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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성 전 한양대 교수가 7일 공개한 국정원의 카카오톡 통신제한조치(감청) 요청 문건. 지난해 8월 수사 대상자의 한 달간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감청해 보안 메일로 받았다고 기록돼 있다.
 김인성 전 한양대 교수가 7일 공개한 국정원의 카카오톡 통신제한조치(감청) 요청 문건. 지난해 8월 수사 대상자의 한 달간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감청해 보안 메일로 받았다고 기록돼 있다.
ⓒ 김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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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Telegram) 열풍으로 상징되는 소위 '사이버 검열' 논란이 사회문제화 된 가운데, 법원이 패킷 감청 허가 여부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다만 법원은 "(통신제한조치) 영장 신청이 들어오면 발부하지만, 실제로 그 영장을 가지고 어떠한 방법으로 집행하는지는 알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구체적 방식을 인식하지 않는 법원의 영장에 의해, 검찰과 국정원 등 수사기관이 사생활 침해의 소지가 큰 패킷 감청을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패킷 감청은 인터넷 통신망에서 전송을 위해 잘게 쪼개진 데이터 조각인 '패킷'을 이용해 감청하는 방식으로, 단말기가 아니라 통신망에 직접 접속해 이루어진다. 이 방식을 이용하면 감청 대상자가 방문한 인터넷 사이트는 물론, 검색, 채팅, 전자우편, 인터넷 뱅킹 등 거의 모든 사이버 활동을 실시간으로 몰래 들여다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패킷 감청은 영장에 제시된 감청 목적 이외의 다른 사항도 무차별적으로 볼 수 있다는 점, 해당 회선을 이용하는 다른 사람의 활동까지 노출된다는 점, 해킹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점 등 부작용이 커서 법적·기술적으로 논란이 크다.

실제 김인성 전 한양대 컴퓨터공학과 교수가 <오마이뉴스>를 통해 공개한 국가보안법 피의자 홍아무개씨에 대한 '통신제한조치 집행조서'에 의하면, 국정원이 감청한 방식이 패킷 방식이었음을 강하게 시사한다(문서는 위 이미지 참고). 문서에는 국정원이 "유선전화와 인터넷 회선은 전용회선을 구성하여 국가정보원 청사에서 채록"했다고 되어 있다.(관련 기사 : "국정원, 카카오톡 대화 내용 한 달간 감청")

8일 서울 서초동 법원에서 열린 서울고등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법원의 패킷 감청 허가 여부에 대해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법원의 입장은 '알지 못한다'였다. 다음은 이 의원과 법원장들의 일문일답이다.

이춘석 "패킷 감청 허용은 백지수표"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8일 오후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회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8일 오후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회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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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중앙지법원장에게 묻겠다. 지금 사이버 망명이 대거 이뤄지고 있다. 나도 망명했다. 더 큰 문제는 사이버 감청이 행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통신제한조치 중 패킷 감청에 대해서 분류해 통계를 제출해달라고 했더니 그렇게 작성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통신제한조치를 통해 카톡 실시간 모니터링이 되고 있는가 없는가.
= 이성호 서울중앙지법원장 "거기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 내용을 파악하고 있지 않다."

- 수원지방법원장에게 묻겠다. (문서를 들어보이며) 이게 김인성 전 한양대 교수가 올린 홍아무개씨에 대한 국정원의 통신제한조치 집행조서다. 여기를 보면 통신제한조치, 즉 감청을 한다. 대상자의 (카톡) 아이디가 다 나온다.

이것은 2012년 8월 16일 수원지방법원에 의해 발부된 통신제한조치 허가서에 의해 실시했고, 그 내용이 전부 나오는, 국정원 수사관이 통신제한조치를 받아서 집행했다는 조서다. 영장을 발부한 사실을 인정하는가.
= 성낙송 수원지방법원장 "미처 파악하지 못한 사안이다."

