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9일 잠실구장,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롯데와 두산의 정규시즌 4차전을 보려는 팬들로 야구장 주변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인천에 거주하는 두산팬 A씨도 부푼 마음을 가득 안고 야구장을 찾았다. A씨의 손에는 스마트폰이 꼭 쥐어져 있었고, 야구장에 도착하기 전까지 주요 소식들과 선발 라인업을 확인하느라 손과 눈이 바쁘게 움직였다.

​1회초 롯데 자이언츠의 선두타자 짐 아두치가 기습번트를 시도했고 이 타구를 두산 베어스 3루수 최주환이 대시해 처리, 접전 끝에 아두치는 간발의 차로 아웃되었다. 그러자 롯데 벤치에서는 곧바로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고, 장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A씨도 판독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굉장히 궁금했고, 지체없이 스마트폰을 꺼내들어 DMB를 실행했다.

외야에서 바라본 문학구장 지난 3월 21일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시범경기 넥센과 SK의 1차전이 열리고 있는 문학구장. 위 사진에 대한 무단 복제 및 배포를 금합니다.

▲ 외야에서 바라본 문학구장 지난 3월 21일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시범경기 넥센과 SK의 1차전이 열리고 있는 문학구장. 위 사진에 대한 무단 복제 및 배포를 금합니다. ⓒ 유준상


​그런데 이게 웬일. 전 구장 중에서 유일하게 잠실 경기만 DMB로 중계되지 않았다. 아무리 채널을 돌려봐도 결과는 똑같았다. 결국 합의 판정이 끝날 때까지 발을 동동 구르며 주변에 있던 팬들의 스마트폰으로 시선이 향할 수밖에 없었다. A씨뿐만 아니라 실제로 올시즌 야구팬들 사이에서 DMB 중계와 관련해 이런저런 말이 오가고 있는 상황이다.

DMB 이용빈도 많은 야구팬들, 적잖게 당황했다

​2010년 이후 뉴미디어의 영향력이 급격하게 커지면서 DMB의 입지가 좁아진 것은 사실이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은 물론이고 인터넷방송 아프리카TV에서도 좋은 화질로 팬들이 시청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특히 아프리카TV의 경우 일반 중계의 틀에서 벗어나 전문 방송인이 아닌 일반 BJ(Broadcasting Jockey)들이 중계를 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불러오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야구를 보기 위해 DMB를 찾는 팬들은 존재한다. 특히 스마트폰 사용이 쉽지 않은 60, 70대 야구팬들로선 그저 답답할 노릇이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는데 하루에 네 경기에서 다섯 경기로 딱 한 경기가 늘어나면서 두 개 팀의 팬들은 DMB로 경기 시청이 불가능하다.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뉴미디어 시장과 전 경기를 중계중인 케이블 채널과는 상황이 다르다.

​2000년대 후반 프로야구의 인기가 한층 올라가면서 DMB 채널들도 '팬심(心) 잡기'에 총력을 다했다. 경기 하이라이트 및 분석 프로그램을 제작 및 편성하고 케이블 채널의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도록 발빠르게 움직였다. 일부 DMB 채널에서는 실제로 케이블 채널의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을 편성해 야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케 했다.

​2009년 WBC 준우승으로 정점에 달한 '야구 인기'에 DMB로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경기장에 직접 가지 못하는 직장인들은 퇴근길에 본인이 좋아하는 팀의 경기를 시청하며 응원을 보냈다. 야구장에서 관람하는 팬들 역시 방송사의 해설을 듣기 위해 DMB를 실행했다.

​그러한 분위기에 변화가 감지된 것은 지난 2011년 12월 1일 종합편성채널 개국을 전후로 발견됐다. JTBC, 채널A, TV조선이 첫 선을 보였고 통신사로 더 잘 알려진 연합뉴스가 '연합뉴스채널'을 개국하는 등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 그러자 DMB 시장도 이에 따라 요동치기 시작했고 일부 채널들이 종합편성채널과 손을 잡는 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13년까진 QBS, U1, U1 PLUS, MBN 총 네 개의 채널이 중계를 내보냈는데, 지난해부터 U1 PLUS와 MBN 그리고 U1이 합병해 U1 DMB라는 이름으로 합쳐졌고 mYTN과 WOW-TV(한국경제TV)가 새로 합류했다. 기존에 중계를 담당하던 QBS가 JTBC와 손을 잡으며 저녁 시간대에 KBO리그가 아닌 'JTBC 뉴스룸'을 편성했지만 다행히도 MBC SPORTS+가 DMB 채널을 신설하며 '중계 대란' 우려는 막았다. 문제는 일단락되며 보지 못한 시한폭탄이 올해로 넘어왔다.

