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7일 방송된 SBS 다큐스페셜 <우리 결혼했어요> 중 한 장면. 동성결혼을 주제로 성소수자를 인터뷰했다.

6월 7일 방송된 SBS 다큐스페셜 <우리 결혼했어요> 중 한 장면. 동성결혼을 주제로 성소수자를 인터뷰했다. ⓒ SBS 다큐스페셜


지난 7일 방송된 SBS 다큐스페셜 <우리 결혼했어요>는 성소수자를 소재로 다뤘다. 두 명의 남녀가 카메라를 보고 수줍은 연애와 결혼을 이야기하는 첫 장면부터 상당히 인상적이다. 언뜻 보면 서로 사랑하는 사이로 보이는 두 사람의 인터뷰는, 실은 각각의 다른 동성 연인을 향한 애틋한 고백이었다. 오프닝은 이어서 남성과 남성, 그리고 여성과 여성으로 이루어진 연인의 모습을 화면에 담는다.

앞서 언급된 사람들은 김조광수-김승환 부부와 수성(가명)-연수(가명) 커플이다. 영화감독인 김조광수씨와 영화사 대표인 김승환씨는 2013년 '당연한 결혼식'으로 이름붙인 공개결혼식을 올려 화제가 됐다. 최근에는 당시 상황을 다큐멘터리로 촬영한 영화 <마이 페어 웨딩>이 개봉했다. 한편 수성-연수 커플은 대학교 인권 동아리에서 알게 된 사이로, 고백으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면서 웨딩 사진을 촬영하는 장면도 볼 수 있다.

다양한 동성 연인의 사례 담은 SBS 다큐스페셜

SBS 다큐스페셜 <우리 결혼했어요>의 초반부는 다양한 동성 연인의 사례를 담았다. 첫 만남과 서로를 향한 고백, 함께 보낸 시간을 추억하는 많은 커플의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연인들과 다르지 않다. 앞서 언급된 커플과 더불어 일본의 사례도 소개됐다. 이치노세 아야카-스기모리 아카네 커플의 얘기인데, 유명 방송인과 뮤지컬 배우라서 더욱 눈길을 끈다. 아야카는 2009년 커밍아웃 이후 최근 일본 연예인 중 최초로 공개 결혼식을 올렸다.

두 사람은 일본에서도 동성 결혼이 합법화된 상황이 아니기에 법적 부부로 인정은 받지 못하고 방송인이기에 대중의 입방아에 오를 뿐이었다. 그렇지만 그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공개함으로써 "동성결혼에 대한 사회적 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발언했다.

결혼 2년 10개월째인 부부 이민석(가명)-박성재(가명) 부부는 우여곡절 끝에 결혼식을 올렸다. 둘 중 한 사람이 결혼 직전에서야 가족에게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혔다는 것. 둘은 혼인신고도 못하고 직장에도 알릴 수 없었지만, 평생 함께 할 사람을 만났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인터뷰에서 말했다. 한국에서 성소수자로 살아가는 현실을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일이 차별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새벽안개 자욱한 곳을 차를 몰고 오면서 '우리 아들이 가는 길이 이렇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서 눈물이 났어요."

민석-성재 커플의 결혼식을 지켜본 어머니가 나직한 목소리로 마이크를 쥐고 했던 말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활짝 웃으며 행복한 이벤트로 불리는 결혼식이 눈물바다가 된 장면이었다.

미국인으로 세 번의 결혼을 올린 다이안 모스바셔-네넷 카트렐 부부의 경우는 더욱 특이하다. 캐나다와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돌아다니며 40년 동안 세 번의 결혼 서약을 한 셈인데, 합법적으로 동성커플이 결혼식을 올릴 수 있는 곳을 찾고, 아쉬움에 더 완벽한 결혼 증명서를 위해 두 차례 더 결혼했다는 것이다. 정신과 의학박사와 다큐멘터리 감독인 두 사람은 동성결혼 합법화가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다준다고 말했다.

동성결혼이 필요한 이유와 현실의 벽

 SBS 다큐스페셜 <우리 결혼했어요> 중 한 장면. 동성결혼을 주제로 성소수자를 인터뷰했다.

SBS 다큐스페셜 <우리 결혼했어요> 중 한 장면. 동성결혼을 주제로 성소수자를 인터뷰했다. ⓒ SBS 다큐스페셜


다큐 <우리 결혼했어요>는 이어서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측의 의견, 국내 종교단체의 이야기도 소개했다. 한국 기독교 총연합회 소속 윤덕남 목사는 "소수의 인권이 중요하다고 다수의 인권을 무시하는 일은 안 된다"고 주장했다. 보수적 사회인 한국에서는 동성결혼을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 2014년 12월 '성소수자 차별 금지' 조항을 이유로 서울시민인권헌장 공청회를 무산시키려 한 종교단체의 사례도 볼 수 있다.