- 지금 법원장들이 다 모르겠다고 하는데, 현재 실제로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카톡 측은 (대화내용 저장 일수를) 3일 내로 줄여서 대화내용 압수수색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사실상 실시간 압수수색이 행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서버 압수수색은 서버만 갖고 가서 내용을 들여다보기 때문에 제한적일 수 있다. 그런데 통신사 설비, 인터넷 설비에다가 직접 설치해가지고 실시간으로 다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게 바로 패킷 감청이다. 이거 실제로 법원에서 영장 발부 하고 있는가.
= 이 서울지법원장 "영장 신청이 들어오면 발부하지만, 실제로 그 영장을 가지고 어떠한 방법으로 집행하는지는 법원장으로서는 알고 있지 않다."

- 흔히 이야기하길, 통신사 장비에 직접 꽂는 것은 법원이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걸 뒤집어보면 실제 청구가 이루어지고 있고, 실제 허가된 사례가 있다는 것 아닌가. 다시 묻는다. 이 패킷 감청 허용하고 있는가 아닌가.
= 이 서울지법원장 "(제시한 사례는) 우리 법원 사례가 아닌 것 같고, 실제 범죄 확인 내지 수사에 청구가 있었기 때문에, 그 범위 내에서 제한적으로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된 것으로 알고 있다."

- 패킷 감청 압수수색 영장은 따로 (통계를) 집계 하는가 안 하는가.
= 이 서울지법원장 "안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카톡은 이메일이나 문자보다 훨씬 더 내밀한 대화가 오가기 때문에 이게 그대로 노출되면 훨씬 더 사생활 침해가 심하다. 감청이 허가되는 영장 발부 기준이 있는가.
= 이 서울지법원장 "특별히 따로 기준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반적인 압수수색 영장 발부 요건에 따라."

- 통상적인 압수수색은 압수 대상과 범위를 특정해서 가져오지 않는가. 그래서 서버를 가져오는 거다. 그런데 패킷 감청은 회선에 직접 꽂아서 듣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의 모든 것을 다 들여다보는 것이다.

이것은 일반적인 압수수색 영장과 달리, 법원이 백지수표를 내주는 거다. 그 사람에 대해, 다 들여다봐라, 이거다. 사생활 침해가 명백하다. 그런데 지금 법원장이 답하길, 압수수색 영장 발부는 하는데 그것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하는지 모른다? 우리는 발부만 했다? 어떻게 이렇게 답변할 수 있는가.

곤혹스러운 법원 "우리는 알 수가 없다"

8일 오후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국회법사위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다.
 8일 오후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국회법사위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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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관계자는 패킷 감청 논란에 대해 "통신제한조치가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 영장은 국가보안법 등 극히 일부에 대해 제한적으로 허가하고 있다"면서 "패킷 방식이냐 아니냐는 감청 방법의 영역이어서 신청서에 기재되어 있지도 않고 법원으로서도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패킷 방식은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는 것은 법원도 알고 있고, 일부 연구도 진행한 바 있다"고 말했다.

통신제한조치란 우편물 검열과 전기통신 감청을 의미하는 것으로, 압수수색 영장과 달리 과거 내용뿐 아니라 미래 대화 내용까지 요청할 수 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5조(범죄수사를 위한 통신제한조치의 허가요건)에 의하면 형법과 국가보안법, 군사기밀보호법 등에 규정된 범죄와 관련 "계획 또는 실행하고 있거나 실행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고 다른 방법으로는 그 범죄의 실행을 저지하거나 범인의 체포 또는 증거의 수집이 어려운 경우에 한하여" 최대 2개월까지 통신제한조치를 허가할 수 있다.

법원 자료에 의하면, 통신제한조치는 2012년 125건 신청해 106건이 발부됐고(발부율 84.8%), 2013년 신청 160건-발부 150건(93.7%), 올해 6월까지 신청 93건-발부 88건(94.6%)으로 점점 신청과 허가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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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패킷 감청, #통신제한조치, #이춘석, #국정감사,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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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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