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 시내에 위치한 완다 극장 전경. 극장 입구에 <어벤져스2>에 등장했던 '헐크버스터' 모형이 세워져 있다.

중국 베이징 시내에 위치한 완다 극장 전경. 극장 입구에 <어벤져스2>에 등장했던 '헐크버스터' 모형이 세워져 있다. ⓒ 이선필


연인 사이든 가족이든 혹은 '나홀로족'이든 극장 나들이는 한국에선 가장 일반적인 데이트 코스이자 취미활동 중 하납니다. "맨날 갈 곳이 극장-밥집-카페냐"며 애인에게 핀잔을 듣고도 어느새 다음에 볼 영화표를 예매할 정도로 만만한 게 극장 관람이지요. 저 역시 업무 외에도 일주일에 두 번 이상은 극장을 찾는 나름 영화광이기도 합니다.

할리우드 재난 영화 <샌 안드레아스> 관련 행사를 취재하기 위해 5월 28일부터 3일간 중국 베이징에 머물렀습니다. 할리우드 배우들이 홍보를 위해 매번 중국을 찾을 만큼 중국은 이미 무시할 수 없는 시장입니다. 한국의 연간 총 관객 수가 지난 2013년부터 2억 명을 돌파했다며 축포를 올릴 때, 중국은 2014년 8.3억 명(대외경제정책연구원 CSF 이슈 분석 자료 기준, 2015)의 관객 수를 기록했다죠.

호황이라는 중국 영화 시장, 중국 극장은 우리 극장과 무엇이 다를까요? 영화 한 편과 팝콘을 함께 즐기려면 얼마나 필요할까요? 가벼운 마음으로 짬을 내 북경 시내 중국 영화관을 찾았습니다.

중국의 대표 멀티플렉스 완다 극장의 모습은?

베이징시 장궈멘 거리에 있는 완다 극장을 찾아갔습니다. 경제개발특구로 지정돼 각종 은행, 증권사들이 몰려 있는 동네인데 한국으로 치면 여의도 정도 되겠네요. 이곳 한복판에 위치한 완다 극장은 중국 전체 극장 중 15%의 점유율로 업계 1위를 점하고 있는 멀티플렉스입니다. 한국의 CGV 같은 존재감이라고 할 수 있죠. 참고로 완다 극장은 중국 거대 부동산 개발 기업인 다롄 완다 그룹의 자회사 완다 시네마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숙소에서 도보로 15분 거리기에 여유 있게 오전 11시 경 도착했습니다. 우선 외형으로 보면 국내 멀티플렉스 극장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완다 플라자 건물  2층에 위치한 이곳에 총 7개관이 들어서 있네요. 3D상영관은 물론이고, 아이맥스관도 있습니다. 팝콘과 각종 식음료를 파는 곳, 매표대의 구조 역시 한국 극장들과 비슷합니다.

중국 극장임을 잠시 잊다가 표를 사기 위해 전광판을 보니 '당연히' 중국어 일색입니다. 한 직원에게 영어로 "지금 가장 빨리 볼 수 있는 영화가 무엇"인지, "외국인 관객을 위한 영어 자막이 있는지" 등을 묻지만 돌아오는 건 중국어 설명 뿐. 소통이 안 돼 답답해하던 직원은 동료를 불러 통역을 시도해보지만 그 역시 영어가 불가하더군요. 극장뿐 아니라 중국에서 관광할 때 언어 문제가 가장 크게 다가온다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한창 상영 중인 할리우드 SF <투모로우랜드>를 보고 싶었기에 극장 내 비치된 영화 전단지를 들고 다시 구매를 시도합니다. 원하는 걸 알아차린 직원이 시간표를 보여주지만 오후 늦게야 상영을 시작하네요. 결국 이미 두 번이나 관람한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를 보기로 합니다. 중국어 제목이 재밌습니다. 굳이 풀이하면 <복수자연맹2> 정도? 참고로 등장인물들의 이름도 중국 특유의 센스가 돋보입니다. 극중 주인공들인 캡틴 아메리카는 '미국대장', 아이언맨은 '강철협', 헐크는 '녹괴물', 제가 사랑하는 스칼렛 요한슨의 블랙위도우는 '흑과부' 등으로 번역해놨네요.  