잠실구장 테이블석 지난해 10월 1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7even 프로야구 SK와 두산의 경기가 열리고 있다. 3루 테이블석의 모습이다. 위 사진에 대한 무단 복제 및 배포를 금합니다.

▲ 잠실구장 테이블석 지난해 10월 1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7even 프로야구 SK와 두산의 경기가 열리고 있다. 3루 테이블석의 모습이다. 위 사진에 대한 무단 복제 및 배포를 금합니다. ⓒ 유준상


​​이와 같은 소식을 듣지 못한 야구팬들은 당황한 채로 채널을 돌려봐도 경기를 볼 수 없어 발을 동동 굴렀다. 홈쇼핑 채널이나 TBN, 혹은 QBS JTBC의 막판 합류를 기대해봤지만 성사되지 못한 채 적어도 올시즌 내내 하루에 한 경기는 DMB가 아닌 다른 통로를 찾아봐야한다.

DMB보다 뉴미디어? 꼭 그렇지는 않다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로 하루에 온라인으로 야구를 보는 팬들을 어림잡아 추산하더라도 10만여 명이 훌쩍 넘는다. 거기에 케이블 채널, TV로 시청하는 것까지 고려한다면 중계를 시청하는 팬들의 수는 굉장히 많다. DMB 역시 한 몫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오랫동안 야구팬들의 창구와도 같은 역할을 해 왔다.

​직장인들뿐만 아니라 학원을 오가는 학생들, 장시간 운전석에 앉아있는 택시운전사들도 틈틈히 경기를 지켜본다. 그런데 이들은 대부분 온라인보다도 DMB를 주로 선호하는 편이다. 왜 그럴까. 결정적으로 뉴미디어를 통한 시청은 '고화질'을 보장하지만 그에 따른 데이터 사용이 뒤따른다. 스마트폰 이용자, 혹은 통신사마다 요금제는 천차만별인데 데이터가 많이 나간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야구를 좋아하는 고등학생 B군은 "야자(야간자율학습)를 끝내고 올 때 경기진행상황을 중계로 보고 싶은데, DMB 중계가 없으면 꾹 참고 집까지 가서 본다. 포털이나 인터넷 방송으로 야구를 시청하면 생각보다 데이터가 많이 나가서 깜짝 놀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처음에는 화가 나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직장인 C씨는 "퇴근할 때 기사는 포털사이트로 읽어본다. 그러나 5~10분 읽는 데에 얼마나 데이터가 소모되겠는가. 중계를 한 번 보면 적어도 10분 이상은 보는데, 나도 모르게 데이터가 빠져나간다. 한 번은 요금 청구서가 나왔는데, 너무 가격이 많이 나와 깜짝 놀랐다. 알고 보니 포털로 야구를 장시간 시청했던 게 독이 되지 않았나"며 본인의 경험을 밝히기도 했다.

​포털도 포털이지만 최대 3000K까지 고화질로 시청이 가능한 아프리카TV는 데이터 소모가 많은 어플리케이션으로 유명하다. 와이파이 환경에선 별다른 걱정없이 사용해도 괜찮은데 와이파이 없이 시청 시엔 상당한 데이터 소모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야구를 놓칠 순 없는 심정에 저절로 손은 중계 시청을 향해 움직인다.

​하루에 5경기 중 4경기나 중계되는 게 어떻게 보면 다행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단 한 경기를 못 본다는 이유로 불평한다는 건 혹자에겐 하찮게 들릴 법도 하다. 그러나, 프로야구라는 콘텐츠를 사랑하는 야구팬들이라면 어느 누구더라도 지금의 DMB 중계 환경이 만족스럽다고 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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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위 글은 유준상의 뚝심마니Baseball(blog.naver.com/dbwnstkd16)에도 동시 게재되었습니다.
프로야구 KBO리그 D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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