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힐링캠프>에 출연한 배우 신애라.

SBS <힐링캠프>에 출연한 배우 신애라. ⓒ SBS


2011년 7월 18일 시작한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이하 <힐링캠프>)가 3주년을 맞이하였다.

'힐링'이란 말 그 자체만으로도, 어쩐지 위안이 될 것 같은 시기에 태어나, 이제 '힐링'이란 말에도 둔감해져 버린, 아니, '힐링'만으로는 그 어떤 위로도 될 수 없는 고단한 시대까지 3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런 시대적 감수성과 그 치료 방법의 '난치'가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게스트에 따라 화제가 되었던 <힐링캠프>도 이젠 그 누가 나와도 어쩐지 뻔한 그저 그런 토크쇼가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3주년 초대 손님은 배우 신애라였다. 왜지? 왜 신애라가 3주년 특집의 초대 손님일까? 의아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완벽한 아내' 그 이면, 진짜 신애라의 모습은?

간간히 예능 프로그램의 게스트로, MC로 등장하는 그녀의 남편이자 배우 차인표 덕분에 신애라는 차인표의 언급처럼, 월드컵 경기라도 되는 듯 4년에 한번 텔레비전에 출연할까 말까 하는데도 어쩐지 익숙한 인물이다. 더욱이 <사랑을 그대 품안에>라는 전 국민적 드라마의 남여 주인공으로 만나 화제를 몰며 결혼까지 한 그들 부부의 삶은 그 만남에서부터 지금까지 늘 전 국민적 관심의 영역 바깥에 놓인 적이 없었다.

그렇게 굳이 궁금할 것도, 새로울 것도 없어 보이는 이 부부의 아내 신애라가 3주년 특집이라니! 하지만 이제는 신애라 그 자신보다도, 차인표의 아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텔레비전에 등장하게 된 그녀는 그 예전 피비 케이츠에 비유될만한 상큼한 외모가 세월에 그리 빗겨가지 않은 듯이 여전한 모습으로, 아니 그 외모보다도 더 유쾌 상쾌 발랄한 성격을 지닌 아내이자 엄마로 <힐링캠프>를 빛내준다.

늘 우리나라 연예인들 중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잉꼬 부부'로 자타가 공인하는 차인표-신애라 부부이지만, 되돌아보면, 언제나 그 시점은 차인표라는 남편의 관점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프로그램의 주된 초점이 등장인물 차인표에게 맞춰지다 보니 신애라는 그가 여전히 사랑하는, 심지어 다시 태어나도 다시 결혼하고픈 '완벽한 아내'라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각인되었었다.

그런데 이제 <힐링캠프>는 늘 그렇게 차인표의 시점으로 보인 완벽한 아내를 신애라의 입장에서 풀어놓기 시작한다. 차인표를 통해 그려지던 신애라는 그 완벽한 아내의 정반대편에 위치한다. 아니, 완벽하다고 칭해지던 그 칭송의 이면을 신애라 자신이 낱낱이 까발려 낸 것이다.

즉, 가장 완벽하고 완전한 아내라고 보이던 인물이 사실은, 어쩌면 남편 입장에서는 '외롭기까지 할 정도로 자기 주도형의 인물'이라는 신애라의 분석이다. 이사를 해도 남편에게 의논한 적이 없고, 남편이 바깥일을 보는 동안 이사를 해치우고, 집안 일 하나 제대로 해내는 것이 없는 남편을 큰아들이려니 하는 그런 '독재자' 아내의 모습으로.

그러면서 <힐링캠프>는 신애라를 3주년 특집에 초대한 첫 번째 이유를 그녀를 통해 설명해 내고 있는 듯하다. '힐링'이란 이름의 위로, 즉 그 누군가로부터의 막연한 위로보다 정말 필요한 것은 '신애라처럼 자기 자신을 직시해 낼 수 있는 힘이 아닐까'라고. 그렇듯, 신애라는 세간의 평처럼 행복한 가정, 남편의 절대적인 신뢰의 이면에 자기가 아니고서는 견뎌내지 못하는, 자기중심적이고 자기 주도적인 편향된 성격이 있음을 털털하게 정의 내린다.

그리고 그 가정의 행복에 그런 자신의 성격에 절대적으로 '복종'해주는 남편의 희생(?)이 전제되어 있음을 자인한다. 심지어 다시 태어나도 신애라와 결혼하겠다는 남편 차인표와 달리, 다시 태어난다면 당연히 결혼이란 것을 해야했던 자신의 세대의 삶과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삶을 살아보겠다고 말한다. 또, 차인표와의 만남, 세간에 회자되는 두 사람의 행복이 드라마처럼 절대적인 운명 그 무엇이 아니라, 오랜 시간을 거쳐 서로가 서로에게 맞춰온 지혜의 산물이라는 것을 덤덤하게 설명한다.

