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한 롯데 자이언츠 수뇌부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이창원 신임대표(맨 오른쪽)가 13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해 이종운 감독(가운데), 이윤원 단장과 손을 잡고 있다.

▲ 취임한 롯데 자이언츠 수뇌부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이창원 신임대표(맨 오른쪽)가 13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해 이종운 감독(가운데), 이윤원 단장과 손을 잡고 있다. ⓒ 연합뉴스


프런트와 선수단 간 내부 갈등, CCTV 사찰 파문 등으로 홍역을 치른 롯데 자이언츠 야구단이 새 출발을 선언했다.

롯데는 지난 13일, 사직구장에서 이창원 신임 대표이사와 이종운 신임 감독의 취임식을 동시에 치렀다. 지난 시즌 종료 이후 롯데는 김시진 감독을 비롯하여, CCTV 사찰로 논란을 일으킨 최하진 전 대표이사와 이문한 운영부장, 공필성 코치 등이 모두 줄줄이 사퇴했다.

프로야구 사상 유례없는 구단 수뇌부의 전면교체였다. 이날 취임식은 선수단과 신임 수뇌부가 공식적으로 처음 만나는 순간이었다. 

이 자리에서 이창원 신임 대표이사는 이윤원 신임 단장, 이종운 신임 감독, 주장 박준서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팬들을 위한 사과문을 읽었다.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이번 파벌 사태의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가장 논란이 된 '프런트의 역할'을 바로잡았다는 점이다.

수뇌부 교체하며 선수단과 화해에 나선 구단

그동안 롯데 구단에서는 '프런트 야구'라는 미명하에 일부 구단 고위층 및 프런트의 월권과 독선이 있었다. 이는 내부 갈등을 초래한 근본 원인으로 꼽혔다. 전임 수뇌부의 경우, CCTV 파문이 벌어지기 전부터 선수단 기용과 작전지시 등 현장의 고유권한까지 침범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프런트 야구 자체가 선악의 개념은 아니다. 삼성이나 넥센처럼 프런트가 고유의 전문성과 시스템을 바탕으로, 현장과 분업화를 이루며 성공을 거둔 구단도 있다. 그러나 그동안 롯데는 야구에 관한 전문성도, 체계화된 시스템도 갖추지 못한 프런트가 소수의 밀실행정으로 권한을 남용했다.  

이창원 대표이사는 "앞으로 프런트는 현장을 지원하는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선언했다. 현장의 최고 전문가인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권한에 힘을 실어줄 것을 분명히 약속했다. 그동안 공식 성명서를 발표하고, 프런트 사퇴 등을 요구하며 구단 측과 갈등을 빚은 선수단에 대해서도 어떤 보복성 불이익도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한 향후 선수단과 프런트 사이 창구를 단일화시켜서 필요할 경우 단장은 감독과 협의하고, 프런트가 선수들과 개별로 접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최근 일련의 사태에 대한 롯데 구단 측의 개혁 의지를 분명히 보여준 장면이다. 그만큼 모기업에서 새 수뇌부에 전적으로 권한을 일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로서 롯데 구단은 장기화됐던 내부 갈등을 일단 봉합한 모양새이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사실상 구단 운영이 파행을 겪은 상황이라 스토브리그에 대한 대비가 다른 구단들에 비하여 많이 늦었다. 이종운 신임 감독을 제외하면 다음 시즌 팀을 이끌 코칭스태프조차 확정이 되지 않은 상황이다.

롯데는 오프시즌에 3명의 코치가 팀을 떠났다. 박흥식 타격코치는 KIA로, 정민태 투수코치는 한화로 떠났으며, 공필성 수비코치는 불명예 사임했다. 이들의 공백을 메울 1군 코치진의 보강이 필요하고, 2·3군에도 연쇄적인 보직 이동이 예상된다.

전력 누수에 훈련도 늦어

코앞으로 다가온 자유계약선수(FA) 시장도 문젣. 올 시즌 롯데는 외부 FA 영입보다 내부 FA 단속이 더 시급하다. 좌완 장원준을 비롯해 베테랑 투수 김사율, 내야수 박기혁, 외야수 이승화 등이 FA 자격을 얻는다.

사실 롯데는 다음 시즌 전력을 보강할 부분이 많다. 주축 투수들이 대부분 30세를 넘겼고, 전준우의 군입대 공백과 강민호의 부활, 손아섭의 고질적인 어깨부상 회복 여부도 변수다. 외국인 선수에 대해서는 태업 논란을 빚은 타자 루이스 히메네스와는 결별이 유력한 가운데, 투수 쉐인 유먼과 크리스 옥스프링과는 재계약 여부를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갈 길이 바쁜 상황에서 이종운 신임감독이 흐트러진 팀 분위기를 어떻게 다잡을지도 주목된다. 롯데가 프런트 야구와의 결별을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현장의 자율성을 보장하기로 약속한 만큼, 이종운 감독에게는 위기이자 기회이기도 하다.

이종운 감독은 롯데에서 현역시절을 보냈고 1992년 롯데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을 함께한 멤버이기도 하다. 하지만 감독 경력은 아마추어인 경남고를 지도한 것이 전부이고, 프로 코치 경험도 3년밖에 되지 않는다. 경남고 시절부터 작전을 많이 구사하는 '스몰볼'을 선호했다는 점에서 다음 시즌 롯데의 색깔을 어렴풋이 유추해볼 수 있을 뿐, 구체적인 리더십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있다.

최근 선수단과 프런트 간 파벌싸움 가운데서 이종운 신임감독도 적지 않은 상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전임 수뇌부에 의하여 선임된 이종운 감독을 친(親)프런트 인사로 분류하는가하면, 확인되지 않는 루머도 퍼졌다. 때문에 취임 직후부터 일부 팬들의 비난에 곤욕을 치렀다.

이종운 감독은 지난 취임식과 기자회견에서도 이런 비판을 의식하듯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섰다. 내우외환으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초보 감독으로 팀을 장악해야한다는 어려움, 시작도 하기 전에 팬들의 의심어린 시선을 극복해야한다는 숙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선수단 스스로 이번 기회를 계기로 환골탈태하고 다시 하나의 팀으로 뭉치는 계기를 만들어야한다. 프런트와의 갈등 때문에 상대적으로 묻혔지만, 많은 팬들 사이에서는 그동안 선수단 역시 크게 잘한 게 없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팬들의 실망감과 불신을 바꾸는 길은 결국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보여주는 길밖에 없다.

롯데는 1992년 마지막 우승을 끝으로 무려 22년 연속으로 정상복귀에 실패하며 역대 한국시리즈 사상 최장기간 무관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올 겨울 대대적인 구단 개편의 홍역을 치른 롯데가 당분간 정상권에 도전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하지만 불가능은 없다. 1994년 선수단 집단이탈 파문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OB(현 두산)가 이듬해 선수단이 똘똘 뭉쳐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의 기적을 일궈낸 사례도 있다. 꼭 우승이 전부는 아니지만, 팬들이 기대하는 것도 롯데가 다시 한 번 '팬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열정을 보여주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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