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팬들은 '노경은총'의 재림만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 2월 스프링캠프에서 라이브 피칭 도중 타구에 맞아 턱 골절상을 입었던 노경은이 생각보다 빠른 시일 내로 1군에 호출됐다. 그러나 두산팬들의 바람과는 달리 노경은의 복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두산 불펜의 과부하는 풀리지 않았고, 오히려 더 심화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달 28일 잠실 kt전 복귀 첫 등판에서 세 타자를 상대하며 1이닝 동안 2탈삼진 '퍼펙트투'를 펼쳤다. 이때만 하더라도 정상적인 몸상태로 돌아왔다는 기대에 한껏 부풀어 있었는데, 문제는 그 이후였다. 1일 삼성전을 시작으로 8일까지 5월에 총 다섯 경기에 등판하며 투구 내용이 썩 좋지 않았다. 지난해보다 나아졌다는 생각도 잠시뿐이었다.

​여기에 불펜의 핵심요원 김강률까지 1일 삼성전에서 아킬레스건 부상을 당해 올 시즌 잔여경기 등판이 어려워졌다. 셋업맨 역할을 해 줘야 하는 김강률의 부재로 노경은의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5월 말을 전후로 이현승이 복귀할 가능성이 높지만 불펜의 불안함을 씻어준다는 보장은 없다.

노경은에게 주어진 자리, 지금이 최선일까

두산 노경은 구원투수로 돌아온 노경은, 제구 불안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위 사진은 저작권자의 동의를 구했으며, 무단 배포 및 복제를 금합니다.

▲ 두산 노경은 구원투수로 돌아온 노경은, 제구 불안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위 사진은 저작권자의 동의를 구했으며, 무단 배포 및 복제를 금합니다. ⓒ 박중길


​올 시즌을 앞두고 스프링캠프부터 김태형 감독은 지난해 부진했던 노경은을 마무리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확고하게 가지고 있었다. 윤명준·함덕주가 물망에 올랐음에도 구위와 경험 면에서 더 높이 평가받았고 이용찬과 홍상삼(이상 입대), 정재훈(롯데) 세 선수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적임자로 손꼽혔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한 노경은의 이탈이 발생하자 '플랜B'로 윤명준을 대체 마무리로 지목하며 시범경기부터 함덕주-김강률-윤명준으로 이어지는 필승조가 구축됐다. 들쑥날쑥한 제구만 해결된다면 지난해보다 훨씬 탄탄한 불펜 구성이 가능했다. 결국엔 세 투수 모두 필승조의 임무를 지고 한 시즌을 풀타임으로 뛰는 건 올시즌이 처음이고, 제구 불안이라는 잠재적인 요소에 매번 노심초사했다.

하루라도 빨리 노경은의 복귀가 간절했던 이유다. '달라진 노경은이 온다면 조금은 나아지겠지'라는 생각이 팬들과 선수단에서 나왔고, 코칭스태프 역시 매일 노경은의 몸상태를 체크하며 복귀를 기다렸다. 예상보다 복귀 시점이 빨라지며 과부하 위기에 봉착한 두산 불펜에 한 줄기의 빛과 같은 존재가 되어줄 것으로 전망됐지만, 복귀 전후 두산 불펜의 사정엔 큰 차이가 없다.

<표>8일까지 노경은의 등판일지 두산 노경은의 1군 등록 이후 8일 경기까지의 등판일지.

▲ <표>8일까지 노경은의 등판일지 두산 노경은의 1군 등록 이후 8일 경기까지의 등판일지. ⓒ 유준상


두 번째 등판이었던 1일 삼성전부터 제구 불안을 드러냈다. 2타자를 상대하며 피안타 한 개, 사사구 하나를 허용하며 2실점을 기록했고 이튿날 0.2이닝 무실점 퍼펙트투에도 잠실로 돌아온 이후 5일 LG전에서 0.1이닝 2피안타 1실점, 6일 LG전 0.0이닝 1피안타 1사사구, 8일 한화전 0.2이닝 2피안타 1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6경기 2.2이닝 평균자책점 10.13,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은 3.00까지 치솟았다. 한 이닝에 세 명 꼴로 주자의 출루를 허용한 셈. 피안타율 역시 4할로 다소 높은 수치를 보였다. 그 이유가 빠른 복귀시점일 수도 있고, 고질적인 제구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결론적으로 노경은의 보직 전환은 별다른 효과를 낳지 못했다.

