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통합 4연패를 이끈 주역 장원삼이 개인 통산 100승 고지를 밟았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삼성 라이온즈는 지난 7일 대구 시민운동장 야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 경기에서 선발 장원삼의 호투와 2타점을 올린 최형우의 활약에 힘입어 3-1로 승리했다.

시즌 첫 등판에서 6.1이닝 3피안타 3사사구 6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한 장원삼은 통산 238번째 등판에서 100번째 승리를 달성했다. 통산 100승은 역대 24번째 기록으로 좌완 투수로 한정하면 '전설' 송진우에 이어 역대 2번째로 나온 대기록이다.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던 장원삼의 시작

 27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넥센과 삼성의 경기. 삼성 선발투수 장원삼이 역투하고 있다. 2012.7.27

개인 통산 100승을 달성한 장원삼 ⓒ 연합뉴스


지금은 7억5000만 원의 연봉을 받는 스타 선수지만, 사실 장원삼의 선수 생활이 시작부터 화려했던 것은 아니다. 장원삼은 용마고 졸업반이던 200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1라운드, 전체 89순위로 현대 유니콘스에 지명됐다.

2006년 경성대 졸업 후 현대에 입단한 장원삼은 한기주(KIA타이거즈), 유원상(LG트윈스) 같은 입단 동기들에 비해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장원삼은 입단 첫해 12승 10패 평균 자책점 2.85의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지만, 장원삼의 대활약은 같은 해 '트리플크라운(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1위)'을 달성한 '괴물' 류현진(LA다저스)에게 묻히고 말았다.

유니콘스에 이어 히어로즈에서도 외로운 에이스로 활약하던 장원삼은 2010 시즌을 앞두고 삼성으로 트레이드된 후 봄날이 찾아왔다. 이적 첫해 13승을 올린 장원삼은 2012년 17승 6패 3.55의 성적으로 다승왕과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독차지했다.

특히 장원삼은 큰 경기에서 유난히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장원삼은 2011년부터 작년까지 4번의 한국 시리즈에서 총 6번 선발 등판해 3승 평균자책점 1.23이라는 비상식적인 성적을 기록했다. 2011년 아시아 시리즈에서는 홀로 2승을 따내며 MVP를 차지하기도 했다.

장원삼은 꾸준한 활약을 인정받아 2013 시즌이 끝나고 삼성과 4년 60억 원에 FA계약을 체결했다. 장원삼은 계약 첫 해 허리 통증에 시달리며 24경기 등판에 그쳤지만 11승5패 4.11의 준수한 성적으로 삼성의 4연패에 큰 힘을 보탰다.

장원삼은 올 시즌을 앞두고 시범 경기에서 2경기 등판해 2패 7.00으로 부진했지만, 아무도 장원삼의 올해를 걱정하지 않았다. 장원삼은 개막에 맞춰 스스로 몸 상태를 끌어 올리는 능력을 가진 투수이기 때문이다(실제로 장원삼은 지난 10년간 시범 경기에서 단 1승도 올리지 못했다).

시즌 첫 등판에서 통산 100승 달성, 현역 5호 기록

지난해까지 통산 99승을 올렸던 장원삼은 애초 지난달 31일 kt위즈 전에서 통산 100승에 도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장원삼은 등 부위에 가벼운 담 증세를 호소했고 류중일 감독은 선수 보호 차원에서 장원삼의 등판을 한 차례 쉬게 했다.

장원삼은 LG트윈스와의 주말 3연전까지 등판을 미루며 완벽하게 몸을 만들었고, 지난 7일 롯데전에서 시즌 첫 등판을 했다. 안방인 대구에서 편한 마음으로 100승에 도전하라는 류중일 감독의 배려였다.

롯데의 선발 조쉬 린드블럼은 5회까지 삼진 8개를 잡아내며 삼성 타선을 힘으로 압도했다. 반면에 장원삼은 2회 2사 2, 3루, 3회 2사 1루, 4회 1사 1루 등 거의 매 이닝 주자를 내보내며 쉽지 않은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6회 2사까지 116개의 공을 던진 린드블럼은 6회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왔지만 장원삼은 97개의 효율적인 투구수로 7회 1사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삼성은 신용운, 안지만, 임창용이 남은 2.2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틀어 막으며 장원삼의 100번째 승리를 지켜냈다.

2012년 다승왕 출신에 한국 시리즈에서 극강의 성적을 기록했다고는 하지만, 사실 장원삼의 프로 생활은 화려함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구속이 썩 빠른 것도 아니고 땅볼을 많이 유도하는 타입도 아니다. 하지만 뛰어난 제구력과 완급 조절, 그리고 타자와의 수 싸움에 능한 지능적인 투구는 단연 국내 최고 수준이다.

이런 영리한 투구 덕분에 장원삼은 불같은 강속구 없이도 큰 경기에서 유난히 삼진을 많이 잡는 투수로도 유명하다. 게다가 프로 데뷔 후 꾸준히 선발 투수로 활약하면서 연평균 26경기에 등판한 뛰어난 체력도 장원삼이 프로 데뷔 10년 만에 100승을 올릴 수 있었던 비결이다.

현역 선수 중에서 100승을 달성한 투수는 단 5명(배영수, 손민한, 임창용, 박명환, 장원삼)에 불과하다. 그 중에서 최근 3년 동안 두 자리 승수를 달성한 투수는 장원삼이 유일하다. '소리 없이 강한 사나이' 장원삼의 활발한 승수 쌓기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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