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설 연휴는 예년보다 늘어난 기간 덕분에 가족, 친척과의 오붓한 시간 외에도 나만의 여가를 보낼 수 있다. 어지간한 극장 개봉작은 이미 섭렵했거나 뭔가 색다른 작품을 찾는 분들을 위해 인터넷·모바일·IPTV, DVD·블루레이 디스크 등을 통해서만 감상이 가능한 최신 영화들을 추천한다.

일단 '극장 미개봉'이라는 점에서 흥행성과는 거리가 먼 작품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단지 개봉관에 걸리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가볍게 넘기기엔 아쉬운 영화이기도 하다. 나름의 잔재미도 고루 갖춘 탓에 그냥 흘려보내기엔 아까운 최신작을 소개해본다.

더 저지 (The Judge) - 법정/가족 드라마

 <더 저지>의 블루레이 표지

<더 저지>의 블루레이 표지 ⓒ 워너브러더스엔터테인먼트


'아이언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이번엔 변호사로 나섰다.  <아이언맨3> 이후 그가 선택한 작품은 의외로 예산 규모가 적은 '법정 드라마' <더 저지>였다. 주연 배우의 이름값에 비해 미국에서의 흥행 성적이 썩 좋지 않은 탓에 국내에선 극장 개봉 없이 곧장 IPTV, VOD 서비스로 풀렸지만 볼만한 구석이 많은 작품이다.

시카고의 잘 나가는 변호사 행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분)은 어머니의 부고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내려간다. 오랜 기간 판사 아버지 조셉(로버트 듀발 분)과 연을 끊고 살아온 탓에 가족과의 만남은 서먹함 그 자체다. 그런데 아버지가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기소되면서 행크는 어쩔 수 없이 담당 변호사를 맡게 된다.

영화는 사건에 숨겨진 반전과 잊고 지냈던 가족의 사랑 등을 다소 무겁지만 묵직한 울림으로 담아냈다. 빈센트 도노프리오, 빌리 밥 손튼, 베라 파미가 등 쟁쟁한 중견 연기자들이 작품에 힘을 더했고 특히 아버지 조셉 역을 맡은 노장 배우 로버트 듀발은 올해 아카데미 어워드 남우 조연상 후보에 지명되었다.

로맨틱 레시피 (원제 The Hundred-Foot Journey) - 코믹/로맨스/가족 드라마

 <로맨틱 레시피>의 블루레이 표지

<로맨틱 레시피>의 블루레이 표지 ⓒ 월트디즈니


<초콜릿> <사이더 하우스> 등 소박하면서 정감 어린 영화를 만들어온 라세 할스트롬 감독의 최신작으로 2002년 발간된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상으로 옮겼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인기 토크쇼 MC 오프라 윈프리가 제작자로 나서 관심을 끈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는 프랑스 남부 지방을 배경으로 고집은 세지만 속마음은 따뜻한 레스토랑 사장 말로이 여사(헬렌 미렌 분)와 타협할 줄 모르는 인도 음식점 주인 파파(옴 푸리 분)가 벌이는 신경전을 유쾌한 감각으로 그려냈다. 여기에 타고난 조리 실력으로 프랑스 요리에 도전한 파파의 둘째 아들 핫산(마니쉬 다얄 분)과 레스토랑 부셰프 마가리트(샬롯 르 본 분)의 로맨스가 적절한 에피타이저 역할을 한다.

최근 소개된 <아메리칸 셰프>가 쿠바 샌드위치 등 강렬한 중남미의 맛을 소개했다면 <로맨틱 레시피>에선 요리의 천국, 프랑스가 자랑하는 다양한 음식의 세계를 영상으로 즐길 수 있다. 한편 헬렌 미렌은 이 작품에서의 명연으로 올해 골든글로브 어워드 코미디/뮤지컬 부문 여우 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저지 보이스 (The Jersey Boys) - 뮤지컬

 <저지 보이스>의 블루레이 표지

<저지 보이스>의 블루레이 표지 ⓒ 워너브러더스엔터테인먼트


최근 <아메리칸 스나이퍼>로 미국 극장가를 휩쓴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바로 직전인 지난해 9월 내놓았던 영화로 브로드웨이 오리지널팀의 내한공연으로도 소개된 동명의 뮤지컬을 옮겼다. 팔순 넘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1년에 두 작품을 동시에 진행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역시 흥행 부진으로 인해 한국에선 화려한 춤과 노래를 대형 스크린 대신, 협소한 모바일·TV 화면만으로 밖에 접할 수 없다는 아쉬움은 크지만.

모튼 하켓(아하)의 리메이크 버전으로 유명세를 얻은 'Can't Take My Eyes Off You(캔트 테이크 마이 아이스 오프 유)'를 비롯해 'Sherie(쉐리)' 'Big Girls Don't Cry(빅 걸스 돈트 크라이)' 등 1960년대 인기 팝그룹 포 시즌스의 주옥같은 히트곡을 실제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활약 중인 배우들의 목소리로 즐길 수 있다.

난 지구 반대편 나라로 가버릴테야 (원제 Alenxander & the Terrible, Horrible, No Good, Very Bad Day) - 어린이/가족 코미디

 <난 지구 반대편 나라로 가버릴테야>의 블루레이 표지

<난 지구 반대편 나라로 가버릴테야>의 블루레이 표지 ⓒ 월트디즈니


원제는 상당히 길고 복잡하다. 원작은 지난 1972년 발행된 동명의 어린이 그림 동화책으로 국내에선 유치원 및 초등학교 저학년 토론 학습 교재로도 많이 애용된 스테디셀러이기도 하다. 

장난꾸러기 꼬마 알렉산더의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는' 운 없는 어느 날을 통해 우리가 보내는 일상의 소중함을 따뜻하고 유쾌한 감성으로 그려냈다. <폭스 캣처> 스티브 카렐, <드래프트 데이> 제니퍼 가너가 알렉산더의 부모로 출연, 색다른 연기를 펼쳤다.

당신 없는 일주일 (원제 This Is Where I Leave You) - 코미디/가족(?) 드라마

 <당신 없는 일주일>의 블루레이 표지

<당신 없는 일주일>의 블루레이 표지 ⓒ 워너브러더스엔터테인먼트


국내에서도 번역 출간된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로 옮겼다. 최근 <박물관이 살아있다:비밀의 무덤>을 공개한 숀 레비 감독(<리얼 스틸>)이 지난해 9월 선보인 작품으로 제목과 포스터만 보면 무게감 있는 드라마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바람난 가족이 벌이는 미국식 막장 코미디물이다.

아버지의 장례식에 모인 알트만가 사람들에겐 저마다 사연이 있다. 둘째 아들 저드는 아내의 불륜 현장을 목격한 후 멘붕 상태에 놓였고, 막내아들 필립은 애인이 있음에도 예전 여자친구와 바람이 났고, 엄마는 옆집 아줌마와 새로운 사랑(?)에 눈을 떴다.

오붓하게 지내는 우리 명절 분위기와는 접점이 전혀 안 보이는 코미디인 탓에 호불호가 갈릴 내용이나 미국식 유머를 선호하는 분들에겐 잔재미를 선사한다. 저스틴 베이트먼, 티나 페이, 로즈 번, 애덤 드라이버, 제인 폰다 등 이름값 있는 배우들이 얼굴에 철판 깔고 미국식 개그를 선보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헬렌 미렌 저지 보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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