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감독들은 노장 선수보다는 젊은 선수를 더 선호한다. 아직 기량이 완성되지 않은 젊은 선수들은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고 경험이 풍부한 노장 선수에 비해 연봉도 상대적으로 싸기 때문이다.

이는 KBO리그 통합5연패를 노리는 삼성 라이온즈의 '야통' 류중일 감독도 마찬가지. 작년 시즌 박해민이라는 히트상품을 발굴한 류중일 감독은 이번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도 구자욱, 백상원 같은 젊은 선수들을 적극 중용하며 미래를 준비했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의 성장 속에서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 바로 오른손 대타 요원이다. 배영섭(경찰청)이 군복무중이고 작년 시즌 쏠쏠한 활약을 해준 김헌곤마저 상무에 입대하면서 삼성은 때 아닌 우타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류중일 감독은 삼성 내에서도 잊힌 이름이었던 39세 노장 강봉규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2009년의 굵고 짧은 전성기, 하지만 백업이 더 익숙했던 남자

강봉규는 고려대 시절부터 강견의 3루수로 활약하며 대학야구 최고의 3루수로 명성을 날렸다. 강봉규는 박재홍(은퇴), 이병규(LG트윈스), 김동주(전 두산 베어스) 등 KBO리그의 강타자들이 알루미늄 방망이로 상대를 초토화시켰던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 선발되기도 했다.

강봉규는 2000년 두산에 입단하며 프로생활을 시작했지만 팀에는 리그 최고의 3루수로 군림하던 '두목곰' 김동주가 버티고 있었다. 대학 시절에는 강봉규의 재능을 살리기 위해 김동주가 포지션을 이동하기도 했지만 냉정한 프로 세계에서 그런 배려는 없었다.

김동주의 백업 3루수로 전전하던 강봉규는 강한 어깨와 준수한 주력을 살리기 위해 외야수로 전향하기도 했지만 주전 도약의 꿈은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결국 강봉규는 2006 시즌을 앞두고 트레이드를 통해 삼성으로 이적했다.

강봉규는 주전과 백업을 오가며 경기 출전 수를 늘려갔고 2009년 프로 데뷔 10년 만에 처음으로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했다. 강봉규는 그 해 타율 .310 139안타20홈런78타점20도루를 기록하며 팀 동료 신명철(kt위즈)과 함께 20-20클럽의 주인공으로 등극했다.

2009년 맹활약과 조용한 리더십을 인정받은 강봉규는 2010 시즌 삼성의 새 주장으로 선임됐지만 2009년의 대활약을 이어가진 못했다. 강봉규는 2010년 89경기에 출전해 타율 .237 4홈런26타점8도루에 그치며 백업으로 활약하던 시절로 돌아갔다.

2011년 시즌엔 시범경기 도중 김상수와 충돌해 엄지 손가락이 골절되는 부상을 당하며 시즌 절반 이상을 날려 버리는 불운을 겪었다. 하지만 그 해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는 결승 홈런을 터트리며 류중일 감독 부임 후 첫 한국시리즈 우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삼성의 우타 기근으로 39세 나이에 다시 얻은 기회

2012년 배영섭의 등장과 이승엽의 컴백으로 자리를 잃은 강봉규는 백업요원으로 쏠쏠하게 활약하며 102경기에서 타율 .255 6홈런38타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2013년에는 오른쪽 어깨와 손목부상에 시달리며 32경기 출전에 그치고 말았다.

강봉규는 작년 어깨 통증과 팔꿈치 수술로 1군 경기는커녕 퓨처스리그 경기조차 출전하지 못하고 시즌을 통째로 걸렀다. 1군에서 완전히 자리를 잃은 30대 후반 노장 선수의 운명은 방출 아니면 은퇴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삼성은 이번 시즌을 준비하면서 우타 백업 요원 기근에 시달렸고 강봉규와 30%가 삭감된 7000만 원에 2015년 연봉계약을 체결했다. 강봉규로서는 선수생활 끝자락에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얻은 셈이다.

건강만 보장된다면 강봉규만큼 쏠쏠한 백업요원도 흔치 않다. 1루와 외야 수비가 가능하고 비상시에는 3루 수비까지 소화할 수 있다. 여기에 전성기 시절에 비할 정도는 아니지만 여전히 평균 이상의 주력과 장타력을 보유하고 있다.

2일 LG트윈스와의 연습경기에서도 강봉규는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6회말 대타로 나선 강봉규는 LG의 필승조 신재웅을 상대로 볼넷을 골라 출루한 후 김상수의 안타 때 빠른 발을 이용해 3루까지 진루했다. 이후 신재웅의 폭투가 나오면서 득점에 성공했다.

신재웅의 제구 난조 덕에 간단히 득점을 올렸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볼넷을 골라낸 강봉규의 선구안과 김상수의 단타 때 3루까지 과감하게 파고든 적극적인 주루플레이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점수였다. 강봉규는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고 7회초 수비 때 이정식과 교체됐다.

화려한 주전 라인업에 구자욱, 우동균, 문선엽 등 대체 선수들도 탄탄한 삼성에서 39세 노장 강봉규가 선발로 출전할 기회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오른손 대타 요원과 내외야의 백업 수비수로서 강봉규가 삼성의 통합 5연패 도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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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삼성 라이온즈 강봉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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