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 훈련하는 강정호 미국프로야구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강정호가 1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브래든턴의 파이리트 시티에서 열린 스프링캠프 마지막 날 훈련에서 타격 연습을 하고 있다.

▲ 타격 훈련하는 강정호 미국프로야구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강정호가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브래든턴의 파이리트 시티에서 열린 스프링캠프 마지막 날 훈련에서 타격 연습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꿈의 무대' 메이저리그를 누비는 한국인 선수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힘겨운 4월을 보낸 강정호(피츠버그)와 추신수(텍사스)가 나란히 부활의 시동을 걸고 있는 반면, 류현진(LA 다저스)의 복귀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한 가운데 이런저런 소문만 무성하다.

선발로만 출전하면 '해결사' 모드 발동하는 강정호

강정호는 최근 한국인 메이저리거 중 최고의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11일(아래 한국시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홈 경기에 2번 타자 겸 3루수로 선발출장, 시즌 2호 홈런과 7회 결승타까지 작렬시키며 4타수 2안타 2타점으로 피츠버그의 승리를 견인했다.

강정호의 시즌 타율은 어느덧 시즌 타율 0.333까지 상승했다. 출루율 0.377, 장타율 0.521, OPS(출루율+장타율)0.898으로 모든 수치에서 메이저리그 정상급 타자로 손색없는 기록이다.

주목할 것은 교체일 때보다 선발로 나섰을때 성적이 월등하게 좋다는 점이다. 강정호는 선발로 나선 경기에서는 33타수 13안타, 타율 3할 9푼 4리를 기록했다. 올 시즌 강정호가 기록한 2개의 홈런과 9개의 타점도 모두 선발로 나왔을 때 달성한 기록이다. 또 대부분이 중요한 승부 고비에서 터져나오며 찬스에 강한 '해결사'라는 인상을 심어주는 데도 성공했다.

강정호의 기록이 더욱 돋보이는 것은 현재 피츠버그 타선에서 규정타석을 채운 3할대 타자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특히 강정호의 포지션 경쟁자로 꼽히는 조디 머서가 타율 1할 9푼 4리에 무홈런 8타점, 조시 해리슨이 타율 1할 7푼 3리에 2홈런 6타점에 그치고 있는 것도 좋은 비교대상이다.

강정호는 유격수와 2, 3루까지 넘나들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로 꼽힌다. 현재까지 수비에서도 큰 문제점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시즌 초반 많지 않은 출전 기회 속에서도 꾸준하게 자신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이제는 선발 주전이 될 자격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 강정호다.

11경기 연속 안타, 추신수 부활의 신호탄 쏘나

텍사스의 추신수 텍사스 레인저스의 추신수가 지난 2014년 7월 25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MLB)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경기 1회에 공을 친 뒤 날아가는 공을 보고 있다.

▲ 텍사스의 추신수 텍사스 레인저스의 추신수가 지난 2014년 7월 25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MLB)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경기 1회에 공을 친 뒤 날아가는 공을 보고 있다. ⓒ 연합뉴스


추신수는 4월과 5월 사이에 전혀 다른 선수로 변신했다. 4월까지 타율이 고작 0.096으로 1할에도 못 미치는 등 극도로 부진했다. 그러나 위기설에 휩싸인 추신수는 5월 들어 치른 모든 경기에서 안타를 때려내며 분풀이에 나섰다. 12일 경기까지 무려 11경기 연속 안타행진이다. 타율은 어느새 1할 9푼 4리(98타수 19안타)까지 상승했다. 불과 열흘 사이에서 타율을 1할 가까이 끌어올린 셈이다. 5월 타율만 놓고 보면 0.304(46타수 14안타)에 2홈런 8타점이다.

더 인상적인 것은 장타력이다. 추신수는 5월 들어 지난 11일 템파베이전까지 때려낸 12개의 안타 중 장타만 무려 10개(2루타 8개, 홈런 2개)나 된다. 8∼9일을 제외하곤 8경기 모두 2루타 이상의 장타를 기록했다. 11일까지 장타율은 0.634에 이른다. 시즌 초반 추신수를 괴롭히던 잔부상에서 서서히 벗어나면서 패스트볼에 대한 대처능력이 좋아졌고, 장타 생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부상 원인 못 찾은 류현진, 아시아 투수 3년 차 징크스?

 지난 2014년 8월 13일 미국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경기에서 선발투수로 나선 LA 다저스의 류현진의 모습.

지난 2014년 8월 13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경기에서 선발투수로 나선 LA 다저스의 류현진 ⓒ 연합뉴스/EPA


반면 어깨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류현진의 미래는 안갯속이다. 벌써 6주째 재활 중이지만 복귀 시기가 계속 늦춰지고 있다. 아직까지 부상의 원인도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미국 현지 언론 일부에서는 류현진의 '데드 암' 증상을 의심하기도 했다. 수년간 많은 공을 던진 투수들의 어깨 관절이 마모되는 증상을 의미한다. 류현진은 아직 20대고 메이저리그 3년 차지만, 이미 KBO 시절부터 많은 이닝을 소화한데다 부상 경력도 있다. 만일 이런 가정이 사실이라면 류현진의 전성기가 지났다는 의미이기에 심각한 문제다. 그러나 LA 다저스 구단이 류현진의 정확한 몸 상태와 향후 계획을 함구해 아직은 추측만 난무하는 실정이다.

류현진의 장기 이탈이 심상치 않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근본적으로 아시아 출신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내구력'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다. 아시아 투수들은 메이저리그에서 일시적으로 성공하더라도 장수하기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다. 일부에서는 이런 현상을 아시아 투수들의 메이저리그 3년차 징크스로 표현하기도 한다.

실제로 노모 히데오를 비롯하여 다르빗슈 유, 마쓰자카 다이스케 등 일본인 투수들은 초반 1~2년 메이저리그에 연착륙했으나 이후 부상과 슬럼프에 시달렸다. 공교롭게 류현진도 올해 메이저리그 3년차다.

아시아 투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 장수하지 못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자국 리그와 다른 메이저리그의 빡빡한 일정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국이나 일본은 메이저리그보다 경기 수가 적은 데다 이동거리 부담도 짧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장거리 이동과 짧은 휴식일에 따른 체력 부담이 더 크다. 류현진만 해도 휴식일의 차이에 따라 투구 내용의 기복이 컸다.

두 번째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아시아 선발투수들이 이미 자국리그에서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온 뒤라는 점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신인이지만 자국리그에서는 수년간 200이닝 가까이를 소화하고 어깨가 소모된 투수들이다. 이들이 더 수준이 높고 일정마저 빡빡한 메이저리그에서 2~3년 내에 탈이 나는 것은 놀라운 일도 아니다.

아시아 투수로서 장수한 보기 드문 예로, 아시아 투수 최다승 기록 보유자인 박찬호가 있다. 박찬호는 한국 프로야구를 거치지 않고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성장한 케이스였다. 하지만 그런 박찬호조차 풀타임 메이저리거 시절을 기준으로 하면 실질적인 전성기는 길지 않았다. 이런 전례를 감안할 때, 일각에서는 류현진이 지난 2년간의 성공에 안주해 자기관리에 소홀했던 게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을 보낸다.

류현진의 복귀가 늦어지며 다저스도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당초 선발진이 최대 강점으로 여겨졌던 다저스는 류현진의 장기 이탈에 이어 임시선발들도 잇단 부상에 허덕이며 로테이션이 붕괴 위험에 빠졌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마저 초반 부진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류현진의 빈 자리가 더욱 크게 다가온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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