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극과 극 행보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KIA는 지난 스프링캠프 연습 경기에서 무려 9전 전패를 기록했다. 아무리 결과가 중요하지 않은 연습 경기라고는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컸던 게 사실이다. 특히 9경기에서 무려 103실점이나 허용한 마운드는 '동네북'으로 전락한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시범 경기에서 KIA가 확 달라졌다. 1차전에서 NC에 1-2로 패하며 연습 경기부터 이어진 연패 행진이 두 자릿수까지 이어지기도 했지만, 이후 내리 3연승을 거두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시범 경기서 확 달라진 KIA 타이거즈

 윤석민의 복귀를 알리는 KIA타이거즈 공식 트위터 갈무리

윤석민의 복귀를 알리는 KIA타이거즈 공식 트위터 갈무리 ⓒ KIA타이거즈 공식 트위터 갈무리


가장 달라진 부분은 역시 마운드다. 4경기 동안 KIA 마운드는 35이닝 동안 단 7실점만 내줬다. 7일 NC전 1-2 패배, 8일 NC전 4-0 승리, 11일 삼성전 6-3 승리에 이어 12일 넥센을 5-2로 잡았다. 그런데 KIA의 시범경기 팀 평균자책점은 1.80에 불과하다. 두 자릿수 안타와 대량실점을 밥먹듯이 허용했던 스프링캠프때와는 180도 달라진 분위기다.

큰 점수 차로 여유있게 이긴 경기는 없지만 대신 한 번 리드를 잡으면 박빙에서 쉽게 역전을 허용하지 않은 뒷심을 발휘했다는 게 내용 면에서 더 중요하다. 지난해까지 KIA는 '지키는 야구'가 거의 불가능했다. 그런데 시범 경기 들어 아직 주력 필승조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도 젊은 투수들의 분전이 돋보인다.

어느 한두 명의 활약에 기댄 일시적 효과가 아니라 두루두루 잘하고 있다는 게 더 인상적이이다. 현재 KIA 마운드는 스프링캠프까지 실전 등판을 하지 않았던 양현종이나 최근 미국에서 복귀한 윤석민을 정도를 제외하면 모두 스프링캠프부터 호흡을 맞춰온 젊은 투수들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 실제로 연습 경기까지 지난해 주전급 선수들은 거의 나서지 않았다. 김기태 감독은 연습 경기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전지 훈련 기간 동안 젊은 투수들이 몸을 만들면서 경험을 쌓아가는데 비중을 뒀다.

시범 경기는 지난 전지 훈련의 성과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는 평가다. 선수들의 컨디션이 올라오고 제구력이 잡히면서 마운드의 힘이 달라졌다. 임기준은 지난 7일 NC와의 경기에서 5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다. 임준혁도 지난 2경기에서 중간 계투로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6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두 투수는 향후 KIA 마운드의 핵심 전력이 될 것으로 꼽히는 선수들이다.

지난 12일 넥센전에서도 젊은 투수들의 호투는 이어졌다. 대졸신인 문경찬에 이어 신창호-이준영-홍건희-최영필로 이어지는 KIA 마운드는 넥센 강타자들을 상대로 단 2점 만을 내주는 좋은 투구를 보여줬다. 선발 문경찬이 4이닝 2안타 3삼진 무실점으로 당찬 피칭을 보여줬다. 5회 이후 넥센이 주전 타자들을 출장시키며 추격을 허용하기도 했으나 이준영은 7회말 볼넷 2개와 안타로 2사 만루 위기를 스스로 자초하긴 했지만 임병욱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실점 없이 위기를 막아냈다.

양현종, 윤석민, 최희섭... 튼튼해진 마운드

KIA, 양현종 MLB 포스팅 응찰액 수용 거부 KIA 타이거즈가 왼손 에이스 양현종(26)의 미국 프로야구 진출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KIA는 26일 "메이저리그(MLB) 구단이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양현종을 영입하겠다고 적어낸 최고 응찰액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7월에 열린 2014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 공을 던지는 양현종.

KIA 타이거즈의 왼손 에이스 양현종(26) ⓒ 연합뉴스


미국 진출이 좌절되고 KIA로 돌아온 에이스 쌍두마차 중 하나인 양현종도 지난 11일 삼성전에서 2이닝을 피안타 없이 무실점으로 막으며 점검을 마쳤다. 최근 KIA와 4년 90억에 FA 최고액 계약을 체결한 윤석민까지 가세하면 마운드는 더 강해질 수 있다.

타석에서는 최희섭의 부활이 눈에 띈다. 몇 년간 전력 외로 분류됐던 최희섭은 지난 11일 삼성전에서 3타수 2안타의 멀티 히트에 이어, 지난 12일 넥센전에서는 쐐기 2타점 적시타를 터뜨리는 활약을 이어갔다. 올 시즌 KIA의 4번타자 후보로도 거론되는 최희섭은 이번 시범 경기에 모두 출전해 11타수 4안타 3타점으로 순조로운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다. 삼성전에서 3점 홈런을 터트리며 무력 시위를 펼친 외국인 타자 브렛 필과 함께 최희섭의 부활은 KIA 중심 타선의 위력을 더욱 높여줄 수 있다.

물론 시범 경기 성적에는 변수가 많다. KIA와 마찬가지로 상대팀들 역시 시범 경기에서 베스트 라인업을 기용하거나 벤치가 적극적으로 승부에 개입하지 않았다. 지난 12일 경기에서 넥센은 중반까지 2진급 선수들을 먼저 기용했다.

투수들의 호투 역시 마찬가지다. 시범 경기는 투수들에 비해 아직 타자들의 타격 페이스는 올라올 시점이 아니다. 지난 시즌도 시범 경기까지 투수들이 근소하게 강세를 보였던 것과 달리 막상 뚜껑을 열자 극심한 타고투저 현상이 나타난 것도 이를 증명한다. 아직은 쌀쌀한 날씨 역시 타자들이 타격감을 찾는데 애를 먹는 이유다.

시범 경기에 기용한 젊은 투수 중 올 시즌 개막 후에도 KIA의 1군에서 확실하게 중용될 선수는 많지 않다. 연습 경기 연패에 낙담할 필요가 없었듯이 시범 경기 호투 역시 지나치게 일비일희할 필요가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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