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K리그 클래식 개막 첫 골의 주인공 김도혁(인천 유나이티드 FC)

2015 K리그 클래식 개막 첫 골의 주인공 김도혁(인천 유나이티드 FC) ⓒ 심재철


눈앞에서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후반전 추가 시간에 종종 극장골이 터지는 것이 축구라지만 그 일은 한쪽 골문만이 아니었다. 반대쪽에서도 환호성이 터졌다. 8012명 인천 관중들은 2분도 안 되는 사이에 웃다가 정색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축구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김도훈 신임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7일 오후 2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2015 K리그 클래식 1라운드 광주 FC와의 홈 경기에서 후반전 추가시간에 극적인 골들을  하나씩 주고받으며 2-2로 비겼다.

인천 MF 김도혁, 좁은 틈으로 멋진 선취골!

인천 유나이티드를 새롭게 이끌게 된 김도훈 감독의 '늑대 축구'는 우선 수비 조직력으로 눈에 들어왔다. 요니치-김대중 센터백 조합과 수비형 미드필더 김원식이 어우려져서 실질적인 공격의 출발점 역할을 하는 것이다. 요니치와 김원식이 상황에 따라 롱 킥을 구사하며 키다리 골잡이 케빈을 겨냥하는 것이나 플레이메이커 김도혁, 김동석에게 연결하여 공격을 풀어나가는 방법이 인상적이었다.

오른쪽 측면에 발 빠른 날개공격수 김인성을 데려왔기 때문에 케빈의 머리에서 떨어지는 공들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것이다. 노련한 이천수도 이 세컨 볼을 노리고 재치있게 파고들었다.

 13분, 인천 유나이티드 이천수가 김도혁의 선취골을 어시스트하는 순간

13분, 인천 유나이티드 이천수가 김도혁의 선취골을 어시스트하는 순간 ⓒ 심재철


그렇게 대망의 선취골을 인천 유나이티드가 먼저 만들어냈다. 경기 시작 후 13분 만에 오른쪽에서 크게 넘어온 공을 잡은 이천수가 달라붙는 광주 수비수 두 명 사이로 절묘한 오른발 패스를 김도혁에게 밀어주었고 김도혁은 자신감 넘치는 왼발 슛으로 그물을 갈랐다. 광주 FC 골키퍼 제종현의 오른쪽과 골문 왼쪽 기둥 사이를 꿰뚫는 명품 슛이었다.

설기현이 갑작스럽게 대학 팀 감독으로 떠나버린 빈 자리를 채워야 하는 부담감을 안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의 벨기에 출신 새로운 골잡이 케빈 오리스는 기대했던 것처럼 높은 공을 따내는 탁월한 능력을 맘껏 자랑했다.

36분, 인천의 케빈이 이마로 떨어뜨려준 공을 잡은 오른쪽 날개 김인성은 특유의 빠른 발을 자랑하며 수비수 두 명을 제치고 들어가 오른발 대각선 슛을 시도했다. 안타깝게도 이 슛이 광주 골키퍼 제종현의 선방에 막히고 말았지만 김도훈 신임 감독의 늑대 축구가 빛나는 순간이었다.

 전반전, 인천 유나이티드의 오른쪽 날개 김인성이 슛을 시도하는 순간

전반전, 인천 유나이티드의 오른쪽 날개 김인성이 슛을 시도하는 순간 ⓒ 심재철


광주 이종민의 극장 골

지난 시즌 K리그 챌린지(2부리그)에서 아름다운 승격 드라마를 쓰고 K리그 클래식 무대에 복귀한 광주 FC는 이대로 물러설 팀이 아니었다. 남기일 감독이 야심차게 준비한 작품이 미드필드에서 잘 짜여진 축구를 말해주고 있었다.

그 중심에는 역시 주장 김호남이 있었다. 왼쪽 측면이나 가운데를 오가며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훌륭하게 해낸 것이다. 32분에 광주의 측면 역습이 빛나며 귀중한 동점골이 터져나왔다. 조용태가 오른쪽 측면에서 올려준 공을 정호정이 이마로 내려찍는 강한 헤더로 골을 노렸는데 인천 수비수 김대중의 발에 맞고 골문 안으로 굴러들어갔다.

이것 말고도 묘한 자책골이 인천 극장을 만들어낼 줄은 아무도 몰랐다. 1-1 무승부의 기운이 후반전 추가 시간 3분이 표시될 때까지도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또 하나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90+1분, 인천의 오른쪽 옆줄 던지기 공격을 권완규가 길게 시도했고 이 공을 케빈 오리스가 든든히 지켜내며 오른쪽 끝줄 바로 앞까지 몰고 들어갔다. 그리고는 넘어지며 낮은 크로스를 시도한 것이다. 여기서 광주 FC 수비수 정준연이 다리를 내뻗으며 막으려고 했던 공이 그대로 굴절되어 자책골로 연결된 것이다.

이에 인천 유나이티드의 홈팬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극적인 추가골에 환호했다. 하지만 축구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진짜 인천 극장 골이 더 터질 줄은 아무도 몰랐다. 후반전 추가 시간 3분도 거의 다 끝날 무렵 1-2로 벼랑끝에 몰린 광주 FC에게 왼쪽 코너킥 기회가 마지막으로 주어졌다.

 광주 FC의 극적인 동점골이 터지기 직전, 인천 골키퍼 유현이 공을 쳐내는 순간

광주 FC의 극적인 동점골이 터지기 직전, 인천 골키퍼 유현이 공을 쳐내는 순간 ⓒ 심재철


이 세트 피스 공격을 1차로 인천 골키퍼 유현이 손으로 쳐냈으나 멀리 가지 못했고 이 공을 잡은 광주 FC 측면 수비수 이종민이 선취골의 주인공 김도혁과의 몸싸움을 이겨내며 왼발 하프발리슛을 성공시킨 것이다.

이렇게 2015 K리그 클래식 축구의 봄은 인천 극장에서 활짝 열린 셈이다. 축구장의 각본 없는 드라마가 더 멋지게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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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5 K리그 클래식 1라운드 결과(3월 7일 오후 2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

★ 인천 유나이티드 FC 2-2 광주 FC [득점 : 김도혁(13분,도움-이천수), 정준연(90+1분,자책골) / 김대중(32분,자책골), 이종민(90+3분)]

◎ 인천 선수들
FW : 케빈
AMF : 이천수(46분↔이성우), 김도혁, 김동석(46분↔조수철), 김인성(88분↔박세직)
DMF : 김원식
DF : 박대한, 김대중, 요니치, 권완규
GK : 유현

◎ 광주 선수들
FW : 질베르토(84분↔여름)
MF : 임선영, 김호남, 이찬동, 파비오(90+1분↔박선홍), 조용태(69분↔송승민)
DF : 정호정, 안영규, 정준연, 이종민
GK : 제종현
축구 인천 유나이티드 FC 광주 FC K리그 클래식 김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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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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