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의 좌완 에이스 장원삼의 별명은 '짝수 해 에이스'였다. 지난 2006년 현대 유니콘스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장원삼은 유난히 짝수 해와 홀수 해의 성적 편차가 심했다.

실제로 장원삼은 짝수 해였던 2006·2008·2010·2012년에 각각 12·12·13·17승을 거두며 승승장구했다. 반면 홀수 해였던 2007·2009·2011년에는 각각 9·4·8승에 그치며 부진했다. 이 같은 별명은 2013년 13승을 거두면서야 비로소 떨쳐낼 수 있었다.

투수뿐만 아니라 야수에서도 '짝수 해 강타자'가 존재한다. 바로 작년 시즌 LG 트윈스의 4번 타자로 우뚝 선 '빅뱅' 이병규(7번)다. 짝수 해였던 작년 시즌 생애 최고의 성적을 올린 이병규는 상대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던 홀수 해를 맞는 심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신고선수 출신 '작뱅' 이병규, 4번 타자 '빅뱅'으로 등극

이병규, '역전이다' 27일 오후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 넥센 히어로즈 대 LG 트윈스 경기. 3회초 무사 만루 LG 이병규가 역전 1타점 적시타를 쳐내고 있다.

▲ 이병규, '역전이다' 2014년 10월 27일 오후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 넥센 히어로즈 대 LG 트윈스 경기. 3회초 무사 만루 LG 이병규가 역전 1타점 적시타를 쳐내고 있다. ⓒ 연합뉴스


이름이 같은 '적토마' 이병규(9번)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한국의 이치로'라는 별명을 얻으며 4억4000만 원의 거액을 받고 화려하게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또 다른 이병규(7번)는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이병규(7번)는 한양대 시절부터 대학야구 최고의 타자로 각광을 받았지만 작은 체구(178cm)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수비능력 때문에 프로에 지명을 받지 못했다. 2006년 LG에 신고선수로 입단했지만 4년 동안 1군 출전은 고작 56경기에 불과했을 정도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랬던 이병규가 박종훈 감독(NC다이노스 육성이사)이 부임한 2010년, 103경기에 출전해 타율 .300 12홈런 53타점을 기록하며 일약 LG타선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이병규는 LG가 시행한 새 연봉제의 혜택을 받고 2800만 원에 불과하던 연봉이 1억 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하지만 '홀수 해'였던 2011년 이병규는 무릎 부상을 당해 33경기 출전에 그쳤고 성적도 타율 .250 4홈런 14타점으로 추락했다. 다음 해인 2012년에는 69경기에 출전해 타율 .318 2홈런 21타점을 기록했다. 비록 유리몸 기질을 완벽히 떨치진 못했으나 자신의 가능성을 증명하기에는 충분한 활약이었다.

이병규에 대한 LG팬들의 기대는 더욱 커졌지만 이병규는 2012 시즌 종료 후 받은 무릎 수술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했다. 이병규는 2013년 73경기에서 타율 .291 2홈런 26타점으로 LG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활약을 펼쳤다.

그렇게 해마다 '널뛰기 활약'을 거듭하던 이병규는 2014년 드디어 '작뱅(작은 병규)'의 껍질을 벗고 '빅뱅'으로 진화를 완료했다. 양상문 감독 부임 후 LG의 4번 타자로 중용된 이병규는 116경기에서 타율 .306 16홈런 87타점으로 생애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홀수 해에도 풀타임 소화할 수 있는 몸 상태 증명해야

LG에는 박용택·이진영·정성훈 같이 이름 있는 타자들이 많기 때문에 이병규의 활약이 다소 과소평가되는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이병규는 작년 시즌 LG 야수 중 고과 1위에 올랐을 정도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이병규는 팀 내에서 홈런·타점·장타율 부문에서 당당히 1위에 올랐고 중견수와 좌익수를 오가며 한결 나아진 수비력을 뽐내기도 했다. 특히 작년 시즌 16개의 홈런 중 솔로 홈런이 단 6개에 불과했을 정도로 득점 기회에서 4번 타자로서 해결사 본능을 과시했다.

작년 시즌 9300만 원의 연봉을 받았던 이병규는 또 한 번 신연봉제의 혜택을 듬뿍 받으며 2억6000만 원(인상률 179.6%)으로 연봉이 상승했다. FA계약을 체결한 선수들을 제외하면 이제 이병규도 당당히 LG의 고액연봉 선수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하지만 이병규가 올 시즌 반드시 극복해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홀수 해 징크스'다. 이병규는 팀 내 주력 선수로 떠오른 2010년 이후 짝수 해 세 시즌에는 .307의 고타율을 기록했지만 홀수 해 두 시즌 타율은 .277에 불과했다. 원인은 역시 잦은 부상이었다.

따라서 홀수 해와 짝수 해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병규가 가장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은 바로 부상 방지다. 이병규는 프로 데뷔 후 9년 동안 규정타석을 채운 시즌은 단 한 번뿐이고 100경기 이상 출전한 시즌도 2번에 불과하다. 풀타임을 소화할 수 있는 몸 상태를 유지하지 못한다면 이병규는 결코 효율적인 선수가 될 수 없다.

김현수(두산 베어스), 서건창(넥센 히어로즈) 등 타 팀의 신고 선수 신화를 부러워하던 LG는 이제 이병규라는 신고선수 출신의 뛰어난 스타를 보유하게 됐다. 작년 시즌 최고의 성적을 내며 고액 연봉선수로 성장한 이병규가 올 시즌 '홀수 해 징크스'마저 털어 버리고 LG의 진정한 간판타자로 거듭날 수 있을까.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프로야구 LG 트윈스 이병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