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는 OB시절이던 지난 1995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이후 이듬해 곧바로 최하위로 추락했다. KBO리그 33년 역사에서 전년도 우승팀이 이듬해 꼴찌로 추락한 것은 1996년의 OB가 유일하다.

하지만 작년 시즌 베어스 팬들이 느낀 실망감은 1996년의 그것보다 더 심했다.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던 FA 3명을 포기했고, 어렵게 키운 토종 에이스 노경은은 109.2이닝 동안 110점을 내줄 때까지 방치했다. 결국 노경은은 작년 시즌 최다패 투수가 됐다.

물론 이 모든 추락의 원인을 송일수 전 감독 한 명에게만 돌리긴 어렵다. 하지만 감독은 성적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다. 팬들에게 어떤 희망도 주지 못한 송일수 감독은 결국 부임 1년 만에 경질됐다. 2013년 두산을 준우승으로 이끌었던 김진욱 전 감독의 지도력에 대한 재평가는 덤이었다.

두산은 OB시절 주전 마스크를 썼던 김태형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앉혔다. 주요 선수들의 이적과 군 입대 등으로 인한 전력공백도 만만치 않다. 이를 만회하고 명예회복에 나서기 위해 FA 시장에 뛰어들어 거액을 투자했다. 과연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2015년의 두산은 어떤 성적표를 받게 될까.

[투수] 장원준 합류로 탄탄해진 선발진... 불펜은 살얼음

 지난 14일 오전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시범경기 케이티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두산 선발 투수 장원준이 역투하고 있다.

지난 14일 오전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시범경기 케이티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두산 선발 투수 장원준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현역 시절 명투수였던 김진욱 감독과 정명원 투수코치(현 kt 위즈)는 두산 부임 후 마운드 강화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우완 노경은과 좌완 유희관 같은 선발 투수를 발굴했고 홍상삼·오현택·윤명준 같은 미완의 대기들을 불펜의 중심으로 성장시켰다.

하지만 송일수 감독이 지휘한 지난 1년 동안 두산의 마운드는 순식간에 무너졌다. 외국인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와 유희관 그리고 불펜을 홀로 이끈 윤명준 정도를 제외하면 기대만큼의 활약을 해준 선수를 찾기가 힘들 정도이다.

이에 두산은 FA시장에서 84억 원을 투자해 롯데 자이언츠의 좌완 에이스 장원준을 영입했다. 150이닝과 10승을 보장하는 검증된 선발투수가 합류하면서 두산은 니퍼트, 장원준, 유니에스키 마야, 유희관으로 이어지는 탄탄한 선발진을 구성했다. 이현승이 손가락 부상을 당하며 이탈한 5선발은 경찰청에서 전역한 진야곱이 맡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두산의 진짜 문제는 불펜에 있다. 이용찬(상무)과 홍상삼(경찰청)의 군 입대, 정재훈(롯데)의 이적으로 두산의 필승조는 완전히 새 판을 짜야 하는 입장이다. 어쩌면 올 시즌 두산은 불펜진의 난조로 인해 선발 투수들의 승수 쌓기에 지장을 받는 상황이 자주 연출될 수도 있다.

그나마 함덕주, 장민익 등 유망주들의 성장과 진야곱, 이현호의 전역으로 왼손 투수들이 많아진 점은 희망적인 부분이다. OB시절부터 좌투수난에 시달렸던 두산에게는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특히 3년 차 함덕주는 뛰어난 제구력과 구위를 앞세워 필승조로 낙점됐다.

팔꿈치 수술 후 주로 선발로만 활약했던 투수조 최고참 이재우는 정재훈의 이적으로 불펜으로 돌아갈 확률이 높다. 비록 과거처럼 시속 150km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던지기는 힘들겠지만 통산 305경기 출전 59홀드를 기록한 이재우의 '경험'은 두산 마운드에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타선] 2명의 예비FA와 루츠의 가세... 타격 업그레이드 노린다

작년 시즌 두산의 마지막 자존심은 팀 타율 .293(3위)를 기록한 타격이었다. 두산은 작년 시즌 무려 6명의 3할 타자를 배출했고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에 선발된 3명의 선수(민병헌, 김현수, 오재원)가 모두 주전 멤버로 활약했다.

'타점 먹는 돌격대장' 민병헌의 파트너가 오재원이 될지 정수빈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두산 테이블세터의 생산력은 올해도 최고 수준이다. 특히 '잠실 아이돌' 정수빈은 군 입대까지 미루면서 올 시즌 자신의 자리를 확고히 굳히겠다는 각오다.

'예비FA' 김현수와 오재원, 모범 FA 홍성흔의 변함없는 활약이 기대되는 가운데 호르헤 칸투 대신 영입한 외국인 타자 잭 루츠에 대한 기대가 크다. 루츠는 뛰어난 3루 수비와 발군의 장타력 그리고 한국야구를 대하는 진지한 자세를 두루 갖추고 있어 일찌감치 두산의 4번 타자로 낙점됐다.

경쟁이 치열했던 1루수 자리엔 '새신랑' 김재환이 주전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타고난 장타력에 정확성까지 부쩍 상승한 김재환은 출전기회만 꾸준히 주어진다면 '공포의 하위타자'가 될 수 있다. 다만 불안한 1루 수비는 끊임없는 보완이 필요하다.

포수에 최재훈, 내야에 최주환과 허경민, 외야에 정진호 등 뛰어난 백업요원들을 대거 보유했다는 점도 두산의 경쟁 무기다. 특히 퓨처스리그 타점왕 출신의 정진호는 시범경기에서 만만치 않은 기량을 과시해 개막 엔트리 합류 가능성을 높였다.

[주목할 선수] 김강률, 셋업맨 유력한 시속 156km의 파이어볼러

파이어볼러. 언제 들어도 코칭스태프와 팬들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단어다. 하지만 '공이 빠른' 투수와 '공만 빠른' 투수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프로 9년 차 우완 김강률은 작년까지만 해도 후자에 가까운 투수였다.

2007년 경기고를 졸업하고 두산에 입단한 김강률은 시속 150km를 우습게 넘기는 강속구로 큰 주목을 받았지만 고질적인 제구 불안으로 아직도 그 재능을 꽃피우지 못했다. 아무리 빠른 공이라도 가운데로 몰리거나 스트라이크존을 크게 벗어난다면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강률은 올해 시범경기에서 환골탈태한 투구로 김태형 감독과 두산팬들의 가슴을 다시 뛰게 만들고 있다. 총 6경기에서 6이닝을 던진 김강률의 성적은 1승 2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1.50. 빠른 공은 벌써부터 시속 156km를 뿌리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김강률을 마무리 윤명준에 앞서 8회에 등판하는 셋업맨으로 활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만약 김강률이 이 역할을 잘 수행해 준다면 약점으로 지적됐던 두산의 불펜은 충분히 강점으로 바뀔 수 있다.

김강률은 지난 2007년 두산 입단 후 프로에서 8년(군복무 기간 포함)을 보냈지만 아직 1군 데뷔 첫 승을 신고하지 못했다. 하지만 두산 불펜의 희망으로 떠오른 올해야말로 '노망주' 김강률이 빛을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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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전력분석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 장원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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