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유재석이 오는 8월 방송 예정인 종합편성채널 JTBC 신규 파일럿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는다.

개그맨 유재석이 오는 8월 방송 예정인 종합편성채널 JTBC 신규 파일럿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는다. ⓒ 이정민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개국을 코앞에 둔 2011년 11월, MBC <무한도전>은 꽤나 시의적절하고도 도발적인 특집을 내보냈다. 이름하야, 'TV 전쟁'. 멤버 7인의 이름을 내건 개인 방송국을 출범시키고 경쟁을 통해 최종적으로 '유재석 TV'와 '하하 TV'만을 남겼던 특집이었더랬다.

그리고 그 내용은 멤버들끼리 살아남기 위해 아이템을 선정하고 게스트를 섭외하는 과정을 통해 시청률 지상주의에 포획된 방송환경을 비판하는 주제로 나아갔다. 특히나 시기가 시기였던 만큼, 종편 출범 이후 심화될 경쟁 구도와 함께 지상파의 혼란을 예견하는 듯 했다.

그로부터 3년 여가 흐른 지금, 김태호 PD의 예언(?)은 적중했다. 시사교양국을 폐지한 MBC의 자리를 손석희 보도부문 사장을 영입한 JTBC가 기대 이상으로 대체하고 있다. 지상파의 스타 PD들을 공격적으로 영입한 tvN과 JTBC가 드라마와 예능의 영역에서 지상파를 위협하고 있다. 종편 출범과 함께 시작된 주연급 연기자들과 방송인들의 출연은 이제 일상이 됐다.   

2일 타전된 '국민 MC' 유재석의 JTBC행 소식은 그래서 더 상징적이다. 이 소식은 큰 파장을 낳을 수밖에 없었다. 유재석이 <해피투게더> '쟁반노래방'에서 호흡을 맞췄던 윤현준 PD와 함께 JTBC의 새 예능 파일럿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란다.  유재석의 종편행은 그 상징성만큼이나 케이블과 종편을 포함한 방송가의 지형 변화와 균형추 이동에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에게 경종 울리는 유재석의 JTBC 진출?

"유재석씨의 종편 진출은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네요. 사실 JTBC채널 초창기에는 여기저기서 비판이 많았죠. 채널 삭제하고 안 본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하지만 지금 이 채널의 대한 평가가 어떤가요? 참신한 시도와 재미로 호감도가 많이 올라간 상태입니다. 오히려 지상파예능보다 케이블예능이 대세가 됐죠. 유재석의 JTBC 진출은 현재 지상파 예능 PD들의 안이한 태도에 경종을 울리는 것 같네요."

유재석의 JTBC행 기사에 달린 한 포털 댓글이다. 만 명이 넘는 추천을 받은 이 댓글은 그간 변화된 시청자들의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유재석의 종편행 가능성을 타진한 기사에 달린 또 다른 포털 글과는 온도차가 사뭇 다르다. "유느님은 그런데서 일 안 해요"랄지, "유재석이 왜 종편을?"과 같은 반응이 추천 댓글 최상단에 자리했었다. 그러나 2015년 현재, "tvN과 JTBC 예능은 다르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연이어 보도한 매체들의 보도 태도 역시 대동소이했다. "'국민MC' 유재석의 JTBC행, 콘텐츠에 따른 당연한 이동"이란 <일간스포츠> 기사가 대표적이다. "중요한 건 '플랫폼'이 아니라 '콘텐츠'"란 논리다. 그간 보여준 JTBC 예능 콘텐츠들의 약진이나 tvN이 올린 개가는 시청자들은 물론 출연자들의 인식 변화를 가져다주기에 충분했다. 지난주 나영석 PD의 백상예술대상 수상이 '최초'의 수식어를 달고 큰 이견이 없었던 것도 같은 이치다.

유재석 역시 그간 자의든 타의든 이러한 대세에 영향을 받아왔다. <무한도전> 역시 <밀회>와 같은 킬러 콘텐츠를 자유롭게 패러디해왔다. 유재석 본인 역시 전화인터뷰나 <썰전>과 같은 언급으로 얼굴을 내밀 수밖에 없었다. 최근 새롭게 시작한 SBS <동상이몽>은 JTBC의 히트상품 <유자식 상팔자>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볼 여지가 적지 않다.

케이블이나 종편이 예능의 트렌드를 이끌고, 지상파가 이를 따라가는 형국은 개별 콘텐츠 곳곳에서 감지돼 왔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성공이 KBS <프로듀사>에 영향을 미치고, '꽃보다' 시리즈의 파급이 지상파 3사의 '여행'과 '장년층' 관련 프로그램을 줄줄이 낳는 식이다.

