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4경기 연속 매진을 기록한 만원 관중 앞에서 3연승을 내달렸다.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한화 이글스는 2일 대전 한화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서 선발 배영수의 호투와 최진행, 정근우의 홈런에 힘입어 5-3으로 승리했다.

롯데를 상대로 일찌감치 위닝시리즈를 만든 한화는 5월 들어 본격적으로 승수를 쌓아가고 있다. 한화의 3연승만큼이나 기쁜 소식은 시즌 개막 후 부진을 면치 못하던 FA투수 배영수가 6경기 만에 드디어 시즌 첫 승을 올렸다는 점이다.

'푸른 피의 에이스' 배영수, 자존심에 상처 입고 대전행

배영수는 '푸른 피의 에이스'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삼성 라이온즈를 대표하던 투수다. 15년 동안 삼성 유니폼을 입고 활약하는 동안 124승을 올린 배영수는 역대 삼성의 팀 역사에서 가장 많은 승리를 올린 투수이기도 하다.

배영수는 삼성 유니폼을 입고 두 번의 다승왕(2004, 2013년)과 한 번의 정규리그 MVP(2004년), 그리고 7번의 한국시리즈 우승 등 누구보다도 화려한 시절을 보냈다. 삼성이 사랑하고, 삼성을 사랑하는 대표 투수가 바로 배영수였다.

하지만 작년 시즌이 끝난 후 FA자격을 얻은 배영수는 삼성 구단으로부터 만족스런 제의를 받지 못했다. 구단은 15년간 124승을 올리며 팀에 기여한 부분보다는 작년 시즌 8승 평균자책점 5.45로 부진한 점을 강조한 것이다.

후배인 안지만이 65억 원, 윤성환이 80억 원에 계약을 체결한 것도 배영수의 상대적 박탈감을 키우기에 충분했다. 결국 배영수는 삼성과의 우선 협상에 실패하고 시장에 나와 자신의 가치를 평가 받기로 결정했다.

삼성팬들은 배영수의 복귀를 염원하는 광고를 게재하는 등 배영수에 대한 미련의 끈을 놓지 않았지만 배영수의 행선지는 대구가 아닌 대전이었다. 배영수는 작년 12월3일 타구단 협상 마지막날 3년 21억5000만 원의 조건에 한화와 계약을 체결했다.

사실 현실적으로 전성기가 지난 배영수가 한화의 투수진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였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은 배영수의 풍부한 경험과 자존심 회복을 위한 의지에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며 올 시즌 활약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17타자 연속 범타를 기록한 16년 차 배영수의 노련한 투구

큰 기대를 가지고 시즌을 시작했지만 배영수의 4월은 잔인하기만 했다. 선발로 2회, 불펜으로 3회 등판한 배영수는 9.2이닝 동안 14점(13자책)을 내주며 12.10이라는 수준 이하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4월10일 롯데의 시즌 첫 선발 등판 경기에서는 4.2이닝 동안 7점을 내줬고 23일 LG트윈스전에서는 3이닝도 채 버티지 못했다. 선발 한 자리를 맡아줄 것으로 기대했던 김성근 감독의 구상이 어긋나는 부진이었다.

그럼에도 김성근 감독은 5월 한화의 운명을 책임질 키 플레이어로 미치 탈보트와 송은범, 배영수를 지목했다. 그리고 만원관중이 들어 찬 5월의 2번째 날, 김성근 감독은 배영수를 선발로 내세웠다.

배영수는 이날 6.1이닝 동안 롯데 타선을 3피안타 7탈삼진 2실점으로 틀어 막으며 한화 유니폼을 입고 첫 승을 거뒀다. 이어 등판한 박정진이 정훈에게 2타점 2루타를 맞으며 배영수의 자책점이 2점이 됐지만 배영수는 마운드에 있는 동안 1점도 내주지 않았다.

이로써 배영수는 통산 125승을 기록했다. 현역 최다승 투수인 배영수는 김시진 전 감독과 정민태(한화 투수코치)를 제치고 역대 최다승 단독 7위로 뛰어 올랐다. 특히 1회 2사 후부터 7회 1사까지 무려 17타자 연속 범타처리를 하는 노련한 투구를 이어갔다.

배영수는 86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스트라이크를 60개나 던질 정도로 적극적인 투구를 펼쳤고 빠른 공이 시속 145km까지 나왔을 정도로 위력도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4월의 부진을 씻고 선발 투수로서 자신감을 회복한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

타선에서는 3번 좌익수로 출전한 최진행이 결승 투런 홈런을 포함해 1안타 3볼넷으로 맹활약했고 2루수 정근우도 시즌 마수걸이 홈런을 신고했다. 다만 박정진과 권혁이 3일 연속 등판을 하면서 일요일 경기의 부담이 커진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롯데는 선발 브룩스 레일리가 홈런 2개를 맞으며 6이닝 5실점(4자책)으로 부진했고 타선도 배영수의 호투에 막혀 빈타에 시달렸다. 7회 정훈과 오승택의 연속 적시타로 3점을 따라가긴 했지만 초반에 내준 5점의 스코어를 극복하지 못하고 연패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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