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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자료사진)
 카카오톡(자료사진)
ⓒ 조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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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은 빼들었다.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베어내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최근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발표한 검찰 이야기다. 검찰은 25일 "카카오톡과 같은 사적 공간에서 이뤄지는 대화를 검색하거나 수사할 계획은 없다"고 공식 해명했다. 또 "마치 카카오톡의 모든 대화를 (실시간으로) 보는 것처럼 얘기가 나오는데 불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법원이 발부한 영장이 없는 한 카카오톡을 들여다볼 수 없다는 뜻이었다.

이 '당연한 해명'이 나온 이유는 지난 18일 검찰이 주관한 회의 때문이다. 이날 검찰은 유관기관과 모여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 대응 방침'을 논의했다. 그런데 이 자리에 카카오톡 관계자가 참석했고, 회의에서 나온 결론 중 하나는 '상시 모니터링 강화'였다(관련 기사 : 박근혜 발언 이틀 만에...검찰 "사이버 명예훼손 무관용"). 이후 '수사기관이 카카오톡을 실시한 감시한다'는 풍문이 돌기 시작했다. 보안성이 강하다는 러시아산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Telegram)' 열풍이 불 정도로.

모니터링 대상은 막연한데... 효과도 의문

하지만 수사기관이 '카카오톡은 안 본다'고 해서 끝날 일이 아니다. 검찰이 내놓은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 대응' 방침 곳곳에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

이날 검찰은 기자들에게 수사대상은 ▲ 공적 인물이나 연예인 등과 연관 있는 허위사실을 조작·유포하거나 ▲ 특정 개인의 신상을 악의적으로 털고 ▲ 왕따카페를 만들어 학생·청소년을 집단으로 괴롭히는 경우 등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 대상들을 '열린 공간'에서 실시간 모니터링해 적발하겠다고 덧붙였다.

당장 짚어볼 대목은 '열린 공간'의 기준이다. 너무나 막연하다. 검찰이 수사력을 강화할 사이버 공간은 포털사이트가 될 수 있고 '오늘의 유머'나 '일간베스트저장소' 같은 온라인커뮤니티 역시 가능하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처럼 다수에게 글을 공개하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까지 해당할 수 있다. 지금은 사라진 인터넷 실명제(제한적 본인확인제)처럼 일일 방문자 수를 기준으로 삼는 방법도 있다. 결국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이다.

또 카카오톡을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란 대책 자체가 실효성이 있을까 의문스럽다. 최근 들어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는 인터넷보다 카카오톡 메신저에서 더욱 빠르고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분위기다. 세월호 참사의 경우 한동안 카카오톡으로 '생존자 메시지'란 허위사실이 퍼져 문제가 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유명인 악성루머를 담은 이른바 '증권가 찌라시'를 카카오톡으로 유포한 이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카카오톡을 감시한다 해도 그 효과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찍힌다. 텔레그램 열풍에서 볼 수 있듯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수사기관이 접근하기 어려운 메신저로 갈아탈 수 있다. 과도한 검열을 우려해 해외 서버에 기반을 둔 이메일이나 메신저를 사용하는 사례도 이미 수두룩하다. '엄정 대응'이라는 목표 달성은커녕 풍선 한 쪽을 누르면 다른 한 쪽이 부풀어 오르는 것처럼 역효과만 낳을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사실에 기반을 두고 풍자·비판하는 게시물을 어떻게 보느냐는 문제가 남는다. 지금도 뜨거운 논쟁을 낳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을 예로 들어보자. 그가 4월 16일 7시간 동안 자리를 비운 것 자체는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바탕으로 대통령을 비판하거나 풍자하는 내용을 담은 글은 과연 어디까지 풍자와 비판이며 어디부터 허위사실일까. 명쾌한 기준을 제시하기 어려운 일이다.

허위사실을 최초로 유포한 사람뿐 아니라 확산·전달한 사람 모두 처벌한다는 방침 역시 논란거리다. 검찰은 "최초 유포자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했지만, '퍼 나르는 행위도 처벌대상'이라는 메시지 자체가 표현의 자유를 위축하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 '민간인 사찰'의 피해자 김종익씨만 해도 그가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한 <쥐코> 동영상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일이 시발점이었다. 이후 김씨는 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검찰 수사까지 받았다.

"누가 들여다봐도 문제없는 글 쓰면 된다"는 검찰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자료사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자료사진)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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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취재진들이 이러한 문제점을 연거푸 지적하자 검찰 관계자는 "검색 범위 등은 논란이 많고 전담수사팀 발족 때도 얘기가 많이 나와서 계속 논의 중"이라며 어느 정도 수긍하는 모습이었다. 또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을 충분히 반영, 국민들의 오해 소지가 없도록 하겠다"며 조심스러워했다.

그런데 검찰이 딱 한 번 취재진의 지적이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방침으로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질문이 나왔을 때였다.

- 대다수 국민이 염려하는 것은 검찰이나 국정원이 포털사이트,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하나하나 가입해 들여다보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다. 이게 위축효과가 있는 것이다.
"근데 왜 위축이 되죠?"

- '수사기관이 보고 있을지 모른다.' 이걸로 충분히 위축이 된다.
"아무 문제없는 글을 쓰면 위축될 이유가 없다."

만약 검사들의 모든 글을 김진태 총장이 들여다보고 있을 때에도 이 대답은 그대로일까.


태그:#검찰, #박근혜, #명예훼손, #표현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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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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