반면 종교인이지만 다른 길을 가는 사람도 있다. 열린문공동체 교회 소속 다니엘 페인 목사는 미국 남부 출신으로, 이성애자가 되려고 여성과 결혼한 과거가 있는 동성애자다. 다니엘 페인-이준영 커플은 종교를 통해서 만났고, "동성애를 혐오하는 일부 기독교인들의 주장은 성서에 바탕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런 사고방식은 성경보다 문화적 배경이 더 큰 요인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것이다.

댄 앤더슨-리처드 스미스 부부는 15년을 같이 살고서야 캘리포니아 주가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뒤에야 부부로 법적 인정을 받았다. 미국 오리건 주 벤드시에 거주하는 둘은 얼마 전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가졌다. 해병대 출신으로 커밍아웃이 더욱 힘들었다는 리처드는 "낙인 때문에 합법화가 더욱 중요하다"고 말한다. 같은 세금을 내고 살아가면서 '이등 시민'이 되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다.

"성소수자라고 인권까지 양보(포기)할 순 없었습니다."

인터뷰에서 김조광수씨는 "동성 부모와 자란 아이들은 불행할 것"이라는 일부 종교단체의 주장에 "불행하다고 하면 그것은 사회적인 차별과 편견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동성 연인을 향한 사회적 혐오가 문제라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동성 결혼이 필요한 이유는 곧 현실의 벽이라는 얘기다. 동등한 자격을 가진 사람이 차별을 받고, 가족으로서 해줄 수 있는 일에도 제한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상식적인 수준의 논의라는 내용이다.

다시 돌아보는 가족의 개념, 인권의 의미

SBS 다큐스페셜은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자막으로 소개했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질병분류에서 동성애 항목을 삭제한 날(1990년 5월 17일)을 기념하기 위해 UN에서 제정한 기념일을 뜻한다. 세간에 잘못 알려진 것과 달리, 동성애는 전염되는 질병이나 정신질환이 아니라고 미국의사협회에서도 발표한 기록이 있다.

방송된 인터뷰에서는, 공개적으로 동성결혼을 치르거나 커밍아웃을 한 출연자가 "성 정체성을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용기를 내길 바란다"고 밝혔다. 다큐 <우리 결혼했어요>가 담은 정보에 따르면, 성적 지향이 다른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고 편견과 감정적 반응에 의한 차별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실을 근거로 반기문 UN 사무총장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LGBT(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를 줄여서 일컫는 말)의 인권을 지지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최근 교황도 동성애자에 대한 전향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SBS 다큐스페셜 <우리 결혼했어요> 중 한 장면. 동성결혼을 주제로 다뤘다.

SBS 다큐스페셜 <우리 결혼했어요> 중 한 장면. 동성결혼을 주제로 다뤘다. ⓒ SBS 다큐스페셜


다큐 <우리 결혼했어요> 방송분은 기존의 가치관에 얽매인 가족의 개념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전통이란 이름으로 미화된 가부장제나 고정된 성역할이 점차 깨어지는 요즘이다. 이처럼 편견의 벽이 무너지는 것은 곧 인권의 의미가 재정립된 상황을 이유로 볼 수 있다.

다른 국가를 둘러보자. 아일랜드는 지난 5월 국민투표를 통해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최초의 국가가 됐다. 프랑스를 포함한 세계 20개국은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상태이고, 미국과 멕시코, 영국은 일부 지역에서 합법화가 이뤄졌다. 미국 연방 대법원은 미국 전역의 동성결혼 합법화를 두고 심리를 시작했다. 이웃한 국가인 일본도 도쿄 일부 지역에서 동성결혼 증명서'를 발급하는 조례를 제정한 사례가 있다. 점차 성소수자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현재 진행 중인 변화의 물결인 셈이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까? 이 사회가 나아갈 길에 놓인 것이 부디 혐오와 차별이 아닌 이해와 화합이기를 바라본다. 동성결혼 이슈를 두고 생각할 지점에 있어서, 다큐에서 인터뷰한 내용 중 김승환씨의 말이 가장 핵심을 관통하는 것 같다.

"막상 같이 살아보니까 어떤 사람과 같이 살고 사랑하느냐가 (결혼의) 본질인 거잖아요. 단순히 남녀나 남남, 여여 이렇게 성적 결합이 중요한 게 아니라."

SBS 다큐스페셜 성소수자 동성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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