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에는 유재석-강호동으로 양분되던 예능계에 파란이 일었다. 대세 예능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예상치 못한 형태로 시청자들을 찾아왔다. 그리고 그 속에는 신선한 얼굴들이 있었다. 2014년이 선택한 예능의 얼굴들은 누가 있었을까. 그 캐릭터를 분석해 보았다.

<진짜 사나이> 혜리


MBC <일밤-진짜 사나이> '여군 특집'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효자 상품이었다. <진짜 사나이>에 대한 관심이 예전만 못한 시점에서 여군이라는 새로운 소재와 캐릭터를 발굴 해 낸 것은 신의 한 수였다. 다만 그 관심이 <진짜 사나이> 본편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점은 아쉽다.

<진짜 사나이> 여군 특집의 가장 큰 수혜자는 뭐니 뭐니 해도 그룹 걸스데이의 혜리다. 혜리는 퇴소를 앞두고도 딱딱한 태도로 일관하는 교관에게 서운한 표정을 지으며 콧소리를 내는 단 한 장면으로 단숨에 주목 받았다. 그 장면은 <진짜 사나이> 여군 특집을 상징하는 장면이 되었고, 혜리는 이로 인해 단번에 블루칩이 되었다.

이는 개그 프로그램 등에서 각종 패러디를 양산한 것은 물론, 혜리는 드라마에 캐스팅 되고 약 10여 편의 광고 모델로서 계약을 맺는 등 <진짜 사나이> 효과를 톡톡히 봤다. 그 효과는 연말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 매체에 따르면 혜리가 벌어들인 수익만 무려 20억에 달한다는 소식까지 들려왔다.

이런 상승세가 2015년에도 이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현빈의 드라마 복귀작 <하이드 지킬, 나>에 주조연급으로 캐스팅 되는 행운을 거머쥔 지금 대세인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삼둥이


KBS 2TV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시청률 1위는 '삼둥이'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세 아들 대한·민국·만세를 대동한 송일국의 출연은 그의 커리어 사상 가장 큰 부분 중 하나를 차지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송일국의 교육방식, 그리고 막 말을 배워가는 아이들의 귀여움은 육아 예능 열풍에 다시 한 번 불을 지피며 프로그램의 성공을 이끌었다.

추성훈의 딸 추사랑이 인기를 얻은 이후 마땅한 대안이 없던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입장에서 삼둥이 캐스팅은 예상치 못한 대박을 가져다주었다. 보기만 해도 귀여운 삼둥이는 프로그램에 대한 호감도를 증폭시키는 데 일조한 것은 물론, 각종 광고에도 출연 중이다.

'삼둥이 효과'는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10% 내외였던 시청률을 최고 20.7%(닐슨코리아 전국 기준)까지 올려놓았다. 별다른 이야깃거리가 없음에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정화되는 듯한 순수한 아이들 덕분이다. 초반에 삼둥이를 데리고 자전거를 타거나 제멋대로인 그들을 다루느라 고군분투하는 송일국은 실제로 육아를 담당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며 리얼리티를 불어 넣었다. 더 강력한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는 한, 삼둥이 열풍은 식지 않을 전망이다.

<비정상회담> 외국인


JTBC <비정상회담>이 성공할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11개국 청년들이 토론을 하는 이 프로그램은 여러 패널들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전하고 나누도록 만든 점, 외국인들의 시선으로 본 사회의 여러 문제들이 신선했다는 점, 그리고 결정적으로 외국인들의 한국어가 한국인 못지않게 능숙하다는 점 등이 합쳐져, 종편임에도 최고 시청률이 4.4%까지 치솟았다.

<비정상회담>에서는 어느 한 명이 주목받았다기보다는 '외국인의 촌철살인'이라는 콘셉트가 먹혀들었다. 콘셉트가 흥하자 따라서 출연진들 역시 주목을 받고, 각종 광고에 출연했으며 인지도를 올렸다.

기미가요를 삽입해 비난을 받고 출연진 에네스 카야의 불륜설로 이어져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하는 외국인들에 대한 호기심은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이런 반응을 제대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솔직하면서도 캐릭터 있는 출연진들의 등장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출연진에 대한 호감이 증가할수록 그들이 져야 하는 책임감도 높아져야 하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꽃보다 청춘> 유연석, 손호준, 바로


tvN <꽃보다 청춘> 라오스 편에서 보여준 활력과 에너지는 파급효과가 굉장히 뛰어났다. 여름을 강타한 청춘들의 라오스 여행은 기존 시리즈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와는 다르게 활력이 넘쳤다. 그동안은 잔잔하고 정적인 분위기였다면, <꽃보다 청춘>은 동적인 분위기를 띄며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창출해 냈다.

'청춘'이기에 고생을 해도 초라하지 않고 힘이 들어도 축 늘어지지 않는 분위기가 연출되었고 젊은 나이에도 서로를 배려하고 함께 동화되는 모습을 보이며 이들에 대한 호감도가 수직 상승하는 효과를 낳았다. 그들은 여행을 통해 젊은이들의 활력과 여행에 대한 향수를 동시에 보여주었으며 자신들의 캐릭터도 분명하게 각인시킬 수 있었다.

결국 그들에 대한 호감도와 인지도의 상승으로 이어졌고, 유연석은 주연급 캐스팅으로 영화와 드라마에서 활약하고 있다. 나영석 PD의 기획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삼시세끼> 이서진


tvN <꽃보다 할배> 이후 나영석과 다시 손잡은 이서진이라는 카드는 여전히 유효했다. 시골에서 직접 밥을 차려먹는다는 다소 심심할 것 같은 소재를 두고 나영석 PD는 이서진과 2PM 옥택연을 활용해 제대로 된 그림을 만들어 냈다.