중국 영화관 자세히 들여다보니...

 중국 베이징 시내 완다 극장 풍경. 한국 멀티플렉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영화 캐릭터가 인쇄된 사물함, 극장을 방문한 할리우드 스타의 핸드프린팅이 눈에 띈다.

중국 베이징 시내 완다 극장 풍경. 한국 멀티플렉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영화 캐릭터가 인쇄된 사물함, 극장을 방문한 할리우드 스타의 핸드프린팅이 눈에 띈다. ⓒ 이선필


상영시간까지 30분의 여유가 있어 주위를 둘러봤습니다. 역시 한국 멀티플렉스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인형 뽑기 등 각종 게임을 할 수 있는 오락실이 한쪽에 있었고, 영화 속 캐릭터를 파는 기념품 코너도 있습니다. 상영관 사이에 있는 화장실 역시 지린내가 좀 심하다는 것 빼고 깔끔합니다. 눈에 띄는 게 있다면 작은 물품을 보관 가능한 사물함이 있다는 정도.

그러고 보니 가장 중요한 영화 티켓 가격을 빼먹었네요. <어벤져스2> 3D 아이맥스 관을 택했는데 112위안. 한국 돈으로 2만원 입니다. 평일 오전(29일)에 찾아간 건데 비싸죠? 금요일(5월 29일) 한국에선 같은 관이 17000원인데 이에 비교했을 때도 다소 높은 가격입니다. 게다가 택시 기본요금이 2000원, 버스 요금이 350원 정도인 중국 물가를 고려해도 꽤 비싼 수준임을 알 수 있습니다.

참고로 한국은 조조나 심야, 혹은 2D, 3D 여부에 따라 값이 다를 뿐 기본적으로 극장이 달라도 영화마다 가격 정책은 같습니다. 중국은 같은 극장이더라도 영화마다 가격이 다르더군요. 나중에 안 사실인데 보다 인기 있는 작품은 비싸고,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을 것 같은 작품은 저렴하다고 합니다. 이는 극장마다 가격 정책을 자율적으로 정하기 때문인데 중국 정부가 영화관 티켓의 하한선만 정해놓고 상한선은 규제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정도 가격이면 학생들이나 일반 서민들이 극장을 자주 찾기는 좀 부담스러울 것 같습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중국 유학생을 소환했습니다. 베이징에서 2년 간 유학한 지인은 "한 학기(6개월)에 한 편 봤을 정도"라며 "학생 입장에선 분명 부담스러운 금액인 건 사실"이라 하더군요. 다만 "요일별 반값 할인, 학생 반값 할인, 혹은 '메이퇀' 등의 중국 소셜 커머스 상품을 이용한 각종 할인 제도가 많다"고 덧붙였습니다. 저처럼 모르고 영화 보는 사람이나 제값을 주고 보는 거였군요.    

내친 김에 팝콘 가격도 살펴봤습니다. 한국 극장에서 파는 것과 품목은 비슷합니다. 팝콘 작은 컵과 콜라 세트가 39위안(7000원 수준)이던데 한국에선 팝콘 큰 컵에 콜라 두 개를 주는 세트가 7500원에서 8000원 입니다. 비교해보면 다소 비싼 수준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역시 중국 극장마다 가격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은 기억해야겠습니다.

중국 진출한 한국 멀티플렉스는? "현지 사정 맞게 적응 중"

 중국 베이징 시내 복합 문화 단지 인디강 내 위치한 CGV 극장. 중국 로컬 극장과 달리 이곳은 고급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었다. 티켓 가격은 최고120위안(2만 1000원 수준)으로 다소 비싸지만 관객들이 쉴 수 있는 휴게공간을 비롯해, 공기 청정 시설을 구비하는 등 깔끔한 환경이 인상적이었다.

