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다큐멘터리 영화 <파티51>이 지난 11일 개봉했다. 영화는 서울 마포구 홍대 근처 칼국수집 두리반에 관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결과는 유쾌하지 않다. 우리의 취재는 "<파티51> 경이적인 관객 수를 기록 중- 아니? 어떻게? 이렇게 관객이 없을 수가?"로 시작하는 정용택 감독의 페이스북 게시물에서 시작했다. 대체 영화가 어떻기에? 직접 만나서 그 이유를 듣고 싶었다. 이제 그들의 지금은 다른 소중한 공간을 찾아 중심축에 맞게 돌아가고 있을까? 아니면 여전히 자본의 공격에 대한 피해자로 남게 됐을까? 앞으로 총 3부의 기획은 그들의 '지금'에 대해 묻고자 한다. - 기자 말

영화 <파티51>을 촬영한 정용택 감독이 영화 배급 문제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 정용택 감독 영화 <파티51>을 촬영한 정용택 감독이 영화 배급 문제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 이진혁·구보라

관련사진보기


"2000년대 중반 이후에 홍대 앞 임대료가 많이 오르면서 공연장이 많이 없어졌어요. 중대형 공연장만 살아남았는데 거기는 티켓 파워가 있는 음악가들만 무대에 서게 되고 <파티51>에 나온 음악가들은 그 당시 공연할 곳이 없어졌지요. 이 친구들이 공연할 곳도 없던 참에 두리반이라는 공간이 생기니까 공연, 기획, 연대 모든 것을 즐겁게 했죠."

지난 15일 오후 10시, 정용택 <파티51> 감독은 두리반 투쟁을 이렇게 말했다. 서로 갈 곳 없는 상황에 놓인 음악가와 두리반 식구는 힘을 합쳐 농성을 시작했다. 정 감독 역시 두리반 안종녀 사장의 남편 유채림 소설가의 <한겨레> 칼럼을 보고 이곳을 찾았다. 두리반 주인, 음악가, 감독은 그렇게 인연을 맺었다.

지난 2005년 문을 연 두리반은 2009년 공항철도 개통이 정해지면서 '지구 단위 계획 지역'에 포함됐다. 두리반은 약 1억 원의 권리금과 시설투자를 해서 들어온 가게였다. 새 건물주는 아무런 보상도 해주지 않은 채 2009년 12월 두리반의 강제철거를 계획했다. 주변 상권 세입자들은 이사비용 300만 원에 말없이 떠났다. 그러나 2009년 크리스마스이브 새벽, 두리반 주인 안종녀씨는 용역들이 쳐놓은 철판을 뜯고 두리반으로 들어갔다. 이것이 두리반 싸움의 시작이었다.

영화 <파티51>은 그 1년 5개월의 싸움을 유쾌하게 그려낸다. 두리반은 감각과 에너지가 살아있는 공간이었다. 531일 투쟁 끝에 두리반은 건설사와 협상을 통해 정당한 보상을 받았다. 정 감독은 그 싸움을 영상으로 담아 영화제에 출품했다. 두리반에서 공연했던 음악가들은 국내 최초의 음악가 생활협동조합인 '자립음악생산조합'을 만들었다.

홍대 앞 두리반은 연대의 공간이었다. 두리반을 지키기 위해 사람들이 그 곳에 모였다. 음악가들은 모여서 공연을 했고, 영상을 찍는 이는 그 모든 과정을 기록했다. 장소는 소중했다. 거대 자본은 두리반을 홍대에서 몰아내려 했지만, 두리반은 거대 자본이 지니지 못한 연대의 힘을 갖고 있었다. 투쟁은 성공했고, 어느새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정용택 감독은 두리반의 음악가들을 영상에 담았고 그 결과물로 <파티51>이 만들어졌다.

애써서 만들었는데... "상영할 공간이 없어요"

영화 <파티51>의 포스터
▲ <파티51> 영화 <파티51>의 포스터
ⓒ 인디스토리

관련사진보기


하지만 <파티51>은 상영할 공간이 부족하다. 이는 한국 영화 배급의 현주소이기도 하다. 현재 한국 영화는 대기업의 독점으로 다양성을 잃어가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지난 10월에 발표한 '2014년 3분기 한국영화산업 결산 통계자료'에 따르면 이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전체 영화 배급에서 CJ 영화 사업 부문(35.8%), 롯데엔터테인먼트(15.4), 쇼박스(9.7%) 등 3대 제작 및 배급사가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 상영관의 60.9%, 총 매출의 90%에 육박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업체들이 자신들의 투자·배급한 영화를 우선적으로 상영한다는 점이다.

"독립 영화가 잘 만들기만 하면 뭐든지 만사형통이라 생각하는데, 아무리 잘 만들어도 배급되지 않으면 도태되고 말아요."

