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놀러와-세시봉 특집'에 출연한 송창식, 윤형주

2010년 '놀러와-세시봉 특집'에 출연한 송창식, 윤형주 ⓒ MBC


영화 <시라노 연애 조작단> <스카우트> 김현석 감독의 신작 <쎄시봉>은 엄밀히 따지면 트윈 폴리오(송창식·윤형주)에 대한 영화는 사실 아니다. 듀엣의 전신 트리오 세시봉의 이야기를 빌려왔지만 영화는 엄연히 오근태-민자영 등 가상의 인물들이 중심을 이룬 멜로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극 중에서 명곡 '웨딩케이크' '하얀 손수건'은 등장인물 이상의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트윈 폴리오의 음악을 제외하고 이 영화를 언급한다는 건 왠지 중요한 재료를 빼놓고 요리를 만든다는 기분이 든다.

영화를 보는 분들에겐 굳이 몰라도 될 법한 트윈 폴리오의 음반 이야기지만, 발표된 지 40여년이 지난 지금도 진한 울림을 전해주는 그들의 음악에 대해 간략히 정리해봤다.

펄 시스터즈가 표지에 등장한 트윈 폴리오 음반?

 '김인배 작편곡집 : 아이 러브 유' 표지

'김인배 작편곡집 : 아이 러브 유' 표지 ⓒ 지구레코드


트윈 폴리오의 공식 첫 녹음은 1969년 펄 시스터즈, 봉봉 사중창단과 함께 참여한 <김인배 작편곡집: 아이 러브 유>다. 지금 관점에선 상당히 특이한 선곡으로 보이겠지만 1960~70년대만 해도 '작곡가 누구 작곡집'식의 옴니버스 구성 음반 발매가 흔히 있었다.(심지어 유명 가수 신보에 신인가수 노래를 끼워넣어 발매하는 것 역시 다반사) 이를 요즘으로 치면 <용감한 형제 대표곡 모음집> 등으로 비유할만 할까?

본작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트럼펫 연주자 김인배 선생(1932~)은 TBC, KBS 악단장을 역임한 1960~70년대 가요계의 대표적인 작곡가였다. 원로가수 남일해가 부른 '빨간 구두 아가씨'는 지금도 애청되는 선생의 명곡 중 하나이며 세시봉의 인기스타 조영남의 대표곡 '딜라일라'의 편곡을 맡은 것 역시 그의 몫이었다. 최근엔 <슈퍼스타K6> 출신 김필의 외할아버지로 뒤늦게 소개되기도 했다.

신중현의 영향을 받은 사이키델릭-록 성향의 펄 시스터즈 vs 포크 기반의 트윈 폴리오 vs 전통 팝 보컬 봉봉 사중창단이라는 기묘한 조합 속에서도 송창식-윤형주 듀오의 목소리는 신인 음악인답지않은 존재감을 보여준다. 그들의 대표곡인 '하얀 손수건'(나나 무스쿠리 원곡) 외에 밥 딜런, 에벌리 브러더즈의 커버 등을 담았다. (제대로 CD화조차 안 된 이 음반은 놀랍게도 국내 주요 음원 사이트에서도 감상이 가능하다-기자 주)

해산 직후 첫 음반이자 마지막 음반 발매

 '튄 폴리오 리사이틀' 표지

'튄 폴리오 리사이틀' 표지 ⓒ 지구레코드


트리오 세시봉에서 윤형주의 연세대 동급생 멤버 이익균의 군입대로 인해 듀엣으로 팀을 재정비 한 후 이들이 정식으로 활동한 건 채 2년이 되지 않았다.(1969년 12월 드라마센터 고별공연) 

<튄 폴리오 리사이틀>은 해산 발표 이듬해 1월에 발매된, 당시로선 트윈 폴리오 첫 음반이자 1981년 재결합 이전 마지막 음반이 되고 말았다.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웨딩 케이크' '하얀 손수건' '고별' '사랑의 기쁨' 등은 모두 본작에 담겨 있는 번안곡들이다.

나훈아의 대표곡 '녹슬은 기찻길'을 작곡한 고 홍현걸 선생이 편곡을 맡았고 지금까지도 현역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지명길 선생 역시 주요 곡들의 작사를 맡았다. 워낙 오래 전 작업물인 탓에 현재와 같은 멀티트랙 녹음과는 거리가 먼, 송창식-윤형주 두 사람의 목소리가 좌우 스피커로 명료하게 분리되는 투박한 초기 스테레오 음반이지만 의외로 녹음 상태가 양호한 축에 속한다.

김민기나 한대수 등의 음반들과 달리, 창작곡 하나 없는 '번안가요집'인 탓에 요즘의 음악평론가들에게 이들의 작품은 정작 높은 평가를 받은 편이 아니었다. 그나마 2010~2011년 MBC 예능 프로그램 <놀러와>를 통해 송창식-윤형주-김세환-조영남 등 추억의 세시봉 멤버들이 다시 모여 선보인 특집방송 이후 트윈 폴리오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기 시작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로 여겨진다.

1980년대 후반까지 꾸준히 재발매가 이뤄졌기에, 40여년 넘은 첫 발표 시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중고 LP치곤 구하기 쉬운 축에 속하는 앨범이다. 후일 <트윈 폴리오 걸작>으로 이름이 변경되어 CD화가 이뤄졌다.

1981년 재결합, 그리고 김세환과 트리오 음반/공연 활동

 '트윈 폴리오' 재결합 음반 표지

'트윈 폴리오' 재결합 음반 표지 ⓒ 한국음반


1975년 당시 가요계를 강타한 '대마초 파문'에 연루되어 활동금지 조치를 당했던 윤형주는 1980년 해금되면서 재기에 나선다. 같은 해 자신 이름의 컴백 음반을 내놓았고, 이듬해 친구 송창식과 트윈 폴리오 이름으로 과거 자신들이 불렀던 올드 팝들을 재녹음한 앨범을 발표했다. 

이장희의 세션팀으로 출발한 1970년대 최고의 백업 밴드 동방의 빛 기타리스트 강근식이 편곡을 맡았는데 '하얀 손수건' 등 느린 발라드들은 비교적 1970년 오리지널 버전에 가깝게 재해석이 된 반면, '축제의 노래' '웨딩 케이크' 등 다소 템포감이 있는 곡들은 1980년대 무렵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얻던 케니 로저스, 에밀루 해리스와 유사한 컨츄리-팝 형태의 편곡으로 재탄생했다.  

<세시봉 친구들> 등 각종 옛가요 모음집에서 들을 수 있는 트윈 폴리오의 노래들 중 상당수가 본작에 수록된 버전들을 발췌한 것이다. 수록곡 중 '우리'는 송창식 작사/작곡의 유일한 창작곡이다.

이밖에 1984년 후배 김세환이 합류, 트리오 음반 <하나의 결이 되어> 1, 2집을 발표했고 (당시 쌍용그룹 김석원 회장의 후원으로 제작) 이후 꾸준히 방송, 공연 활동을 병행한다.  그리고 2010년 <놀러와>의 큰 반응에 힘입어 진행된 2011년 3인의 공연 실황을 담은 <세시봉 친구들 콘서트 라이브 앨범>을 내놓았다.
 '세시봉 친구들 콘서트 라이브 앨범' 표지

'세시봉 친구들 콘서트 라이브 앨범' 표지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덧붙이는 글 기자의 개인블로그 http://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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