이서진은 나영석과 티격태격하는 모습, 그리고 편안히 쉬고자 하는 마음이 좌절되는 모습을 번번이 보여주며 입가에 미소를 띠게 했다. 이서진이라는 캐릭터가 순종적이고 고분고분했다면 결코 그림이 되지 않았을 터이지만, 나영석은 다소 툴툴대는 그의 성격을 캐릭터로 만들고 이를 활용해 묘한 웃음을 창출해 냈다.

'빵' 터지는 한 방은 없지만 왠지 보고 있으면 편안해지는 그림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자극했고 8%대의 높은 시청률로 공중파 방송을 위협할 지경까지 이르렀다. <삼시세끼>가 가진 마력은 잔잔하지만 그만큼 강력했다. 나영석은 올해만 <꽃보다 청춘>에 이어 2연타 홈런을 친 셈이다. 시즌1을 끝낸 <삼시세끼>는 여세를 몰아 계절별로 시즌을 만들 계획이라고 하니 이런 열풍은 당분간 계속 될 듯하다.

<우리 결혼했어요> 송재림


MBC <우리 결혼했어요>는 있는 이야기를 다 한 상태였다. 사실 시청자들의 호응보다는 비난이 주를 이뤘던 이 프로그램에서 또 다른 스타가 탄생할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힘들었다.

그러나 송재림이 우결에 등장하자 분위기는 반전되었다. 김소은과 커플이 돼 처음부터 작업멘트와 스킨십을 남발한 그는 지나침과 적극성의 경계를 묘하게 오가며 시청자들을 설레게 했다. 적절히 받아주는 김소은의 리액션도 좋았지만 확실하고 화끈하게 당길 줄 아는 송재림의 한마디 한마디는 마치 실제 연애를 방불케 하는 효과를 주었다.

<우리 결혼했어요>는 가상 결혼 버라이어티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시청자들의 호응에는 그들의 모습이 실제이기를 바라는 호기심이 주효했다. 그러나 방송이 진행될수록 대한 진정성은 점차 희석되어 갔고, 출연진이 연기를 하고 있다는 인상이 강해졌다. 그 결과 패턴은 식상해지고 판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지루해졌다.

송재림이라는 캐릭터는 이 판을 뒤집을 만큼 강력했다. 사실 가짜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저 커플만큼은 진짜였으면 좋겠다는 감정을 일으킬 정도로 송재림은 포인트를 제대로 잡았다. 실제로 관심 있는 듯한 말투와 표정, 그리고 다소 민망하지만 달콤한 대사들은 그의 캐릭터를 확실히 살려주며 이 프로그램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송재림은 데뷔 후 처음으로 공중파 방송의 주연을 맡으며 대세 열풍을 이어갈 전망이다. 하나의 제대로 된 캐릭터가 예능과 본인의 커리어에 어떤 효과를 불어넣는지 보여준, 삼둥이 이후 가장 훌륭한 예능의 발견이라 할 수 있다.

<코미디 빅리그> 이국주


한 때는 비호감 1위 연예인을 차지할 정도였던 개그맨 이국주는 이제 '대세'라는 수식어로 통한다. 여성 개그맨이 주목 받는 경우가 흔치 않은 요즘, 이국주는 김보성 패러디로 '의리' 열풍을 몰고 오더니, 이 여세를 몰아 '호로록' 등의 유행어로 전성시대를 열었다. 덕분에 패러디 했던 김보성까지 덩달아 주목을 받았으니 이국주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였는지는 짐작해 볼만하다.

현재 이국주는 고정 프로그램만 다섯 개에 각종 광고 출연 등으로 여성 예능인 중 가장 뜨거운 한 해를 보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그동안 자신의 몸매를 희화화한 개그맨은 많았지만, '식탐'이라는 소재를 사용하여 노래를 만들고 캐릭터로 승화시킨 경우는 드물었다. 과체중 개그맨은 사실 넘칠 만큼 있었고 콘셉트는 겹쳤다. 그러나 이국주는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었다.

단순히 몸매와 식탐이 아니라 남자 연예인을 패러디하고 웃음 포인트를 살짝 다르게 만들어 차별화한 것이다. 이국주의 자신감과 당당함은 결국 그를 비호감에서 대세로 만들었고, 자신이 가진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킨 멋진 여성으로 기억되고 있다.

<학교 다녀왔습니다> 강남


이국주처럼 자신의 캐릭터를 인정받은 남자 예능인을 꼽으라면 바로 강남을 꼽을 수 있다. 그룹 M.I.B 멤버인 그가 예능인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키워드는 바로 '솔직함'이다. 언제 어느 곳에서나 솔직함과 개성으로 무장한 그는 만나는 사람마다 친화력을 보이며 시청자들과도 친분을 쌓기에 이르렀다.

강남은 자신의 이야기를 꾸미거나 소극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표현을 하며, 스스로 망가질 줄 아는 장점을 지녔다. 또한 서툰 한국말에도 전혀 주눅 들지 않는 당당함은 그에게 또 다른 캐릭터를 선사해 주었다.

현재 강남은 <학교 다녀왔습니다> <헬로 이방인> <속사정 쌀롱> 등 각종 예능에 고정출연 중이다. "겨울에 보일러도 못 튼다"고 생활고를 토로하던 시절과는 달라진 '대세'가 된 셈이다. 이미지와 캐릭터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한 순간에 주목을 받을 수도 있음을 강남은 증명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