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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검열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검찰이 '통신제한조치(감청)연구전담팀(TF)'을 꾸렸다. 연구목적이라고는 하지만, 김진태 총장이 '카카오톡 직접 감청'을 언급했던 만큼 TF가 앞으로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지에 눈길이 쏠린다.

4일 대검찰청은 올해 국정감사 후속조치로 통신제한조치연구TF를 구성했다고 발표했다. 대검 강력부와 공안부, 기획조정부, 반부패부, 과학기획관실과 정보통신과 등 6개 부서가 참여하는 TF는 실무자들의 연구 목적으로 만들어져 팀장이 따로 있진 않다. 여기에는 해외에 있는 법무협력관들도 참여, 해외사례 연구를 맡을 예정이다.

검찰의 이번 조치는 한 달 넘게 이어진 사이버 검열 논란을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대검은 '사이버 명예훼손 수사 강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그 내용 자체가 사생활 침해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우려가 나왔고, 모바일메신저 '카카오톡' 사찰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비판은 끊이질 않았다. 올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 역시 사이버 검열 논란이었다.

사태 수습에 나선 검찰은 국감 직후 통신제한조치TF를 구성했다. 김진태 총장은 4일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이와 관련해 "수사기관의 적법한 법 집행이 위축되지 않도록 하면서 동시에 통신수사실무의 바람직한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국감 후속조치 전반을 철저히 하라고 당부하면서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되 시의에 맞게 알리고 설명해 불필요한 오해를 사거나 비판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덧붙였다. 통신제한조치TF 가동이 사생활 침해 문제나 해외 기술 사례 등을 연구, '불필요한 오해를 사거나 비판받는 일이 없도록' 하려는 시도로 읽히는 대목이다.

검찰 조치가 찝찝한 이유

찝찝한 부분도 있다. 김 총장은 10월 24일 대검 국감에서 "(다음카카오가 영장 집행에 따르지 않는다면) 열쇠공을 불러다 문 따는 것처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음카카오가 현행 법률에는 카카오톡 감청의 뚜렷한 근거가 없다며 고객들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감청영장 집행에 불응하겠다고 한 것을 두고 법사위원들의 질의가 이어지자 '검찰이 직접 하겠다'고 답한 것이었다.

이에 앞서 열린 서울고등검찰청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나온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는 "현재 법·제도에 여러 가지 미비한 점이 있어 법을 더 엄격히 해석, 감청영장에 불응하기로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대법원 판례 등을 볼 때 이미 서버에 저장된 메시지를 모으는 현재의 카카오톡 감청 방식은 법적 근거가 확실하지 않다는 얘기였다. 그는 또 감청의 경우 현재 기술로는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관련 기사 : "현행법은 아날로그 시대 법" 다음카카오 대표가 진짜 하고 싶었던 말).

그런데 검찰 통신제한조치TF의 연구 범위는 아직 상세히 알려지지 않았다. 10월말 꾸려졌으니 좀 더 지켜봐야 할 테지만, TF가 이석우 대표가 지적한 ▲ 현행법과 제도의 미비점 ▲ 실시한 감청의 기술적 한계까지 다룰 수도 있다. 어떤 열쇠공을 불러서 문을 따야하는지, 즉 어떤 기술로 카카오톡 감청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지도 연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4일 김진태 총장은 대검 확대간부회의 끝 무렵 "한 가지 소회를 말하겠다"며 조선시대 사헌부 대관 이야기를 꺼냈다. 사헌부는 검찰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한 기관이며 대관은 그 소속이다.

"대관은 청탁이나 작당 등에 대한 염려를 우려하여 타인과 어울리는 것 자체를 삼갔다. 이렇게 하다 보니 현실적으로도 가장 청빈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으나 그럼에도 늘 자존과 명예를 앞세웠고, 다른 관리들로부터 '대관은 쓸쓸하고 술도 못 마셔 얼굴에 늘 검은 빛이 있다'는 비아냥까지 들어야 했다. 시대나 상황이 달라 옛 대관의 삶을 그대로 따르기는 어렵겠으나 그 정신과 자세는 우리가 참고할 만하다. 인간 세상에는 어디든 용과 뱀이 함께 살고 있지만 국민들은 이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했으면 한다."

통신제한조치TF는 검찰이 자존과 명예를 다시 세우는 계기가 될까. 아니면 또 한 번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는 상황을 빚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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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검찰, #카카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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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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