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성공을 거둔 노래나 영화, 드라마 등을 훗날 리메이크하는 이유는 많고도 많겠지만, 인기나 작품성, 화제성 등에서 한 가지라도 '이미 검증된' 작품들이라는 것이 아마도 가장 큰 것이 아닐까.

하지만 그러한 이유로 쉽사리 리메이크를 선택했다가는 큰 대가를 치르게 될지도 모른다. 필연적, 숙명적으로 뒤따르는 전작과의 비교가 끝없이 작품을 뒤흔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방영 내내 이어질 수도 있고, 작품이 종영된 후에도 끝없이 이어질 수 있다. 리메이크, '쉽고도 어렵다'는 이를 두고 하는 말이런가.

첫 방송 후 쏟아진 혹평, 걸음마 떼기도 전 휘청거리게 해

'내일도 칸타빌레' 공식 포스터.

▲ '내일도 칸타빌레' 공식 포스터. ⓒ KBS


지난 13일, KBS 2TV 월화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가 리메이크 행렬에 새로이 합류했다. 아니나 다를까. 첫 회가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전작인 일본의 <노다메 칸다빌레>와의 비교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주인공 두 사람과 주변 인물들, 음악, 연주 장면, 전체적 분위기까지, 나노 단위의 비교와 분석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드라마가 몹시 가엾게 느껴질 정도로 혹독했다.

<내일도 칸타빌레>가 도마에 오르자, 일본의 작품이 원작이라는 공통분모를 지닌 <꽃보다 남자> <직장의 신> <여왕의 교실> <수상한 가정부> 등, 이미 오래 전 끝난 작품들까지 덩달아 끌려 나와 재평가되기 시작했다. 그것은 먼 훗날 <내일도 칸타빌레>가 겪어야 할 일이기도 하다.

세상의 모든 리메이크 작품들이 다 원작에 비해 뒤처진다고 말할 수는 없다. 때로 그것을 뛰어넘는 작품들이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아쉽게도 그것은 지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또한 그런 작품들조차 기술적인 부분 등을 업그레이드한 것에 불과할 때가 많았다. 분명 겉모양은 세련돼졌을 수도 있지만, 뭔지 모를 부족함이 느껴질 때가 많다는 것.

그것은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 음악 등을 향유할 때 단순히 뇌로만 받아들이지는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시의 상황, 분위기 등과 맞물려 크고 작은 화학반응을 가슴에 남기게 된다는 것. 한마디로 작품들에 추억이 아로새겨지게 된다는 의미다. 그래서 대부분의 리메이크 작품들은 그 질이 형편없어서가 아니라, 정서를 공유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실패를 거두게 될 때가 많다.

원작의 큰 물줄기에 창의적 관점과 진취적 해석 가미해야

'내일도 칸타빌레' 주인공 두 사람의 모습.

▲ '내일도 칸타빌레' 주인공 두 사람의 모습. ⓒ KBS


그러나 한 세대를 지나거나, 작품들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이들이 본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새로운 관점, 열린 시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일 텐데, 문제는 그게 좀처럼 쉽지 않다는 거다. 왜냐하면, 요즘은 많은 이들이 거의 같은 것을 공유하기가 보다 용이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리메이크 작품들, 보다 새로운 해석으로 궤를 달리하지 않으면 혹평을 듣기 십상인 이유다.

<내일도 칸타빌레>의 경우는 그런 점에서 더욱 불리하다. 이 작품의 원작은 <수상한 가정부> <직장의 신> <여왕의 교실> 등보다 더욱 많은 이들을 매혹시킨 바 있으며, 훨씬 많은 수의 매니아들을 거느리고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들을 만족시키기가 어디 쉬운 일일까. 유명하며 검증된 작품이어서 '밑져야 본전'으로 시작했을지도 모르지만, 자칫하면 본전도 찾지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아무리 천재적 작곡가에서 탄생한 클래식 음악이라도, 그것을 연주하는 이들이 악보 상의 음표를 보이는 그대로만 연주한다면, 그것은 예술이라기보다는 기예, 혹은 재주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새롭고도 진취적인 해석, 기발하며 창의적인 요소들을 새롭게 가미해야 하는 이유다. 그것에 대한 대가는 경탄과 찬사로 이어진다.

그것은 <내일도 칸타빌레>가 눈여겨 봐야할 점이기도 하다. 그런 다음이라야 <노다메 칸타빌레>가 아닌, <내일도 칸타빌레>로 인해 새로운 추억을 공유하는 세대가 생겨날 테니까. 그리고 그것은 작품을 리메이크하는 이들이 원작과 관객들에게 전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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