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영화 포스터

▲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영화 포스터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1979년, 40만 호주 달러라는 저예산으로 제작된 <매드맥스>는 전 세계에서 1억 달러가 넘는 놀라운 흥행 수익을 거두며 감독 조지 밀러와 멜 깁슨을 일약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었다. 1편의 대성공에 힘입어 1981년에 <매드맥스 2>와 1985년에 <매드맥스 3>이 잇따라 선보였다.

서부 영화에서 원형을 빌려온 <매드맥스> 시리즈는 말 대신에 자동차를 몰며 추격과 충돌, 폭발을 다루었다. <매드맥스> 시리즈가 구현한 자동차 액션 시퀀스는 이전에 나온 액션 영화들과 난이도가 달랐다. 특히 <매드맥스 2>의 자동차 액션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액션 명장면을 쏟아냈다.

<매드맥스> 시리즈가 일군 결실은 기록적인 흥행 수익과 멜 깁슨이란 스타, 자동차 액션에 국한되지 않는다. 1편이 맥스 로켓탄스키(멜 깁슨 분)란 인물을 탄생시켰다면, 핵전쟁이 일어난 다음을 다룬 2편과 3편은 종말 이후의 세계를 그리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작품군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영화의 한 장면

▲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영화의 한 장면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매드맥스 3> 개봉으로부터 무려 30여 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 나왔다. 주인공 맥스 로켓탄스키(톰 하디 분)가 아내와 아이를 잃은 남자라는 설정은 이어진다. 자신이 구하지 못한 자들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는 성격도 마찬가지다. 배경은 2편과 마찬가지로 핵전쟁이 일어난 이후의 시간이다. 삶의 목표를 상실한 채로 그저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맥스가 우연한 기회에 소동에 휘말리게 된다는 얼개는 2편과 3편에서 다루어졌던 전개 과정과 유사하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이전에 나온 <매드맥스> 시리즈와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다. 우선, <매드맥스> 시리즈와 시간의 고리를 형성하지 않는다. 전편에서 맥스라는 인물과 시대 배경 정도만 빌려왔다. 그렇기에 이전 영화들을 안보아도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를 감상하는 데 불편함이 없다. 연출은 <매드맥스> 시리즈의 산파 조지 밀러가 맡았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핵전쟁으로 멸망한 22세기, 인류 생존에 꼭 필요한 물을 독차지한 임모탄(휴 키스 번 분)에게 노예로 끌려갔던 맥스가 임모탄의 폭정에 반발한 사령관 퓨리오사(샤를리즈 테론 분)의 반기에 휘말리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시리즈를 관통하던 두 세력(인물)의 대립과 충돌은 이번에도 유효하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영화의 한 장면

▲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영화의 한 장면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조지 밀러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를 만들면서 많은 고심을 했을 것이라 짐작된다. 이미 많은 포스트 아포칼립스 작품이 나온 상태이고, 액션 장르도 진화를 거듭했다. 그는 "새로운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의 해답을 수정주의 서부극에서 찾는다. 자신이 만든 <매드맥스> 시리즈에 새롭게 수정주의 서부극의 요소를 가미하여 다른 포스트 아포칼립스 작품들과 차별화를 시도한다.

퓨리오사의 희생과 함께 협력하는 여인들의 모습을 보며 점차 맥스가 잃어버린 인간성을 회복한다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입장은 남성 집단과 권력에 비판을 가하며 기존 서부극과 다른 길을 제시했던 수정주의 서부극과 흡사하다.

영화엔 퓨리오사, 임모탄의 다섯 아내, 여전사들로 구성된 부발니리 족 등으로 많은 여성 배우들이 출연하여 강한 여성상을 보여준다. 가장 강렬한 빛을 발하는 인물은 퓨리오사다. <에이리언> 시리즈의 리플리(시고니 위버 분)에 버금갈 정도로 여성 전사 퓨리오사의 강인함은 대단하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임모탄으로 분한 휴 키스 번은 <매드맥스>에서 모든 일의 원인으로 기능한 악당 '토우커터'로 출연한 바 있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서 맥스는 임모탄에게서 도망칠 것인가, 맞설 것인가란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임모탄에게 저항한다는 것은 곧 <매드맥스>에서 입은 아내와 아이의 죽음이란 상처를 치유한다는 뜻으로 연결된다.

<매드맥스> 시리즈부터 맥스를 짓누르던 죽은 자의 망령에서 벗어나 잃어버린 집으로 여자들을 인도하는 맥스를 배우 톰 하디는 거의 대사가 없는 상태에서 눈과 표정, 몸짓으로 훌륭하게 표현한다. 엄지를 치켜세우는 장면과 이름을 말해주는 장면은 영화의 최고 명장면이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영화의 한 장면

▲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영화의 한 장면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작품들, 나아가 요즘 블록버스터 영화들과 비교를 허락하지 않을 정도로 액션의 양이 대단하고, 품질도 훌륭하다. 조지 밀러 감독은 처음부터 끝까지 숨 막히는 추격전으로 이뤄진 영화를 꿈꿨다고 한다. 그의 바람대로 영화는 도입부의 탈출 시퀀스부터 눈을 사로잡고, 도망가는 퓨리오사와 그녀를 쫓는 임모탄의 추격전, 마지막에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까지 액션 장면으로 관객을 쉴새없이 몰아친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액션은 근래 다른 액션 영화와 결을 달리 한다. 여러 장인이 모여 창조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액션은 "어떤 것들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란 조지 밀러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증명한다. 아날로그의 힘을 믿고 돌진하며, 사람이 직접 부딪혀서 만든 장면이 전해주는 진실함을 이야기한다.

CG는 와이어를 지우거나, 모래바람을 만드는 정도에 사용되었다. 조지 루카스가 <스타워즈> 시리즈를 다시 만들며 기술에 함몰되었던 패착을 조지 밀러는 범하지 않는다. 그는 기술을 위한 영화가 아닌, 영화를 위한 기술이란 기본적인 사실을 잊지 않았다.

조지 밀러는 자신의 영화의 영향을 받은 포스트 아포칼립스 작품군과 액션 영화들에 또다시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 21세기 할리우드 액션 영화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 확신한다. 우리 시대의 블록버스터 걸작 리스트의 한 자리는 마땅히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몫이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조지 밀러 샤를리즈 테론 톰 하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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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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