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히로시마아시안게임 이후 20년 만에 아시안게임 우승을 목표로 출전한 여자 배구 대표팀이 기분좋은 첫 발을 내딛었다.

20일 오후 5시 35분, 인천시 동구 송림체육관에서 2014인천아시안게임 여자 배구 조별리그 A조 1차전 경기가 열렸다. 최약체 인도를 상대로 코트 위에 선 한국 대표팀은 경기 시작 63분 만에 3-0(25-5, 25-12, 25-13) 승리를 거뒀다.

시작부터 일방적이었다. 경기 시작 십여 분 만에 한국이 16득점을 올린 데 반해 인도는 단 1점을 얻는 데 그쳤다. 초반부터 점수차가 크게 벌어지자 이선구 대표팀 감독은 1세트 중반 김연경을 벤치로 불러들였다. 승부가 충분히 예측되는 경기에 에이스의 체력을 소비할 이유는 없었다. 에이스가 빠진 뒤에도 한국 대표팀은 줄기차게 점수를 뽑았고 손쉽게 승리를 따냈다.

경기 중 우리 대표팀이 시도한 스파이크의 절반 이상(78번 시도 중 40번 성공)이 득점으로 연결됐다. 날카롭게 꽂히는 스파이크를 인도 선수는 차마 쳐다보지도 못한 채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 그대로 주저앉아 버리기도 했다.

확연한 실력 차이에도 불구하고 긴장을 풀고 설렁설렁 뛰는 한국 선수는 없었다. 무서운 탓에 자신도 모르게 공을 피하긴 했지만 경기를 포기하는 인도 선수는 없었다.

양팀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경기하는 모습을 보이자 2500명의 관중들은 뜨거운 환호로 화답했다. 이따끔 인도 대표팀이 점수를 올리면 한국 관중들은 우리 대표팀이 공격을 성공 시켰을 때보다 더 큰 박수로 상대팀에 기운을 보냈다.

최약체와의 승리에서 대표팀이 얻은 것은?

한국 대표팀은 이번 경기 승리로 랭킹 포인트 3점, 그 이상의 것을 얻었다. 이달 초, 우리 대표팀은 중국 선전에서 열린 제4회 아시아배구연맹(AVC)컵 여자배구대회에 출전했다. 결승에서 세계랭킹 5위인 중국을 만나 고군분투했지만 0-3으로 패했다. 우승의 문턱에서 좌절을 맛봐야 했다.

우승 실패만큼 치명적인 것은 선수들의 부상 소식이었다. 김해란, 한송이, 이재영 등 주축 선수들이 AVC컵을 치르며 발목에 부상을 입었다. 함께 대회를 소화한 김연경도 정상적인 컨디션은 아니었다.

우승을 목표로 출전한 2014인천아시안게임은 그렇게 크고 작은 악재를 가지고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 인도전에서 손쉬운 승리를 거둔 우리 대표팀은 체력 비축뿐 아니라 예선 경기 중 가장 까다로운 상대인 태국전을 앞두고 자신감 회복에도 성공했다.

 경기 승리 후 믹스트존 인터뷰 중인 김연경 선수

경기 승리 후 믹스트존 인터뷰 중인 김연경 선수 ⓒ 정혜정


경기 직후 믹스트존에서 인터뷰를 가진 김연경은 "기분좋게 경기했다"며 소감을 전했다.

"관중 분들의 호응이 너무 좋으셔서 경기하면서 도움이 많이 됐어요. 한국에서 경기하니까 선수들 모두 에너지가 넘치는 것 같아요. 다른 대회보다 선수들의 표정이나 분위기가 밝은 게 보여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 같아요. 태국전까지 잘 준비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금메달 라이벌' 태국과의 예선 경기, 이틀 앞으로

2014인천아시안게임 여자 배구 경기에는 총 9개 나라(A조: 한국·태국·인도·일본, B조: 중국·카자흐스탄·몰디브·대만·홍콩)가 출전했다. 우승을 위해서는 한국보다 세계 랭킹이 더 높은 중국과 일본 그리고 태국을 반드시 꺾어야 한다.

중국과 일본은 '아시안게임 우승 타이틀'보다는 같은 시기에 열리는 세계배구선수권대회에 집중할 계획이다. 베스트 멤버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고 아시안게임은 2진 선수들이 커버할 예정이다. 남은 상대는 태국이다.

'캡틴' 김연경 역시 태국을 가장 까다로운 상대로 꼽았다.

"요즘 경기 스타일을 보면 태국이 일본보다 더 빠른 것 같아요. 일본보다 콤비 플레이도 더 다양하게 하는 것 같고요. 또 일본보다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 많이 포진되어 있는데, 그런 부분이 조금 걱정됩니다. 아무래도 경험을 무시할 수 없으니까요."

한국과 태국의 정면 승부가 이틀 후에 펼쳐진다.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는 태국을 상대로 우리 대표팀은 어떤 전략을 꺼내들까? 이틀 앞으로 다가온 태국전은 비록 조별리그이지만 '아시안게임 2번째 우승'을 위해 항해하는 우리 대표팀이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다. 2014인천아시안게임 여자 배구 조별리그 A조 2차전 태국전은 23일 저녁 7시 30분 인천 송림체육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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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아시안게임 여자배구 김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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