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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표 하이케이텔레콤 대표(가운데)를 비롯한 팬택 협력사 임직원 100여 명이 17일 오후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본사 앞에서 팬택 경영 정상화 지원을 호소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홍진표 하이케이텔레콤 대표(가운데)를 비롯한 팬택 협력사 임직원 100여 명이 17일 오후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본사 앞에서 팬택 경영 정상화 지원을 호소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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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택이 살아야 우리도 산다."

휴대폰 상인들에 이어 중소 협력사들도 '팬택 살리기'에 나섰다. 팬택 협력사 임직원 100여 명은 17일 오후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본사와 청와대 앞에서 각각 이통사와 정부의 지원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지난 14일 구성된 '팬택협력사협의회' 회장을 맡은 홍진표 하이케이텔레콤 대표는 이날 "협력사가 팬택에 받을 돈이 2천억 원이 넘지만, 업체별로 10~30%까지 탕감할 계획"이라면서 "이젠 이통사와 정부가 나설 차례"라고 밝혔다.

빚 깎아주겠다는 협력사... '출자 전환'도 망설이는 이통사

현재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이통3사가 가진 매출 채권 1800억 원을 출자 전환하는 조건으로 팬택의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당장 오는 25일 정기 상거래 채권 만기일을 앞두고 이통사가 사실상 이를 거부함에 따라 팬택이 법정 관리(기업회생절차)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팬택이 이대로 법정 관리에 들어가면 이통사는 물론 금융사 채권단과 협력사, 유통점이 갖고 있는 채권들 상당수가 휴지 조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가장 절박한 건 550여 개 업체, 8만 명에 이르는 협력사 직원들이다. 수천억 원 채권도 문제지만 당장 일거리를 잃기 때문이다. 홍진표 회장은 이날 "이통사에서 재고 부담 때문에 신제품인 '베가 아이언2'를 받지 않아 6~7월 사이 단 한 개도 납품하지 못했다"면서 "7월부터 전 직원이 무급 휴가에 들어갔고 이번 주 안에 팬택 경영 정상화가 결정되지 않으면 이 가운데 70~80%는 줄도산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벼랑 끝에 몰린 팬택은 최근 채권 상환 유예라는 카드를 내놨다. 팬택 경영진은 지난 10일 상암동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통사의 지원을 호소한 데 이어, 지난 15일 이통3사를 직접 찾아 출자 전환 대신 채권 상환을 2년 더 유예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통사도 대체로 긍정적이지만 채권단에서 아직 공식 요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개 답변을 피하고 있다.   

이통사가 가진 채권은 팬택이 단말기 판매 장려금으로 지급해야 할 돈이다. 이통사는 지금까지 휴대폰을 팔 때 소비자에게 수십만 원이 넘는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그 가운데 일부를 제조사 장려금으로 충당했다. 팬택 역시 삼성, LG 같은 대기업과 경쟁하느라 자사 단말기에 적지 않은 장려금을 지급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도 지난 4일 각 유통점에서 팬택에 직접 받아야 할 판매 장려금이 건당 2~3만 원씩 수백 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휴대폰 상인들은 그나마 이 가운데 일부를 출자 전환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이통사는 요지부동이다.

팬택의 회생 가능성을 낮게 보는 데다, 50만 대에 이르는 팬택 단말기 재고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날 종로에 있는 한 통신사 대리점 앞엔 팬택이 지난 연말 출시한 베가 시크릿 업을 단 '현금 5만 원'에 준다는 안내가 붙어 있었다.

이통사 한 관계자는 "팬택을 돕고 싶어도 현 상황에서 출자 전환 받아들일 경우 주주들로부터 업무상 배임이란 추궁을 피할 수 없다"면서 "채권단도 배임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최종 판단은 정부에 달린 셈"이라고 공을 정부에 넘겼다.  

팬택 협력사들이 이날 SK텔레콤에 이어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날 오후 국회의사당 앞에서 다시 집회를 열기로 한 것도, 결국 정부와 정치권이 최종 열쇠를 쥐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태그:#팬택, #SK텔레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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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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