덕분에 어쩌면 이제는 뻔한 유명인 부부의 그럴 듯한 삶은, 강한 자아를 주체하지 못하는 아내와 그런 아내를 존중해주는 남편의 현명한 부부의 삶으로 재조명된다. 특별해서가 아니라, 조화를 이루어 특별해지는 과정으로서의 부부를 다시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50여명의 엄마' 신애라, 그 자체로 감동

 지난 21일 방송된 SBS <힐링캠프> 3주년 특집에 배우 신애라가 게스트로 출연했다.

지난 21일 방송된 SBS <힐링캠프> 3주년 특집에 배우 신애라가 게스트로 출연했다. ⓒ SBS


하지만 아침 시간의 토크쇼에서부터 충만하다 못해 넘쳐나는 연예인들의 신변잡기식 이야기에 비추어 볼 때, 신애라의 자기 평가는 냉엄하고 통쾌했지만, 그 또한 넘치고도 넘치는 연예인 부부의 살아가는 이야기 한 자락에 불과할 뿐이다.

그녀가 3주년 특집의 주인이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그 다음이 핵심이었다. 자신이 낳은 아들 외에 50명이 넘는 아이를 전 세계에 가지고 있고, 그 중 두 명을 한 집에서 키우고 있다는 기적 같은 사실 말이다. 하지만 그런 엄청난 호혜의 결과에 대해 신애라는 찬사를 거부한다. 그저 자기가 좋아서 한 일이라고.

처음 에티오피아를 방문하게 되었던 일, 그 과정에서 어린 나이에 코끼리처럼 두터운 발을 가지게 된 아이들이 운동화를 신은 자신의 발에 박힌 가시를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고 그들에게 운동화라도 신겨주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된 전 세계 자녀들의 입양, 하지만 그들이 50명이 되면서 이제는 그 편지조차도 제대로 읽게 되지 않는 무성의(?)한 과정에 이르기까지를 신애라는 오로지, 자기가 좋아서 한 일이라고 정의 내린다.

심지어 한 집에서 키우고 있는 자녀에 대해 자신은 배 하나 안 아프고, 자신의 배 아파 낳은 아들과 전혀 다르게 느껴지지 않는 두 아이를 가지게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이냐며 찬사에 찬사를 거듭한다.

격의 없는 그녀의 태도는 자신이 입양한 아이들에게도 견지된다. 굳이 '입양'이란 사실을 숨기지 않고, 아이들이 성장함에 따라 가슴으로 낳은 그 과정을 담백하게 공유하는 엄마 신애라는 그 자체로 감동이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자신들이 입양되었음을 깨닫게 하고, 그러면서 느끼게 되는 감정을 외면하지 않고 함께 공유하는 엄마로서의 모습은 늘 내 자식만을 위해 세상의 온갖 편법을 마다하지 않는 이기적인 부모의 편협한 사랑을 돌아보게 만든다.

그렇게 이방의 아이들에게 그저 조금의 여윳돈을 나눔으로써, 그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통해, 그리고 자신의 몸을 대신해 가슴으로 낳은 두 딸을 통해, 그녀 자신이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신애라의 자신만만한 정의. 이는 3주년 특집의 '힐링'의 정의가 바로 나눔이고 베풂이라는 것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몸과 마음을 치유한다'는 의미를 가진 '힐링'은 상처받은 존재를 전제로 한다. 즉, 자신이 상처받았으니 그것에 대한 치유가 필요하다는 수동적 자아를 바탕에 깔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것을 위해 좋은 말, 좋은 음악, 갖가지 좋은 치유가 필요하다는 식이 그간 우리 사회 '힐링'의 방식이었다.

그리고 이제 그런 '힐링'조차도 시들해지는 시점에, 3주년을 맞이한 <힐링캠프>는 신애라라는 우리에게는 익숙한, 그래서 더 반전인 한 사람을 통해 이 시대의 새로운 힐링을 제시하고 있는 듯하다.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지며 자신을 직시할 수 있는 힘, 그리고 자신의 것을 나누고 베풂으로써 행복을 얻어가는 적극적 행복 찾기의 자세가 바로 진짜 자신을 치유할 수 있는 힘이라고 말이다.

힐링의 새로운 해석이요, 3주년을 맞이하여 여전히 유효한 <힐링캠프>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찾아가는 방식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힐링캠프 신애라 차인표 사랑을 그대 품안에 입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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