정 감독은 현재 <파티51>의 흥행 저조에 대해 영화의 '질'만의 문제가 아님을 지적한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공연처럼 불러주는 곳 없고 보러오는 사람 없는 영화가 되어가는 것을 바라보고 있으니 이것이 현재 한국의 모든 '을'의 운명인가 싶어서 쓸쓸해지는 날이다"라고 했다. 이는 최근 독립 다큐멘터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아래 <님아>)의 흥행을 보면 수긍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님아>의 배급을 CJ 계열사인 CGV아트하우스가 맡고 있단 사실을 알게 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님아>는 영화관을 확보하고 있는 대기업의 투자로 개봉 첫 날부터 수백 개의 개봉관을 확보할 수 있었다. CGV아트하우스(구 무비꼴라쥬)가 배급한 <한공주> 역시 첫 날 상영관 수는 202개였다.

이와 달리 <파티51>은 개봉 여부 자체부터 불투명했다. 영화는 이미 작년 개봉을 목표로 완성이 된 상태였다. 내용 역시 시의성을 담고 있기 때문에 빨리 개봉할수록 좋았다. 하지만 상영관 확보를 위한 배급 비용을 마련할 수 없었다. 대부분의 독립 영화가 겪는 문제이다.

정 감독은 영진위에 영화산업 유통지원비를 신청했다. 독립 영화 제작자가 배급 비용을 마련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창구이다. 그러나 지난 2013년에는 떨어졌다. 결국 올해 하반기가 돼서야 2600만 원의 영화산업 유통지원비를 받게 됐다. 결과적으로 개봉 첫날 11개의 상영관만 확보할 수 있었다.

영화 마케팅에 드는 비용은 매년 오르지만 영진위의 지원금은 제자리걸음이다. 정 감독은 "아직도 지인 중 일부는 영화가 상영하는지도 모릅니다"라고 말했다. 12월 22일 기준, <파티51>은 누적관객 1376명(영진위 집계)에 전국상영관은 7개다. 정 감독이 바라는 건 독립 영화가 숨 쉴 생태계 '공간'의 확보이다.

대기업의 '다양성' 영화 지원이... 다양성을 파괴한다?

배급 문제의 해결 없이는 영화 홍보에 한계가 있다.
▲ <파티51>시사회 배급 문제의 해결 없이는 영화 홍보에 한계가 있다.
ⓒ 인디스토리

관련사진보기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독립영화를 다양성 영화라 불렀다. 지난 2007년 영진위는 '시네마워크 사업계획안'에서 소규모 저예산 영화를 총칭하는 상위 개념을 다양성 영화라 정의했다. 상업영화가 담지 못한 '다양성'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립영화전용관 확대를 위한 시민 모임 원승환 이사는 이러한 정의에 의문을 제기한다.

"과연 2500만 달러(한화 약 259억)를 투자한 <비긴 어게인>과 평균 1억5000만 원을 투자한 국내 독립영화 사이에 공통점이 있을까요? 실제 다양성 영화는 다양한 주제를 분류하기 위한 구분이었는데, 영진위나 산업계의 이런 구분은 독립 영화계의 제작 실정을 전혀 반영하지 않습니다."

특정 대기업의 배급과 제작 지원은 다양성 영화의 '다양성'을 파괴한다. 비주류에서조차 상업성을 갖춘 영화 위주로 투자 혜택을 받는다면, 장기적으로 다양성을 지닌 영화의 진일보를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가 논의해야 하는 것은 일부 기업에 특혜를 받는 방법이 아닌, 서로가 공생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두리반의 그곳처럼 말이다.

이는 대형 배급사의 수혜를 받고 있는 사람도 경계하는 지점이다. 실제로 <님아>의 진모영 감독은 언론 보도를 통해 자신의 영화가 독립 영화의 자생력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을 경계하고 CGV아트하우스 측에 <님아> 상영 횟수 축소를 요청했다.

CGV는 진 감독의 뜻을 받아들였다. 덕분에 마음 졸이던 다른 독립 영화들이 약간이나마 상영 기회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원 이사는 비판적으로 말했다.

"마치 올림픽에 참가 의의를 두는 것과 같죠. 애초에 공정한 게임이 아니죠."

그는 단순 예술영화전용관의 상영만으로는 일반 시민들에게 영화를 알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독립영화 생태계의 장기적인 지속을 위해 일반 상영관 확대까지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 22일, 공정거래위원회는 CGV와 롯데시네마가 자사와 계열사 영화에 특혜를 줬다며, 과징금 55억을 부과하고 검찰하고 고발하기로 했다. 

"영화 홍보 차 다양한 게스트를 섭외하여 GV(Guest Visit)도 활발히 하고, 영화관에서 작은 공연도 하고 있습니다. SNS 홍보도 열심히 하고 있고요. 영화 상영 이후에는 공동체 상영 역시 생각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신 분들은 즐길 수 있는 투쟁의 기록이라며 많이 좋아해 주셨는데... 쉽지 않네요."

두리반 투쟁은 자본의 압력 속에 사라지는 '공간'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영화 <파티51>은 유쾌한 연대, 자생적 힘을 보여준 '두리반'이라는 공간을 무대로 한다. 하지만 '공간'의 소중함을 다룬 영화조차 제대로 상영할 '공간'이 없다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자본 없이 주변부로 밀려갔던 독립 영화계는, 배급을 무기로 진입한 자본에 의해 그 생태계가 더욱 파괴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20대 청춘! 기자상 응모글



태그:#두리반, #파티51, #영화 배급
댓글1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3,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