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은 초보적 형태의 컴퓨터인 튜링 기계를 개발했다. 또한 뛰어난 암호학자였던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독일군의 에니그마 암호를 해독함으로써 전쟁의 승리를 앞당기는 데 기여했다. 그의 공로 덕분에 1400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은 앨런 튜링의 삶을 유년기와 제2차 세계대전 시기, 그리고 전후로 나눠서 보여준다. 앨런 튜링은 누구보다 뛰어난 천재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던 성 정체성 때문에 갈등과 고난을 겪게 된다.

<이미테이션 게임>은 앨런 튜링 역을 맡은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탁월한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앨런 튜링이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인해 부당한 대우나 협박을 받을 때마다 말문이 막힐 정도로 엄습해 오는 내적인 고통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이제까지 연기해 온 스티븐 호킹이나 셜록 홈즈와는 또 다른 천재상을 묘사하는 데 성공한다.

영화는 관객에게 호소력 있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앨런 튜링은 1950년대 영국에서는 불법이었던 동성애 행위를 하고 있다는 이유로 공권력에 의해 강제로 화학적 거세 치료를 받게 된다. 이때 동료이자 가장 친한 벗이던 조안 클라크가 말한다. "만약 당신 스스로가 평범하기를 바란다면 맹세컨대 당신이 그러지 않길 원해요. 당신이 평범하지 않았기 때문에 세상은 훨씬 더 나은 세상이 되었어요"라고. 모두가 평범하지 않아도 된다는 영화의 메시지는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준다.

<이미테이션 게임>은 앨런 튜링에 대한 진심 어린 헌정을 표하는 작품일 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도 남들과 다르거나 특별하다는 이유만으로도 사회적으로 외면받으며 고통받는 이들에게 바치는 애정과 격려의 작품일 것이다.

한편 영화는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색상을 받기도 했다. 시상식에서는 "Stay weird, stay different"라는 소감이 화제가 되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수상 소감을 들어 본다면 이 메시지가 더 감동적으로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