어디까지나 투수의 보직은 감독과 투수코치의 권한이다. 하지만 노경은은 그렇게 부진에 시달리던 지난 시즌까지도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했던 투수다. 부상까지 겹치며 시즌 초부터 유독 꼬이는 일이 많았고 불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이 쯤 되면 노경은의 지금 자리가 진짜 어울리는 자리인지 의구심이 든다.

젊은 투수들의 등장, 반갑기는 하지만...

​장원준과 김강률이 2군에 내려간 사이 김수완과 양현이 1군에 올라갔다. 1군 등록 이후 양현은 몇 차례 구원으로 등판했고, 김수완은 9일 잠실 한화전 선발로 내정됐다. 장원준의 빈 자리를 메울 투수로 낙점된 것인데 그동안 임팩트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팬들의 기대가 그리 높진 않다.

이 두 투수와 더불어 이현호, 진야곱 두 명의 젊은 좌완이 덕아웃에 앉아있다. 이현호는 6~7회 이후 경기 후반 모습을 드러냈고 진야곱은 이현승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임시 5선발로 활약 중이다. 신인드래프트 당시만 하더라도 기대를 모았던 두 투수는 조금이나마 두산 불펜의 부담을 덜어냈다. 군입대 전에 비해 전반적으로 좋아졌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김강률까지 이탈하며 기존 투수들의 부담감은 더욱 가중됐다. 분위기 쇄신 및 불펜 안정화 차원에서 시즌 개막 이후 몇 차례 구원투수를 엔트리에서 등록 및 말소를 하면서도 윤명준과 함덕주 두 투수는 필승조라는 울타리에서 둘러싸여 꾸준하게 안정감 있는 피칭을 보여주지 못했다.

두산 마무리 윤명준 ???김태형 감독은 향후에도 윤명준을 마무리로 기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노경은의 보직은 당초 예상과 다르게 셋업맨으로 굳혀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고민은 계속돼야 한다. 위 사진은 저작권자의 동의를 구했으며, 무단 배포 및 복제를 금합니다.

▲ 두산 마무리 윤명준 ???김태형 감독은 향후에도 윤명준을 마무리로 기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노경은의 보직은 당초 예상과 다르게 셋업맨으로 굳혀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고민은 계속돼야 한다. 위 사진은 저작권자의 동의를 구했으며, 무단 배포 및 복제를 금합니다. ⓒ 박중길


일단 김태형 감독은 권명철 투수코치와의 오랜 논의 끝에 윤명준을 계속 마무리로 밀고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노경은의 구위가 올라오지 않자 시즌 초반부터 마무리를 맡던 윤명준 쪽으로 무게가 기울어졌다. 팀 블론세이브 공동 1위(5회), 한때 더블 스토퍼와 집단 마무리 체제까지 거론된 두산 불펜의 현재다.

장기적으로 보자면 양현을 비롯해 젊은 투수들의 등장은 반가운 측면이 존재한다. 가뜩이나 좋은 자원이 많지 않은 두산에게 투수 한 명은 야수 두 명 그 이상의 값어치가 있다. 실제로 불안한 불펜을 해결하기 위해 엔트리 변화뿐만 아니라 즉시 전력감으로 쓸 수 있는 투수에 초점을 맞춰 다른 팀들과의 트레이드를 시도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하지만 이렇다 할 반전의 계기를 만들지 못한 두산 불펜은 4월 중후반과 다르게 다시 예전의 모습을 되찾아가는 듯하다. 지난해 이 즈음 마운드의 붕괴로 속이 타던 것과 별 다를 바가 없다. 단순히 투수코치를 바꿔서 해결될 문제라면 진작에 교체됐지만 지금의 문제를 풀 수 있는 건 코칭스태프 교체가 아니다. '노경은 카드 활용법' 연구, 마운드 전체의 안정화를 위해서라도 이제는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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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위 기사는 유준상의 뚝심마니Baseball(blog.naver.com/dbwnstkd16)에도 게재되었습니다.
프로야구 KBO리그 두산베어스 마무리 노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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