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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우 팬택 대표이사가 10일 오전 상암동 팬택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동통신사 채권의 출자 전환을 호소하고 있다.
 이준우 팬택 대표이사가 10일 오전 상암동 팬택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동통신사 채권의 출자 전환을 호소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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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택이 사라지지 않게 도와 달라."

국내 스마트폰 3인자인 팬택이 벼랑 끝에 몰렸다. 이준우 팬택 대표이사는 10일 오전 서울 상암동 팬택 사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기업 회생 열쇠를 쥔 이동통신사에게 도움을 호소했다.

팬택, 기술 유출-협력업체 도산 앞세워 이통사 출자전환 압박

현재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진행 중인 산업은행 등 팬택 금융 채권단은 경영정상화방안 실행 전제로 이통3사에 단말기 판매 장려금 등으로 지급해야 할 매출 채권 1800억 원의 출자 전환을 제안한 상태다. 채권단은 애초 지난 4일을 기한으로 잡았지만 이통사에서 부정적 신호를 보내자 8일에서 다시 14일로 연거푸 마감을 미룬 상태다.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지난해 10월부터 창업자 박병엽 전 부회장 대신 팬택을 이끌어온 이준우 대표 표정에선 만감이 교차했다. 이 대표는 이날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팬택이 오늘 경영 위기를 맞게 된 데 대표로서 무한한 책임을 통감하고 사죄한다"면서 "지난 5월 8일 베가아이언2로 팬택의 희망을 말했는데 2개월이 지난 오늘 풍전등화 같은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간절한 바람을 호소하는 처지가 됐다"고 밝혔다.

특히 이 대표는 "그동안 차별화된 제품과 기술력으로 이통사에 기여해 왔지만 지금은 큰 짐이 됐다"면서 "채권단 제시안이 받기 쉽지 않겠지만 이동통신 산업 생태계에서 팬택이 존속하게 전향적으로 검토해주길 간절히 바란다"고 호소했다.

칼자루를 쥔 이통사는 팬택의 회생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보고 출자 전환을 사실상 거부한 상태. 이에 박창진 팬택 마케팅담당 부사장은 "공식적으로 사업자에게 들은 내용이 아니어서 직접 얘기하기 부담스럽다"면서도 "팬택의 미래가 없다? 생존이 불투명하다? (이통사) 경영에 부담된다? 우리 생각은 다르다"고 일축했다.

이준우 대표도 "경영정상화 방안 첫 번째가 재무구조 개선이고 두 번째가 투자유치를 통한 사업 확장과 매출 확대"라면서 "출자전환이 이뤄지면 외부 투자자금 없이도 독자 생존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 대표는 "현재 투자 유치를 제안하는 곳이 몇 군데 있다"면서 "현재 재무구조가 개선되면 투자 유치에 꽤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통사가 출자전환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팬택은 '법정 관리'(기업회생절차)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준우 대표는 "그때 가서 고민할 일이고 현재 법정관리 계획을 준비하지 않고 있다"면서 "법정관리로 가게 되면 브랜드 가치 훼손이 가장 두렵고 협력업체들의 연쇄적인 도산과 팬택 직원의 피해 때문에 워크아웃을 통해 경영정상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제품 차별화만 하고 전략 차별화 부족... 기술 사장 안타까워"

국내 매출 비중이 80%에 달하는 등 국내 시장에만 안주하며 해외 진출에 실패한 데 대한 반성도 나왔다. 이준우 대표는 "지금까지 제품만 차별화했지 전략 차별화는 부족했다"면서 "해외 사업에 실패한 이유도 브랜드가 없는데 글로벌 기업처럼 국내와 비슷한 제품으로 나가려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팬택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기업 인수합병 등을 통해 인도나 중국 업체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고, 그에 따른 국내 스마트폰 기술 유출도 우려되고 있다.

이에 기술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문지욱 부사장은 "팬택은 스마트폰을 삼성 LG와 같은 일류 수준으로 가장 최적화해 출시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면서 "지금까지 아무도 못한 '엔드리스 메탈' 기술과 생체인식 기술 상용화에 성공했고 보다 진보된 생체인식기술과 광대역LTE-A 등 개발 완성 단계인 모델들이 현 상황 때문에 사장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최근 삼성전자의 '어닝 쇼크(실적 충격)'처럼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문 부사장은 "스마트폰 수익성 악화 원인은 세계적인 회사들이 기술 혁신보다 마케팅 싸움으로 중심축을 옮겼기 때문"이라면서 "잠깐 시기가 늦춰졌을 뿐 앞으로도 기술 혁신은 계속될 텐데  팬택 같은 회사가 사라져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자사의 기술력을 강조했다. 

서울 상암동 팬택 사옥. 팬택은 지난 2008년 이 사옥을 부동산투자회사에 매각한 뒤 임대해서 쓰고 있다.
 서울 상암동 팬택 사옥. 팬택은 지난 2008년 이 사옥을 부동산투자회사에 매각한 뒤 임대해서 쓰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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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팬택, #이준우, #이통사, #스마트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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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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