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중근 등장 지난 3월 19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2015 KBO리그 시범경기 넥센 대 LG 경기. LG 세번째 투수 봉중근이 8회말 역투하고 있다.

▲ 봉중근 등장 지난 3월 19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2015 KBO리그 시범경기 넥센 대 LG 경기. LG 세번째 투수 봉중근이 8회말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프로야구 LG 트윈스 마무리투수 봉중근(35)의 부진이 심각하다. 봉중근은 지난 7일 대전 한화전에서 연장 11회, 3-3 동점 상황에서 등판했다. 하지만 나이저 모건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고 또다시 고개를 숙였다.

양상문 LG 감독은 박빙의 승부가 이어지던 경기 종반에도 봉중근을 되도록 아끼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지난 경기에서 연달아 부진했던 봉중근의 심적 부담을 고려하는 모습이었다. 승리가 확실해지기 전까지는 봉중근의 기용을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팽팽한 승부가 이어지던 11회 말이 되면서, LG로서도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봉중근 외에는 가동할 수 있는 불펜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런데 봉중근이 마운드에 올라서면서 그라운드의 분위기는 묘하게 흘러갔다. 불안한 쪽은 오히려 LG였고, 한화는 오히려 자신감을 찾는 모습이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봉중근은 등판하자마자 이용규에게 안타를 맞았다. 송주호의 희생번트로 1사 2루가 되자 최진행을 고의사구로 내보냈지만, 이시찬에게 또 안타를 내주며 1사 만루까지 몰렸다.

결국 마지막 타자인 나이저 모건에게까지 내야안타를 허용하며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이날 경기에서 봉중근을 상대하기 전까지, 모건은 세 번 연속 득점권 찬스에서 삼진과 범타로 물러났다.

양 팀 합쳐 13명의 투수를 동원할 정도로, 승리에 대한 강한 열정을 드러냈던 혈전이었다. 하지만 경기는 봉중근의 손끝에서 허무하게 막을 내리고 말았다.

계속되는 구원 실패... '수호신' 위용은 어디에?

더 이상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상황이 가볍지 않다. 봉중근은 올 시즌 개막 이후 4차례 마운드에 올랐는데 등판할 때마다 전부 실점했다. 지난달 29일 광주 KIA전에서 브렛 필에게 끝내기 역전 투런 홈런을 맞고 첫 블론 세이브를 범했다. 이어 3일 잠실 삼성전에선 연장 10회에 박한이에게 결승타를 내줬다.

봉중근이 유일하게 구원에 성공한 것은 4일 삼성전이다. 하지만 9회 초 3-0의 여유 있는 리드 상황에서 등판하고도 최형우에게 2점 홈런을 맞는 등 고전한 끝에 가까스로 세이브를 올렸다. 4경기 동안 고작 1.2이닝을 소화하면서 7안타 2홈런 6실점을 내줬다. 평균자책점은 무려 32.40에 달한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봉중근은 2012년 마무리로 전향한 이래 3년간 국내 최고의 수호신 중 하나로 군림했다. 2012년과 2013년에는 1점대 이하의 자책점을 기록했고, 타고투저 열풍이 극에 달했던 지난해에도 50경기에서 2승 4패 30세이브 자책점으로 2.90으로 분전했다.

마무리 투수들도 고전을 면치 못했던 지난 시즌, 풀타임 마무리 중 2점대 이하의 자책점은 봉중근이 유일했다. 3년간 매 시즌 평균 2개 이하의 피홈런을 내줬던 봉중근이 올해는 벌써 4경기 만에 2개의 홈런을 내줬다. 문제의 심각성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봉중근의 부진 원인은 무엇일까. 일단 구속과 제구력의 불균형을 꼽을 수 있다. 봉중근은 2011년 팔꿈치 수술 이후 저하된 구속을, 노련하고 과감한 수 싸움과 제구력으로 만회해왔다. 반대로 제구력이 받쳐줬기에 시속 140km대 초반이 안 되는 패스트볼로도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는 몸쪽 직구 승부가 가능했다.

올 시즌 초반에는 상황이 이상하게 꼬였다. 원래 봉중근은 선발 시절에도 시즌 초반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시간이 걸리는 스타일이었다. 구속이 아직 올라오지 않은 상황에서 제구도 마음처럼 되지 않다 보니 타자들과의 타이밍 싸움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다.

투구 템포가 느려지고, 잦은 1루 견제와 소극적인 피칭 등 불필요한 군더더기 동작들이 많아졌다. 그만큼 공에 자신감이 부족하다는 증거다. 봉중근이 올 시즌 새로운 병기로 장착했다는 포크볼 등은 정작 실전에서 던지는 모습을 보기 힘들다. 첫 경기부터 계속 실점하게 되면서 위축되다 보니, 모험을 하지 못하고 승부를 피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양상문 감독은 아직 봉중근의 보직 변경 등에 대해서는 크게 고려하지 않는 듯한 모습이었다. 물론 비시즌 내내 준비해온 마운드 운용을 몇 경기 부진만으로 갑작스럽게 개편한다면 오히려 더 큰 혼란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봉중근이 자리 잡기 전까지 오랫동안 마무리 문제로 고민해왔던 LG로서는, 당장 봉중근을 대체할 뒷문 자원도 마땅치 않다. 무엇보다 마운드의 기둥이자 베테랑인 봉중근의 사기 역시 고려해야할 부분이다.

하지만 이대로 자신감이 떨어진 봉중근을 억지로 끌고 갈지는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다. 한시적으로라도 불펜에서 제외하여 컨디션을 끌어올릴 시간을 주거나, 아예 2군으로 잠시 보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지난 시즌 삼성 임창용이나 넥센 손승락도 연이은 블론 세이브로 위기설이 거론된 바 있다.

시즌은 길고 이제 막 시작했다. 만일 봉중근의 부진이 구위보다 심리적인 문제가 더 크다면, 눈앞의 1승보다 선수 자신을 추스를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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