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친구들>의 세 중심축, 현태와 인철 그리고 민수

<좋은 친구들>의 세 중심축, 현태와 인철 그리고 민수 ⓒ 오퍼스픽쳐스


현태(지성 분)와 인철(주지훈 분) 그리고 민수(이광수 분)는 중학교 시절부터 우정을 이어온 죽마고우입니다. 그러나 어느 날 현태의 부모가 운영하던 불법오락사업장에서 거액의 현금이 사라진 강도화재사건이 일어나면서 이들의 우정은 위기를 맞게 됩니다. 이 사건에 현태의 친구들인 인철과 민수가 연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불의의 사고로 인해 부모를 잃게 된 현태는 진범을 찾기 위해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그 과정에서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들을 의심하게 됩니다.

영화 <좋은 친구들>은 범죄 드라마의 장르에서 범죄보다 드라마에 힘을 실어 둔 작품입니다. 인철과 민수가 저지르게 되는 범죄는 세 친구들 사이의 관계를 파괴하기 시작하는 하나의 불씨일 뿐입니다.

영화는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고를 통해 세 친구 사이에서 돈독하게 형성되어 있다고 생각해왔던 우정이 사실 한순간이라도 무너지기 쉬운 불완전한 것이었는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드라마의 영역에서 그 과정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인물들의 심리에 주목합니다.

영화가 인물들의 심리 변화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을 때, 배우들의 연기는 극을 이끌어가는 주요한 힘이 됩니다. 이때, 주지훈과 이광수의 연기가 좋습니다. 주지훈은 아전인수 격으로 사건을 바라보는 인철을 마치 제 옷을 입은 것처럼 표현해내고(때로는 힘이 과도하게 들어가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만), 이광수는 심약한 알코올중독자로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 파멸에 이르는 민수를 소화해 냅니다. 두 배우 모두 자신의 배역을 무리 없이 연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지성은 그러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바로 지성이 연기하는 현태라는 인물 설정에 여백이 지나치게 많기 때문입니다. 인철과 민수가 제 나름의 뚜렷한 개성과 심리 변화를 보여주는 인물인데 비해, 현태는 두 친구에게 배신을 당한 선량한 피해자에만 그치고 있습니다.

인물의 빈약한 설정을 보충하기 위해서 영화는 세 친구가 중학교를 졸업하던 날 눈이 내리는 산에서 조난 사고를 겪었던 일을 영화의 앞뒤에서 우화처럼 배치하며 현태가 마냥 선량한 인물이 아니라는 점을 전달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현태라는 인물의 심리를 파악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 매거진M >의 인터뷰에 의하면, 이도윤 감독은 현태가 어떤 캐릭터인지 정답을 만들어 두지 않았으며 역할을 맡은 배우가 답을 채울 수 있는 여백을 남겨두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작품과 배우 모두에게 이 여백이 오히려 독이 된 것처럼 보입니다.

여백은 이야기의 중심이 단단하게 자리 잡고 있고, 거기에 상상의 여지가 있는 도화지 같은 공간일 때 의미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무의미한 공백에서 작품과 배우가 휘청거리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릅니다. 결국 영화는 세 등장인물이 형성하는 삼각형의 한 축을 잃은 채 관객에게 무수한 물음표를 남깁니다.
   
<좋은 친구들>은 인물의 여백으로 인해 드라마의 흡입력을 백퍼센트 발휘하지 못합니다. 이 점이 보완되었다면 영화의 재미를 살리면서도 인물들의 심리 변화가 개연성이 있는 작품이 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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