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1회 대종상영화제 기자회견에 나온 남궁원 당시 영화인총연합회 회장과 이규태 대종상영화제 조직위원장

지난해 51회 대종상영화제 기자회견에 나온 남궁원 당시 영화인총연합회 회장과 이규태 대종상영화제 조직위원장 ⓒ 대종상영화제


대종상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이 방산비리 혐의로 구속된 가운데, 원로 영화인들이 대종상 운영을 놓고 갈등을 나타내고 있다. 주도권을 둘러싸고 대립하는 모양새여서 올해 행사 개최 여부가 더욱 불투명해지는 모습이다. 법정공방으로 갈 가능성도 커지는 분위기고, 대종상 무용론과 함께 개혁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대종상을 주최해온 영화인총연합회(직무대행 최하원 감독)는 최근 대종상에 운영자금을 후원할 새로운 조직위원장을 선임했다. 새로 선임된 대종상 조직위원장은 건설관련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김구회 남북문화교류협회장이다. 기존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이 꾸리고 있던 사무국도 대종상 사업본부란 이름으로 새로 구성했다.

최하원 직무대행은 "지난 5월말 새로 조직위원장을 선임해 계약했다"면서 "이규태 회장 측에서는 7월에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지켜보자는 입장을 전했지만 그럴 경우 올해 대종상 준비가 촉박해 사실상 개최가 어렵다고 판단해 새로 조직위원장을 선임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방산비리 문제로 인해 더 이상 이규태 회장이 대종상을 맡아서는 안 된다는 게 영화인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한 대종상 관계자도 "6월말 기자회견을 통해 구체적인 내용을 알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일광그룹 이규태 회장 측은 "조직위원장을 새로 선임했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으나 아직 공식적인 통보는 받지 못했다"면서 "아직 재판이 끝나지 않은 이상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 52회 대종상은 영화인총연합회 남궁원 전 회장과 맺은 계약이 유효하기에 우리가 주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 회장 측은 "영화인총연합회 쪽에 내용증명을 보내 홈페이지 등에 대한 원상회복을 요구했고, 이행하지 않을 경우 행정적 절차 등을 진행할 것임을 경고했다"면서 계약위반에 따른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규태 회장은 올해까지 대종상을 주관하기로 계약돼 있다.

새 조직위원장 선정 두고도 '시끌'

원로 영화인들 사이에서는 이규태 회장의 거취가 아직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영화인총연합회가 대종상 조직위원장을 선임하고 사업본부장을 임명한 것에 대해 불법적인 결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영화인총연합회는 지난 1월 남궁원 회장 사임 이후 최하원 감독의 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데, 최근 한국영화감독협회(이사장 정진우 감독)는 영화인총연합회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최하원 감독을 회원간 갈등과 협회 명예 손상 등을 이유로 제명했다. 8개 협회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것이 영화인총연합회인데, 제명돼 회원 자격이 없는 사람이 영화인총연합회 수장을 맡고 있다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대종상 문제로 대립하고 있는 정진우 감독협회 이사장과 영화인총연합회 직무대행 최하원 감독

대종상 문제로 대립하고 있는 정진우 감독협회 이사장과 영화인총연합회 직무대행 최하원 감독 ⓒ 한국영상자료원


영화인총연합회는 지난 1월 남궁원 회장 사임 이후 두 차례 임시총회가 소집됐고 최하원 감독은 회장 보궐선거에 단독 출마했으나 정족수 미달로 유회됐다. 충무로의 한 원로영화인은 "회장 출마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직무대행을 사퇴하게 돼 있는데, 총회가 무산됐음에도 다시 영화인총연합회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것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규태 회장 문제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고, 대종상 집행위원회에서 향후 운영에 대해 어떤 결정도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무리하는 것 같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영화배우협회 관계자는 "지난 6월 3일 대종상 집행위원회가 열렸지만 어떤 합의나 결정이 된 것은 없는데, 지나치게 앞서 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근우 대종상 사업본부장은 "영화인총연합회 산하 단체들이 합의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것이지 임의대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규태 회장 측의 입장에 대해서도 "감옥에 있는 분이 이 사안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확인할 수 없다"며 "이규태 회장 측 실무자에게 '위임장을 받아오고 나서 이야기하라'고 했다. 이규태 회장은 자동으로 해약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한국영화인총연합회 측은 이미 대종상 신임 조직위원장에게 1억 원을 받아 각 산하단체에 배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하단체의 한 관계자는 "각 협회 운영 어려움에 따른 지원금 형식으로 일정금액을 지급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영화감독협회와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등은 이 같은 대종상 집행위원회 재구성을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불법과 비리 등 논란의 소지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대종상을 비리와 이권 문제로 전락시켜 논란을 일으켰던 사람들이 부끄러운 줄 모르고 다시 대종상을 맡아 운영하겠다는 것"이라는 게 이들의 시각이다. 

대종상 실무를 맡고 있는 인사에 대해서도 이들은 이전 대종상 비리 문제에 연루돼 있을 뿐 아니라 최근에도 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되고 법원에 민사소송이 제기된 상태라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해당 당사자는 "지난 대종상 건은 검찰에 4번이나 소환돼 조사를 받았으나 무혐의를 받았고, 제기하는 문제들은 지금 대종상과는 관련 없는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남궁원 전 회장에 따르면 영화인총연합회는 6억 원의 빚을 지고 있고, 정인엽 전 회장은 개최비용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복수의 원로 영화인은 "6억 원의 빚 중에는 역시 지금까지의 대종상 비리 문제에 일정부분 책임이 있는 사람의 돈도 일부 들어 있다"며 "영화인총연합회가 이에 적극 대응해야 하는데, 방관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영화상이 개인이익 챙기는 이권으로 전락한 게 다툼 원인

 오는 11월 걔최 예정인 52회 대종상영화제 홈페이지

오는 11월 걔최 예정인 52회 대종상영화제 홈페이지 ⓒ 대종상영화제


대종상 감사를 역임한 충무로 영화의거리 추진협의회 김갑의 회장은 "대종상이 다시 혼란양상으로 가고 있는 이유는 이권 문제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김 회장은 "영화상을 통해 개인의 이익을 챙기려는 의도가 지금과 같은 상황을 만들었다"면서 "이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방향으로 정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정통성 없는 영화인총연합회 집행부가 행사를 하겠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크다"며 "무법과 불법이 횡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의 현상이 이권 문제 때문이라는 것에는 충무로 영화인들 대부분이 동의하고 있다. 다만 이권을 챙기려는 이들이 자신의 반대편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다를 뿐이다. 이 때문에 일부 원로영화인들 사이에서는 한국영화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영화인들이 대종상을 실질적으로 이끌어 가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역에서 은퇴한 영화인들이 상을 주도하는 게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한 중견 영화계 제작자는 "일부 원로들이 능력도 없으면서 남의 돈을 끌어들이는 식으로 대종상을 비리의 온상으로 만들고 있다"며 "대종상이 저렇게 된게 안타깝지만 개혁되지 않는다면 존재할 가치가 없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대종상 영화인총연합회 최하원 정진우 이규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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