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난 넥센 중심타선 3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4차전 LG 트윈스 대 넥센 히어로즈 경기에서 넥센이 LG를 12대2로 누르며 창단 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에 올라갔다. 이날 넥센은 쓰리런 홈런을 쳐낸 김민성(왼쪽부터), 투런 홈런을 쳐낸 강정호, 박병호 등 중심타선의 활약에 힘입어 대승을 거두었다.

▲ 살아난 넥센 중심타선 지난 10월 3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4차전 LG 트윈스 대 넥센 히어로즈 경기에서 넥센이 LG를 12대2로 누르며 창단 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에 올라갔다. ⓒ 연합뉴스


2014년 한국프로야구는 삼성의 우승으로 끝났지만 준우승팀 넥센에 보내는 박수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컸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넥센에 대해 거의 모든 매체가 칭찬 일색이다. 실제로 넥센은 그럴 가치가 있는 경기를 플레이했다. 그러나 내년 시즌부터 넥센은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환경 속에서 시즌을 운영해야 한다.

넥센이 이겨내야 할 변수들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높아진 팬들의 눈높이를 충족시켜라

넥센은 2013년 4위, 2014년에는 2위의 성적을 올렸다. 성적이 계속 좋아지고 있다. 반대로 말하면, 다음 시즌에서 2위 이하의 성적을 거두면 더 이상 '좋은 성적'이 아닌 위치에 올라선 것이다. 팬들의 눈높이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2014년 포스트시즌이 한창일 때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보다 더 많은 이슈를 뿌린 팀이 있었다. 바로 롯데 자이언츠이다. 여러 보도를 통해 본 지금 롯데의 사정은 말 그대로 최악이었다. 그러나 불과 2년 전, 롯데는 4위로 시즌을 마감하고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을 제압하고 플레이오프에 까지 진출했던 강팀이었다. 이뿐인가 2008년부터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2008년부터 3년 연속 팀을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키고도 준플레이오프에서 연속 탈락했다는 이유로 로이스터 감독은 경질을 당했다. 후임 양승호 감독은 성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서 2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역시 자리를 보존하지 못했다.

올라가는 것은 어렵지만 내려오는 것은 한순간이다. 2012년 플레이오프에서 SK와이번스에게 2승 3패로 아쉽게 졌을 때의 롯데가 2년 뒤 지금의 처참한 모습이 될 것을 예상한 사람이 있었을까?

더구나 2015년은 염경엽 감독의 계약기간 마지막 해이다. 부임 첫 2년간의 성적만으로 향후를 보장받을 만큼 인정이 넘치지 않는 것이 프로의 세계이다.

전력누수에 대비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넥센 히어로즈는 타 구단에 비해 선수층이 두텁지 않다. 그나마 성적이 좋았던 지난 2년간 팀에서 FA 자격을 얻는 선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 주전 유격수 강정호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가시화 되고 있으며, FA 자격을 얻는 선수들이 하나씩 나타나게 된다.

자본력이 취약한 넥센 구단에서 이들을 모두 붙잡을 수 있을까? 물론 2년 전 FA 시장에서 이택근을 파격적인 금액으로 영입한 전례를 생각하면 '돈이 없는' 구단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 넥센의 주전선수들은 국가대표급 라인업이다. FA로 풀릴 경우 타 구단의 러브콜이 쇄도할 가능성이 높다.

2000년대 중반 한국시리즈에 올랐던 한화는 김태균, 이범호, 구대성, 류현진 등 주전 멤버들이 차례로 팀을 떠나면서 꼴찌까지 추락했다. 롯데의 경우 이대호, 김주찬, 홍성흔 등 2000년대 후반 롯데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선수들이 하나씩 팀을 떠난 이후 성적도 하락하고 말았다.

선수층이 두텁지 못한 팀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 넥센에서도 현실화될 수 있다. 당장 내년에 미국에 진출할 예정인 강정호를 시작으로 손승락, 유한준, 이택근 등이 FA 자격을 얻는다. 만약 이들 중 하나라도 팀을 떠나게 될 경우 팀의 전력 약화는 불가피하다.

고척돔구장에 연착륙 할 수 있을까?

현재 넥센의 홈구장인 목동구장은 프로팀이 쓰기에 부족한 점이 많다. 수용인원도 그렇고 결정적으로 인근 목동 아파트 주민들에게 넥센은 달갑지 않은 팀이다. 실제 홈경기에서는 오후 10시가 넘으면 앰프 응원이 중단된다. 인근 주민들의 소음관련 민원 때문이다.

마침 고척돔구장이 내년에 오픈될 예정이다. 서울시와의 협상여부를 지켜봐야겠지만 고척돔으로의 이전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그런데 목동은 강력한 타선을 자랑하는 넥센에 안성맞춤인 야구장이었는데 고척돔은 그렇지 못하다. 홈팀이 원정팀보다 유리한 점은 구장의 '익숙함'이다. 반면 고척돔으로 옮길 경우에는 홈구장임에도 '어색함'을 만나야 한다.

2014 시즌 기아 타이거즈는 챔피언스 필드라는 아름다운 경기장에서 아름답지 못한 성적을 올렸다. 여러 원인이 있지만, 적어도 홈팀이 누릴 수 있는 익숙함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새집증후군은 아파트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1984년 리그전체 1위를 기록했던 OB는 이듬해인 1985년 대전에서 잠실구장으로 연고지를 옮겼다. 옮긴 후 첫 해 성적이 51승 57패로 6개 팀 중 4위에 그쳤다. 인천구장에서 수원으로 옮긴 현대는 1998년 승률 0.643에서 1999년에는 0.535로 1할이 넘는 승률하락을 경험해야 했다.

더구나 고척돔구장은 국내 최초의 돔구장이 된다. 어느 정도의 시행착오는 불가피해 보인다.

제2의 서건창·박병호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서건창은 신고선수 출신이고, 박병호도 낮은 몸값에 영입했다. 그리고 이 두 선수는 리그를 평정했다. 비용 대비 효율이 리그 최정상급인 이들은 넥센의 자랑이자 히어로즈 구단의 경영에도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넥센은 더 이상 제2의 서건창과 박병호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그럴 수도 없다.

우수한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서는 투자가, 그것도 적지 않은 금액이 수반되는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삼성이 그랬고, 최근 들어 다시 강팀의 반열에 오른 LG가 그랬다. 한화는 어떠한가. 최하위에서 벗어나기 위해 2014년 이용규와 정근우를 영입한 데 이어 김성근 감독을 비롯한 다수의 코치진들 영입에 지갑을 열고 있다.

미국처럼 선수 간 거래가 활발하지 못한 한국에서 외부의 우수선수를 영입할 수 있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FA 선수에 대한 적극적 투자이다. 마침 강정호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경우 넥센에게는 과거에 없던 큰 돈을 쥘 수 있다. 적어도 자본력에서는 타 구단에 밀리지 않을 여력이 생긴다. 남은 것은 넥센 프런트가 얼마나 능력을 발휘하느냐다.

넥센은 우승에 실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수받는 것은 이번 시즌이 마지막이다. 이제 넥센은 다른 팀이 됐다. 2012년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팀 중 2014년에도 가을야구에 성공한 팀은 삼성뿐이다. 넥센을 제외한 어느 구단도 넥센이 차지한 지금의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다.

이제 넥센이 한국야구에 새로운 역사를 쓰는 강팀이 될 것인지, 아니면 반짝 해프닝으로 끝나는 팀이 될 것인지... 진짜 승부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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