중국 베이징 시내 복합 문화 단지 인디강 내 위치한 CGV 극장. 중국 로컬 극장과 달리 이곳은 고급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었다. 티켓 가격은 최고120위안(2만 1000원 수준)으로 다소 비싸지만 관객들이 쉴 수 있는 휴게공간을 비롯해, 공기 청정 시설을 구비하는 등 깔끔한 환경이 인상적이었다. ⓒ 이선필


그렇다면, 중국으로 진출한 한국형 멀티플렉스는 어떻게 중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을까요. CJ그룹 계열사 CGV는 2006년 중국 상하이에 1호점을 세운 이후 현재까지 45개 극장을 중국 전역에서 운영 중입니다. 롯데그룹의 롯데시네마는 2010년 중국 심양에 진출한 이후 현재 11개관을, 쇼박스는 중국에서 2015년 현재까지 메가박스 3개관을 중국에서 운영 중이라고 합니다.
 
베이징의 대표적인 복합 문화 단지인 이디강 내 위치한 CGV를 방문했습니다. 극장 구조는 완다와 큰 차이는 없었지만 상영관 입구에 배치된 공기 청정기와 3D 안경 소독기가 눈에 띄더군요. 현장을 찾은 이우성 CGV 이디강 담당 팀장은 "환경 이슈가 있기에 타 극장보다 깔끔하고 깨끗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으로 차별화를 삼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영화관 내부에 테라스 등 휴식 공간도 눈에 띄었는데 이것 역시 상대적으로 쉴 공간이 부족한 중국 극장과의 차별점이라고 하네요. 또한 다소 거친 베이징 말투를 순화해보고자 직원 교육 기관을 운영하면서 친절한 이미지를 심어주는 등 여러 전략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상영관을 둘러볼 때마다 양손을 흔들며 중국말로 인사하던 직원들이 생각나네요.

 베이징 시내 CGV 이디강의 스위트박스 상영관. 연인이나 부부를 위한 전용관이라 할 수 있다. 우측 하단에 숫자 43은 극장 내 미세먼지 정도를 나타낸다. CGV 이디강은 평균 30㎍/㎥ 이하를 목표로 공기청정기를 운용한다는 방침이었다. "사진 상 해당 수치는 극장 운영을 시작한 직후(오전 10시)에 측정된 거라 다소 높게 나왔다"고 극장 관계자는 설명했다.

베이징 시내 CGV 인디고의 스위트박스 상영관. 연인이나 부부를 위한 전용관이라 할 수 있다. 우측 하단에 숫자 43은 극장 내 미세먼지 정도를 나타낸다. CGV 인디고는 평균 30㎍/㎥ 이하를 목표로 공기청정기를 운용한다는 방침이었다. "사진 상 해당 수치는 극장 운영을 시작한 직후(오전 10시)에 측정된 거라 다소 높게 나왔다"고 극장 관계자는 설명했다. ⓒ 이선필


중국이 문화 산업을 육성하며 한국과 미국 영화인들과 협업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유독 자국 산업에서 만큼은 보수적이라고 합니다. 이우성 팀장에 따르면 지분 제한에 대한 규제 등이 있어 해외 기업이 중국에서 문화 사업을 할 때는 중국 기업과 합자해야 하는 등 여러 규정이 있다는데, 이 때문에 CGV 이디강 역시 중국 설비 기업인 씽씽 측과 공동으로 운영 중이라고 합니다.

현지에서 피부로 느낀 중국 극장은 분명 호황기였습니다. 젊은 커플부터 나홀로 족, 가족 단위 등 극장을 찾는 관객 역시 한국과 큰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매년 30%씩 극장 수입이 늘고 있다는 한 통계 자료를 보면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극장 운영은 무엇일지 생각해 봅니다.

직접 찾아가보진 못했지만 중국 내에선 서커스 공연장에서 일반 상업 영화를 틀어 주는 등 여러 형태의 복합 상영관이 있다고 합니다. 관객의 기호에 맞게 지금도 다양한 운영 방식이 등장한다는데 한국 극장 운영 면에서도 참고할 게 있어 보입니다.

베이징 중국 CGV 어벤져스2 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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