.

16강에 오르기 위해 반드시 역전골이 필요한 한국 벤치에서는 박은선 대신 유영아(59분)를, 강유미 대신 박희영(76분)을 차례로 들여보냈다. 롱 볼 싸움보다 공간 침투가 더 효율적이라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거짓말같은 역전 결승골이 터져나왔다. 78분에 전가을의 찔러주기를 받은 후반전 교체 선수 김수연이 스페인 골문 앞으로 크로스한 공이 그대로 골키퍼 아이노아의 키를 넘어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이른바 크로슛이 제대로 먹힌 것이다.

코스타리카와의 두 번째 경기에서 통한의 동점골을 얻어맞아 분루를 삼켰던 교훈을 안고 있는 우리 선수들은 후반전 추가 시간 3분이 다 흘러가도록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위험 지역에서 수비수 황보람이 핸드 볼 반칙을 저지르는 바람에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90+3분, 한국 벌칙구역 반원 안에서 직접 프리킥 기회를 얻은 스페인은 후반전 교체 선수 소니의 왼발에 마지막 기대를 걸었다. 골문으로부터 19미터 지점에서 차는 기회였기에 극적인 동점골이 예상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소니의 왼발 끝을 떠난 공은 김정미가 지키고 있는 한국 골문 크로스바를 때리며 넘어가고 말았다.

벤치에 있는 스페인 선수들은 팀 조끼를 입에 물고 초조한 표정을 지었고, 한국 벤치에 있는 우리 선수들은 두 손 모아 기도하는 표정이었다. 곧바로 케이글리(뉴질랜드)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렸고 태극낭자들은 서로 얼싸안으며 눈물을 쏟아냈다.

남자축구에서는 꿈꾸지도 못했던 월드컵 첫 승리의 기적을 단 두 번의 도전 끝에 이룬 것도 모자라 당당히 E조 2위 자격으로 16강에 올랐다. 이제 우리 태극낭자들은 22일(월) 오전 5시 몬트리올에서 F조 1위로 올라온 유럽의 강팀 프랑스와 만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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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5 FIFA 여자월드컵 E조 결과(18일 오전 8시, 캐나다 오타와)

★ 한국 2-1 스페인 [득점 : 조소현(53분,도움-강유미), 김수연(78분,도움-전가을)]

◎ 한국 선수들
FW : 박은선(59분↔유영아)
AMF : 전가을, 지소연, 강유미(76분↔박희영)
DMF : 권하늘, 조소현
DF : 이은미, 심서연, 황보람, 김혜리(46분↔김수연)
Gk : 김정미

◇ 16강전 일정
★ 한국 - 프랑스 (6월 22일 월요일 오전 5시, 몬트리올 올림픽 스타디움)
축구 여자월드컵 윤덕여 조소현 김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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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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