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방영한 tvN <미생> 17회 한 장면

지난 12일 방영한 tvN <미생> 17회 한 장면 ⓒ CJ E&M


상사맨이지만, 영업하면서 늘 정도를 걸었던 오상식(이성민 분) 차장. 하지만 지난 12일 방영한 tvN <미생> 17회에서 오 차장은 난생처음으로 '꽌시'의 유혹에 사로잡힌다. 본인이나 영업 3팀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 최 전무(이경영 분)의 부사장 승진을 위한 총알받이로 쓰일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사업의 결과에 따라 직원을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생각에 오 차장은 최 전무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우리 애' 장그래(임시완 분)를 위해서다.

지난 16회에서 계약직은 아무리 타당성 있는 사업계획서를 제출한다고 해도 담당자가 될 수 없다는 현실을 혹독히 경험한 장그래에게 오 차장이 해줄 수 있는 말은 "취해있지 마라" 뿐이었다.

오 차장 또한 아무리 잘해도 계약직이기 때문에 번번이 고배를 마시는 장그래의 처지가 안타깝고 속상했지만,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회사가 전쟁터라면 밖은 지옥인 상황에서 한 집안의 가장인 오 차장에게 가장 중요한 숙명은 어떻게든 회사에 살아남는 것. 그래서 오 차장은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지난 12일 방영한 tvN <미생> 한 장면

지난 12일 방영한 tvN <미생> 한 장면 ⓒ CJ E&M


살아남기 위해 부당한 상황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 사람들. 요즘 대한민국을 가장 떠들썩하게 만든 대한항공의 '땅콩리턴'이 수많은 사람의 공분을 자아낸 것도 '갑'의 횡포에 무릎을 꿇어야 하는 '을'의 비애를 느꼈기 때문이다. 비행기의 서비스를 총괄하는 책임자였으나, 오너 일가의 지시 한 마디에 비행기에서 내려야 했던 대한항공의 사무장처럼, '을'인 오 차장은 회사 혹은 상사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출중한 업무 실력에도 상사가 내리는 지시를 모두 따르지 않아 미운털이 제대로 박힌 오 차장은 그 대가로 한직을 맴돌아야 했다. 그래서 자신이 힘겹게 머리 굴려서 만든 사업 아이템도 속칭 회사가 밀어주는 전략팀에 고스란히 빼앗긴 일도 있었고, 부하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보기 좋게 물 먹은 적도 여러 번이다.

마음 같아서는 회사를 그만두고 싶었던 적이 수도 없었겠으나, 그럼에도 오 차장은 꾹 참았다. 그에게는 월급이 필요했고, 원 인터내셔널을 나온다고 해도 가족의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는 별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오 차장은 있는 힘껏 더 버티기로 했다. 오 차장뿐만 아니라, 자원 2팀의 정 과장(정희태 분)도, 영업 2팀의 고 과장(류태호 분)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지난 12일 방영한 tvN <미생> 17회 한 장면

지난 12일 방영한 tvN <미생> 17회 한 장면 ⓒ CJ E&M


이 시대 직장인들이 그렇듯이 최대한 회사에서 오래 버티는 것이 목표인 오 차장. 그러나 오 차장은 자신의 안위뿐만 아니라 부하 직원인 장그래가 걱정스럽다. 본인도 언제 목이 달아날지 모르지만, 자신보다 더 위태로워 보이는 장그래가 계속 눈에 밟히던 오 차장은 결국 고민 끝에 모험을 결심한다.

자칫 잘못하면 자신이 옷을 벗어야 하지만, 잘만 하면 오 차장과 장그래 모두 회사에서 더 오래 버틸 수 있다. 그래서 오 차장은 자신의 승진을 위해 오 차장과 영업 3팀을 노리는 최 전무의 간악한 계략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 또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미생'이라고 하나 부하 직원의 생존까지 극구 짊어지려고 한다. 혼자 꽃밭 위를 날아다니기보다 부하 직원들과 함께 거닐기 위해 고민하는 꿀벌 오 차장 같은 상사를 만난다면 힘든 회사 생활도 할 만하지 않을까.

자본주의 사회가 만든 '갑'의 횡포에도 묵묵히 살아가야 하는 다수의 '을'에게 힘이 되는 오 차장. 우리는 지금 어느 때보다 오 차장 같은 진정한 상사가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권진경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너돌양의 세상전망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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