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매직아이>의 MC 이효리(왼쪽)와 MBC <별바라기>의 MC 강호동.

SBS <매직아이>의 MC 이효리(왼쪽)와 MBC <별바라기>의 MC 강호동. ⓒ SBS, MBC


예전보다 파워가 약해졌다 해도 여전히 예능계에는 유재석과 강호동만한 대안이 없고 거의 모든 예능은 남성 MC들 위주로 돌아간다. 그런 와중에 SBS <매직아이>가 꺼내든 것이 바로 이효리 카드.

이효리는 댄스가수로서도 성공적인 행보를 보여 왔지만 예능 쪽에서도 경력이 화려하다. 아무리 이효리에 대한 호불호가 갈려도 현재 이효리만큼 예능계에서 주목받는 여자 예능인을 찾기 힘들다. 남성 MC들이 주도하는 가운데 이효리 정도만이 주요 진행자 자리를 맡을 수 있는 입지를 다졌다고 할 수 있다.

<매직아이> 채널1 '선정뉴스(선을 정하는 뉴스)'도 이효리와 문소리, 홍진경을 동시에 내세웠지만 사실상 이효리가 메인이 되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이효리는 두 사람 사이에 앉아 중앙에 위치한 채, 패널들과 소통하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2회가 방송된 지금, <매직아이>는 동시간대 시청률 꼴찌라는 굴욕적인 수치를 받아들었다. 8일 방송된 첫 회는 3.9%(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이하 동일), 15일 방송된 2회는 3.3%를 기록했다.

'놓쳤던 뉴스 다시보기'를 표방하며 시사와 예능의 결합을 내세웠지만, 현재까지는 시사도 예능도 아닌 어중간한 형태로 보인다. 패널들은 어떤 문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지만, 그 문제에 대한 관심이 시청자들을 끌어당기는 데 유효한가 하는 지점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웃고 떠드는 게 주목적인 예능에서 시사점을 던지려면 그 만큼의 깊이가 있거나 아니면 확 뒤집어 예능으로 바꾸는 기지가 필요하다.

그러나 <매직아이>의 시사점은 '아줌마 토크'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어떤 문제에 대해 패널들은 실컷 토론을 하지만, 그 이야기에 생각할 거리가 있다거나 큰 웃음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그냥 술자리에서 어떤 상황에 대해 한 마디 던지듯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그들만의 리그에 시청자들은 푹 빠져서 경청하기 힘들다.

시청률은 낮았을지언정 전 프로그램인 <심장이 뛴다>가 호평을 받은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매직아이>의 부진은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 이쯤 되면 야심차게 예능에 복귀한 이효리의 굴욕이 아닐 수 없다.

강호동도 더 이상 강자가 아냐...<별바라기> 2%대

강호동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탈세의혹에 연루된 후, 무혐의 처분을 받고 야심차게 예능으로 돌아온 강호동의 복귀작이 무엇이 될지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러나 그가 선택한 MBC <무릎팍도사>는 시청률 부진으로 폐지되었고, KBS <달빛 프린스>와 SBS <맨발의 친구들>이 차례로 초라한 성적으로 퇴장했다.

SBS <스타킹>은 동시간대 방송되는 MBC <무한도전>만큼의 화제성이 없으며, 그나마 동시간대 1위로 선방하고 있는 KBS <우리동네 예체능>의 시청률도 5% 언저리에 있다. 이 와중에 <별바라기>는 최악이다. 시청률이 2%대로 떨어지면서 케이블 시청률만도 못한 결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케이블과 종편의 약진으로 전체적인 시청률 파이가 줄어들었다 할지라도, 강호동의 이름값을 못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더욱 큰 문제는 강호동의 부진이 장기화 대면서 그에 대한 호감도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호동의 스타일은 그의 전성기 시절부터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었다. 그가 이끄는 예능에서 그의 강력한 추진력과 체력은 승부사적 기질과 융화되어 프로그램을 긴장감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그런 큰 힘 이면에는 때때로 시청자들이 부담스럽게 느낄만한 에너지도 존재했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나 <별바라기> 같은 토크쇼를 진행할 때, 강호동의 단점은 두드러진다. <별바라기>는 사실상 강호동이 그동안 진행했던 <야심만만>이나 <강심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연예인과 그들의 팬이라는 콘셉트로 신선함을 불어 넣으려 했지만, 결국은 연예인에 대한 루머나 열애, 사건·사고 등을 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게 만들어졌다.

강호동은 그 안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끌어내지 못한다. <무릎팍도사>가 결국 연예인들의 해명 프로그램이라는 오명을 쓰고 종영한 것처럼, <별바라기> 역시 직설적이고 직접적이기보다는 팬이 바라본 스타의 모습이 부각되며 결국은 연예인을 띄워주는 가식적인 프로그램처럼 비춰진다. 그런 콘셉트는 자연스러우면서도 현실감 있는 예능을 원하는 시청자들에게 매력적이지 못하다.

강호동의 스타일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프로그램의 시청 포인트도 신선하지 못한 프로그램에서 화제성도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강호동의 부진은 포맷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강호동의 존재감마저 약해진다.

이제 예능계는 전반적인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더 이상 예전처럼 강력하고 확실한 대세 프로그램을 찾기 힘들어진 것이다. 더 이상 대세 예능인을 섭외하는 것만으로는 예능의 판도를 뒤집어엎기 힘들어졌다. 절대 강자라는 것이 없어진 예능판에 신선한 바람이 필요하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나 <아빠 어디가>처럼 차라리 아이들을 위시한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나쁘지 않은 것만 봐도 '대세 예능인'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어졌다. 예능의 출연진보다는 콘텐츠에 주의를 기울일 시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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