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의 2015년 최대의 화두는 바로 '포스트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찾기다. 강정호는 지난 수년간 공격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넥센의 핵심이었다. 스프링캠프에서 적합한 후임자를 찾지 못하면 올 시즌 넥센은 공수에서 큰 균열이 생길 수도 있다.

염경엽 감독은 뛰어난 장타력을 가진 윤석민을 집중 육성하는 가운데 2년차 유망주 김하성에게도 기회를 주려 하고 있다. 범위를 더 넓히면 수비가 뛰어난 내야 멀티요원 김지수까지 넥센의 주전 유격수 후보로 분류할 수 있다.

하지만 유격수보다 더 경쟁이 치열한 자리가 있다. 바로 좌익수 자리다. 중견수 이택근, 우익수 유한준을 제외한 넥센의 외야수 전원이 모두 주전 후보라고 해도 좋을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그 중 주전에 가장 가까운 선수는 프로 5년 차를 맞는 '문이그(문우람+푸이그)' 문우람이다.

2013년 넥센을 위기에서 구해낸 겁 없는 신예

안타 치는 문우람 25일 오후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 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에서 8회말 1사 상황 넥센 문우람이 우익수 앞 안타를 치고 있다.

▲ 안타 치는 문우람 지난 2013년 9월 25일 오후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 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에서 8회말 1사 상황 넥센 문우람이 우익수 앞 안타를 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우람은 광주 동성고 시절 투수와 외야수를 겸하면서 청소년대표에 선발될 정도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투수로는 작은 키(177cm), 외야수로는 느린 발이 약점으로 지적되면서 201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하지만 넥센의 이장석 대표는 문우람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고 드래프트가 끝나자마자 발 빠르게 움직여 문우람을 신고선수로 입단 시켰다. 비록 입단 당시에는 계약금 한 푼 받지 못한 무명이었지만, 5년 만에 9000만 원의 연봉을 받게 됐으니 문우람으로서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2011년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283를 기록한 문우람은 2012년 9월 확장 엔트리 때 드디어 1군 무대에 데뷔했다. 데뷔 첫 선발 경기였던 2012년 9월 2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멀티히트를 기록한 문우람은 같은 달 7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강력한 홈 송구를 두 차례나 선보이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2013년에도 퓨쳐스리그에서 출발한 문우람은 6월 말 1군에 올라와 7월 한 달 동안 타율 .377 2홈런 11타점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올렸다. 당시 넥센팬들은 문우람이 LA 다저스의 무서운 신인 야시엘 푸이그에 못지 않은 활약을 펼친다는 의미로 그에게 '문이그'라는 별명을 붙여 주기도 했다.

비록 7월의 상승세를 시즌 끝까지 이어가지는 못했지만 문우람은 2013년 타율 .305 4홈런 28타점의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문우람은 불과 3년 전 프로에 지명조차 되지 못했던 선수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1군 무대에 어울리는 선수가 됐다.

문우람은 그 해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도 9타수 4안타 5볼넷으로 맹활약하며 큰 무대에서도 전혀 흔들림 없는 담대함을 과시하기도 했다. 넥센은 2013 시즌이 끝나고 좌익수 경쟁자였던 장민석을 트레이드 시키면서 문우람의 입지를 더욱 넓혀줬다.

박헌도-고종욱 등과 경쟁, 외국인 선수도 변수

강력한 경쟁자였던 장민석이 팀을 떠나면서 문우람은 작년 시즌 풀타임 1군 선수로 활약하게 됐다. 비록 외국인 선수 비니 로티노의 존재로 붙박이 주전이 되진 못했지만 122경기에 출전해 타율 .284 92안타 6홈런 43타점 5도루로 좋은 활약을 이어갔다.

특히 넥센이 치열한 순위 싸움을 전개하던 6~7월에 타율 .367라는 뛰어난 타격감을 선보였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에서는 박헌도와 로티노에 밀려 주로 대타나 대수비 요원으로만 경기에 나서 아쉬움을 남겼다.

문우람은 작년 시즌 58경기에서 선발 좌익수로 출전했다. 44경기에 출전한 로티노는 재계약에 실패하며 팀을 떠났고 19경기에 출전한 박헌도, 3경기에 출전한 고종욱이 문우람의 뒤를 잇고 있다. 이택근이나 유한준에 비하면 도토리 키 재는 수준이지만 '좌익수 경험'이라는 측면에서도 문우람이 경쟁자들에 비해 가장 앞서 있다.

하지만 올 시즌 문우람의 주전 입성에는 커다란 변수가 있다. 바로 외국인 선수 브래드 스나이더다. 작년 포스트시즌에서 LG트윈스 유니폼을 입고 놀라운 장타본능을 뽐냈던 스나이더는 올 시즌 넥센에서도 강정호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중심타선에 배치될 가능성이 높다.

외야 전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스나이더가 좌익수에 배치된다면 문우람은 순식간에 백업요원으로 전락할 수 있다. 문우람 입장에서 가장 바람직한 결론은 스나이더가 지명타자에 고정되고 문우람이 주전 좌익수를 차지하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될 경우에는 이성열이 자리를 잃게 된다.

문우람은 공을 쫓는 집중력이나 강력한 레이저빔 송구, 그리고 나쁜 공을 안타로 만드는 능력까지 검증을 끝냈다. 하지만 문우람이 올 시즌 반드시 극복해야 할 약점이 있으니 바로 떨어지는 볼넷과 삼진비율이다. 박병호나 강정호처럼 홈런을 노리는 큰 스윙을 하지 않는 문우람이 볼넷(33개)보다 21개나 많은 삼진(54개)을 당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물론 내야수와 외야수라는 차이는 있지만 신고 선수 출신의 근성 있는 우투좌타라는 점에서 문우람은 팀 선배 서건창과 자주 비교되고는 한다. 서건창이 온갖 시련을 극복하고 프로야구 최고의 선수가 된 것처럼, 문우람도 치열한 경쟁을 뚫고 넥센 외야의 왼쪽을 책임지는 선수가 될 수 있을까.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문우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