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라이어게임>이 20일 첫 방송을 시작했다.

tvN 드라마 <라이어게임>이 20일 첫 방송을 시작했다. ⓒ CJ E&M


또 한 편의 일본 원작 드라마가 찾아왔다. 일본의 인기 만화이자 드라마였던 <노다메 칸타빌레>가 만화적 분위기와 일본의 정서를 한국적으로 걸러내지 못하여 자중지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노다메 칸다빌레>에 못지 않게 한국에서 마니아 층을 형성하고 있는 <라이어 게임>이 tvN의 드라마로 찾아왔다.

카이타니 시노부의 만화를 원작으로, 상금 100억을 쟁취하기 위해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벌이는 극한의 심리 드라마인 <라이어 게임>은 이미 tvN의 예능 프로그램 <더 지니어스>와도 흡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드라마로 돌아온 <라이어 게임>은 일본 원작과, 그리고 <더 지니어스>와 어떻게 다를까?

일본 원작 만화와 드라마에서 총 상금 100억을 쟁취하기 위한 게임을 벌인 곳은 LGT사무국이다, 그에 반해 tvN의 드라마는 보다 현실적으로 JVN이라는 가상의 방송국에서 벌이는 리얼리티쇼로 한국적 현실성을 높인다.

일본 원작이 게임 자체를 비밀리에 진행하는 것과 달리,  이 드라마 속 '라이어 게임'은 <더 지니어스>처럼 공개 리얼리티 게임이다. 물론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사기 등 그 어떤 수단도 용인되지만, 공개 프로그램에서 진행되는 게임인 만큼, 일본 만화적 색채가 한결 덜어질 수 밖에 없다.

그에 따라, <더 지니어스>에서처럼 가면을 쓰고 등장하는 정체불명의 게임 호스트는 증권 애널리스트 출신의 강도영(신성록 분)이라는 구체적 인물이 되었다. 그는 위기를 겪는 JVN 방송국과 손을 잡고, 자신의 재력을 이용해 투자자를 끌어들여, 총 상금 100억이라는 무지막지한 게임을 벌인다.

거짓말이 판을 치는 세상, 결국 가장 정직한 이가 승리할까?

 <라이어 게임>의 하우진(이상윤 분)과 강도영(신성록 분).

<라이어 게임>의 하우진(이상윤 분)과 강도영(신성록 분). ⓒ CJ E&M


첫 회, 돈 놓고 돈 먹기라는 사행성 게임에 시니컬한 기자들을 향해 광고료 5억을 걸고 단번에 '라이어 게임'을 이슈로 만들어 버리듯, 게임을 넘어 강도영이라는 캐릭터의 존재 자체로 드라마에 흥미를 불러 일으켰다. 이렇듯 <라이어 게임>은 게임 호스트를 구체적 캐릭터로 구현하며 보다 사연있는 드라마로서 첫 선을 보였다.

아직은 그 정체가 불분명한 하우진(이상윤 분)은 강의실에 모인 학생들을 상대로 "그 누구도 믿지 말라"는 인상깊은 강의를 하고 "사람을 죽였다"고 자백한 후 잡혀간다. 원작의 아키야마 신이치와는 다르지만, 첫 회의 한층 날카로워진 모습과 연기를 통해 캐스팅으로 호불호가 갈렸던 여론을 기대로 변화시킬 만큼, 신선한 캐릭터로 등장했다.

지나치게 순진하고 거짓말을 못하는 성격으로 인해, '라이어 게임'에 반강제적으로 휘말리게 된 원작의 여대생 칸자키 나오와 달리, 남다정(김소은 분) 캐릭터 역시 그 주도성에서 결을 달리한다. '라이어 게임'의 초대장을 받는 과정은 비록 자의에 의한 것은 아니었지만, 빚에 시달려 사라진 아버지와 아버지의 빚 독촉을 대신 받는 처지에서, 남다정은 고등학교 은사의 부탁을 받아 참가 결정을 보다 주체적으로 내린다.

 <라이어 게임>의 남다정(김소은 분).

<라이어 게임>의 남다정(김소은 분). ⓒ CJ E&M


첫 회, 남다정은 거리 한 복판에서 길을 묻는 할머니를 외면하지 못한 채 길을 가르쳐 드리다 할머니의 가방을 맡게 된다. 그리고 그 가방은 착한 그녀를 '라이어 게임'에 초대하기 위한 초청장이자, 첫 번 째 관문이다. 매일 매일 찾아오는 사채업자의 유혹을 이겨내고, 돈가방을 들고 경찰서로 향하는 남다정, 가장 정직한 그녀가 스스로 선택하여 거짓말 게임에 참여하게 된 그 사연과 앞으로 벌어질 이야기가 <라이어 게임>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이다.

마치 <더 지니어스> 매 시즌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내는 참가자가 첫 번째 탈락자가 될 가능성이 높듯이, 가장 정직해 보이는 그녀가 과연 거짓말 게임의 승자가 될 수 있을지, 거짓말이 판 치는 세상에서 결국 진실의 힘이 무기가 될지, 그것이 <라이어 게임>의 승부처가 될 것이다.

이렇게 첫 선을 보인 <라이어 게임>은 <더 지니어스>처럼 리얼리티 게임의 성격을 가지고 가지만, 남다정이라는 거짓말을 하지 못하고 강직하지만 빚에 시달리는 현실적 어려움을 겪는 보통 사람들의 대표자 같은 주인공의 사연을 극진하게 설명함으로써, 게임을 넘어 드라마로서의 강점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첫 회부터, 고등학교 시절 위기에서 그녀를 믿어주었던 은사님의 배신을 겪는 만큼, 그녀의 앞길이 순탄치 못할 것도 뻔해 보인다. 바로 그런 위기에서, 그 누구도 믿지 않는 하우진과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남다정 콤비가 엮어갈 이야기가 기대된다. '러브 스토리'를 배제했다고 하니, 그 어디서 무엇을 하든 결국은 '사랑 놀음'으로 귀결되고 마는 tvN 드라마의 고질병을 <라이어 게임>이 지양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라이어 게임 이상윤 신성록 김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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