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 공식 포스터

▲ '유혹' 공식 포스터 ⓒ SBS


SBS 월화드라마 <유혹>이 지난 14일 막 첫 발을 내딛었다. <수상한 가정부> 이후 또다시 건조하며 냉철한 역을 맡게 된 최지우와 2003년 <천국의 계단> 이후 다시 만난 권상우와의 새로운 호흡 등, 여러 면에서 기대를 모으게 만드는 드라마다.

그런데 이 드라마, 베일이 벗겨지고 나니 인물들, 설정, 배경음악 등, 전혀 낯설지 않은 것들이 도처에 있다. <유혹>, 과연 고루함의 전형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정통멜로의 전통을 지키며 성공적 드라마가 될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이 궁금하다.

'복고풍'의 외양, '고리타분'한 내면

<유혹>의 첫 회는 홍콩의 야경과 번화한 거리 풍경, 특급호텔을 배경으로 한 바닷가 등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비록 국제도시라지만, 우리에게 홍콩은 성룡과 홍금보, 주성치, 주윤발 등을 떠오르게 하는, 매우 친숙한 복고풍의 추억을 잔뜩 제공하는 곳이 아니던가.

친숙한 것은 그 뿐이 아니었다. 최지우와 권상우의 조우에다, 돈으로 사람을 유혹한다는 설정은 1993년 데미 무어, 로버트 레드포드 주연의 헐리웃영화 <은밀한 유혹>을 그대로 따온 듯하며, 배경음악조차 우리에게도 익숙한 1976년의 대만영화 <사랑의 수잔나>의 주제가인 'One summer night(원 섬머 나이트)'이다.

이 드라마의 외양은 거의 완벽한 복고풍의 색채를 가졌다. 그러나 '복고풍'이 곧 '고리타분'과 연결되는 것은 아닐진대, <유혹>의 내면은 거의 후자에 닿아 있어서 아쉬움을 준다. 많은 설정들이 마치 1980년대의 그것을 보듯 고루하기 짝이 없다는 것.

딸 셋을 낳은 며느리를 닦달하는 시어머니, 멀리 홍콩까지 날아가 바람을 피워 아들을 얻게 된 사람, 사업에 실패한 남편을 위해 죽음으로써 보험금을 남기려는 이, 급박하게 돈이 필요한 사람을 돈으로 유혹하는 행위 등등, 이 드라마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들은 2014년, 첨단의 기기들과 사고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을 적잖이 당혹케 만들고 있다.

기본, 그 한 가지만 제대로 지켜도 성공은 따라 올 것

'유혹' '수상한 가정부' 이후 또 한 번 냉철한 역할을 맡게 된 최지우의 모습.

▲ '유혹' '수상한 가정부' 이후 또 한 번 냉철한 역할을 맡게 된 최지우의 모습. ⓒ SBS


<유혹>의 여러 설정들은 그 배경이 현재인지를 의심하게 만들만큼 세련되지 못한 구석이 많다. 이야기 구조, 인물 구도도 단선적이어서 일찌감치 파악되기 쉬운 단점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러한 점들이 이 드라마에서는 장점으로 바뀔 수도 있다. 이해하기 쉽기에 몰입하기도 쉽지 않겠냐는 것. 

각종 고루한 설정이 난무하지만, 일단 <유혹>의 첫 회는 시청자자들을 극 속으로 끌어들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시청률 또한 7.6%(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나쁘지 않은 편이다. 그것은 이 드라마가 인간의 다층적 내면을 복잡하게 그려내는 드라마라기보다는 재미있는 이야기 구조가 제일 우선순위에 있기에 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요즘의 드라마들은 멜로, 추리, 추격전, 복수 등을 한껏 섞어 마치 국적불명의 비빔밥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 중 한 가지라도 독특한 점이 있다면 성공이겠지만, 이도저도 아닌 그저 그런 맛에 시청자들은 계속 실망감을 느껴야만 했다. 그것은 아마도 본질을 찾지 못하는 것에 대한 질책일 것이다.

초반은 반짝 재미를 준 다음, 날이 갈수록 처지고 마는 드라마들의 추세에 길들여진 탓인지, <유혹>에도 일말의 불안감이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러한 분위기에서라면 드라마의 성공 요건은 의외로 간단한 것일 수도 있다. 바로 '기본'만 꾸준히 지켜내도 이미 절반은 성공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 어설픈 하이브리드보다는 한 가지라도 기본에 충실해 주었으면 하는 것, 단순한 멜로의 전형인 <유혹>에 거는 기대는 바로 그것이다.

SBS 유혹 최지우 권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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