드라마, 예능 가리지 않고 지상파 스타 PD들이 이동하고 옮겨와 킬러 콘텐츠를 만든다. 이 콘텐츠를 10대부터 40대까지 고른 세대가 모바일 플랫폼과 IPTV, PC 다운로드 등으로 자유롭게 소비한다. 그리고 마침내, 2015년 안에 JTBC에서 활약하는 유재석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게 됐다.

TV조선의 예능 강화와 통합시청률, 그리고 유재석 

 tvN <삼시세끼-정선편> 제작진. 왼쪽부터 김대주 작가, 나영석 PD, 신효정 PD

tvN <삼시세끼-정선편> 제작진. 왼쪽부터 김대주 작가, 나영석 PD, 신효정 PD ⓒ CJ E&M


더불어 눈여겨 볼 것은 TV조선의 공격적인 행보다. 6월에만 11개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TV조선은 새로운 예능 4편으로 그간의 '고령화' 이미지에 변화를 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물론 그중 시사교양이 4편, 시사보도가 3편이다). 유재석, 강호동, 이경규를 제외하고, 종편과 케이블을 가리지 않고 가장 많은 프로그램에서 활약 중인 김구라도 TV조선에 안착했다. 장윤정과 스타와 연예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솔깃한 연예 토크 호박씨>를 진행한다.

김국진과 배우 박해미, 박은지가 진행하는 <재밌는 세상 구경 오중주>는 시사와 예능의 결합을 내세웠다. 이밖에 방송인 이영자, 김성경, 윤손하 등도 6월부터 TV조선에서 볼 수 있다. TV조선의 현 제작본부장은 tvN의 개국공신인 스타 PD 송창의다. JTBC를 제외하고 TV조선과 채널A, MBN의 경우, 종합편성이 아니라 뉴스채널이냐는 비난을 받았던 것을 상기해보자. TV조선의 행보는 분명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14년 종편 채널들은 시청률의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그에 힘입어 실적 역시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3월 발표한 '2014년 TV 방송채널 시청점유율 조사'를 보면, 지상파 4채널이 4위까지를 차지한 가운데 MBN(3.532%), TV조선(3.015%), 채널A(2.656%), JTBC(2.610%)등이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EBS(2.404%), tvN(1.859%), YTN(1.553%)을 앞선 것이다.

특히나 지상파의 전체 시청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10%에 가까운 시청점유율을 고스란히 종편 채널이 가져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종편 4개 채널을 합한 2014년 시청점유율(11.813%)만 놓고 본다면, SBS 네트워크(11.297%)나 MBC(11.971%)를 앞지르거나 근접해 있었다. 출범 직후 미비했던 점유율이나 시청률과 비교한다면 괄목성장이라 할 만 하다.

예능 프로그램에 다시 손을 댄 TV조선

 최근 김구라도 TV조선에 안착했다. 장윤정과 스타와 연예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솔깃한 연예 토크 호박씨>를 진행한다

최근 김구라도 TV조선에 안착했다. 장윤정과 스타와 연예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솔깃한 연예 토크 호박씨>를 진행한다 ⓒ TV조선


아직 적자를 메우는 수준이지만, 실적 역시 개선되는 중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 2월 게재된 <기자회협보>의 '종편 매출 1000억대 근접...JTBC 1400억 추정' 기사는 주목할 만하다. (채널A를 제외하고)종편 채널마다 차이는 있지만, "JTBC, MBN, TV조선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수익에서 지출을 뺀 금액)은 전년 대비 40~60%정도 감소"했으며 전체적으로 매출액은 늘고, 당기손순실은 줄었다는 것이다. "특히 TV조선은 지난해 4분기에 흑자 전환했다"는 대목도 눈에 띈다.

지난한 논쟁과 담합, 압력 의혹 끝에 인상된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의 수신료 인상과 시청률 증가가 광고 매출로 이어졌다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시사 뉴스 프로그램과 비교해 제작비를 신경쓸 수밖에 없는 예능 프로그램에 TV조선이 다시 손을 댈 수 있는 시점이 2015년인 것도 이러한 맥락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제 "강호동만 남았다"고 한다. 그러나, 유재석마저 투항(?)한 이 시점에 복귀 이후 '킬러 콘텐츠'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강호동의 행보는 화제성 면에서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보다, 지난주 나영석 PD의 백상 수상 소식에 연이어 전해진 유재석의 JTBC행은 '종편 시즌2'의 신호탄를 예고하는 것과 다름 없어 보인다.

그 신호탄이 격렬한 포탄으로 바뀔 날도 멀지 않은 듯 하다. 방송통신위원회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구체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통합시청률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정착하는 순간, 지상파의 몰락은 급속도로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다. 종편 출범 후 고작 4년 여, '다이나믹 코리아'의 방송환경 변화가 한층 더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과연 김태호 PD의 예견처럼 독이 될 것인가, 득이 될 것인가. 

유재석 종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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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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