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7년 무렵 처음 등장했던 스테레오 음반은 당시로선 음악 업계의 혁명과도 같았다. 지금 되돌아 보면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이전까지만 해도 스피커 1개짜리 축음기로 듣는 게 일반적이었던 걸 감안하면, 2개의 스피커를 통해 좌우 채널이 분리된 소리를 듣는 건 뮤지션뿐만 아니라 음악팬들에겐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결국 1968~69년 전후로 더 이상 모노 LP는 생산되지 않았고, 스테레오 사운드가 보편적인 형태의 음악으로 자리매김했다.(이후 2000년대 들어선 5.1 채널 멀티 채널 음반들도 등장)

그런데 21세기를 맞아 시대를 거꾸로 되돌리는 시도들이 등장했다. 바로 1950~60년대 모노 녹음의 부활이 그것이다. 물론 신보를 모노로 녹음·제작하는 것은 아닌, 과거 모노 방식으로 만들어진 LP음원을 CD·디지털 음원으로 재발매하는 것이 최근 해외 음반 업계의 새로운 흐름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이건 어떤 의미에선 불황 타개를 위한 업계의 몸부림으로도 볼 수 있다.)

* 마일즈 데이비스 - 오리지널 모노 레코딩

 마일즈 데이비스 - 오리지널 모노 레코딩

마일즈 데이비스 - 오리지널 모노 레코딩 ⓒ 소니뮤직


마일즈 데이비스는 재즈 역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혁명적인 뮤지션이었다. 정통 재즈에서부터 록·사이키델릭 사운드를 도입한 퓨젼 재즈를 일궈낸 개척자였던 그는 재즈를 넘어 20세기 대중음악의 아이콘 중 하나로 기억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지난 2013년 발매된 박스 세트 <오리지널 모노 레코딩>은 지난 1957년 공개한 <라운드 어바웃 미드나잇> <포기 앤 베스>(1959년) <카인드 오브 블루>(1959년) <스케치 오브 스페인>(1960년) <섬데이 마이 프린스 윌 컴>(1961년) 등 1957~1961년 사이 녹음했던 8장의 스튜디오 음반과 1958년, 1963년 뉴포트 재즈 페스티벌에서의 라이브 녹음 <마일스 앤 몽크 앳 뉴포트>(1964년) 등 총 9장의 모노 음반을 CD 형태로 담아낸 작품이다.

이 전집에 담긴 내용물들이야 이미 비평가, 팬들에게 검증이 된 걸작들이니 음악적 위상은 굳이 따로 논할 필요 없을 것이다.(9장의 방대한 구성이지만 시중에서 5만원대의 저렴한 가격에 구입 가능한 전집이라 재즈 초보자들도 부담없이 도전해볼 만한 음반이기도 함)

걸작 <라운드 어바웃 미드나잇>, 영화 <사형대의 엘리베이터> 사운드트랙으로 쓰인 곡들을 모은 <재즈 트랙>은 기존 녹음 자체가 모노였으니 큰 변화를 느끼기 어렵지만, 나머지 음반들에선 기존 스테레오 CD로만 접했던 느낌과 확연한 차이를 감지할 수 있다.  

* 밥 딜런 - 오리지널 모노 레코딩

 밥 딜런 - 오리지널 모노 레코딩

밥 딜런 - 오리지널 모노 레코딩 ⓒ 소니뮤직


포크·록 음악의 혁명가, 밥 딜런의 초기 8장의 스튜디오 음반을 9장의 CD로 담아낸 전집으로 CD포맷으로는 최초로 공개된 딜런의 모노 녹음이기도 하다.(2010년 발매)

걸쭉한 목소리에 통기타와 하모니카만으로 녹음된 그의 데뷔 초반 작품들은 어떤 면에선 모노 녹음이 가장 잘 어울릴 법했다. 실제로 이들 음반을 들어보면 인위적으로 악기 배치를 쪼개놓은 그 무렵의 스테레오 사운드에선 느낄 수 없었던 소박하지만 명료한 울림이 전해지는 듯 하다. 1965년 이른바 포크-록으로의 변화를 가져온 <하이웨이 61 리비지티드> 등의 작품에선 스테레오 녹음에 비해 딜런이 더욱 직선적인 록큰롤 음악을 추구했음을 엿볼 수 있기도 하다.  

<오리지널 모노 레코딩>은 60여 페이지에 달하는 각종 희귀 사진, 글 등을 담은 책자를 포함해서 딜런을 연구하는 마니아·전문가들에겐 귀중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으며, 1장의 CD로 축약된 버전도 함께 발매되기도 했다.

* 비틀즈 - 비틀즈 인 모노 박스세트(The Beatles in Mono Box Set)

 비틀즈 인 모노 박스 세트

비틀즈 인 모노 박스 세트 ⓒ 유니버설 뮤직


지난 2009년 비틀즈 전 음반의 리마스터링 발매에 맞춰 공개된 모노 음반 전집이다. 워낙 고가(국내 판매가 30만원대 이상)인 탓에 골수 팬이 아니면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는 단점은 존재하지만, 비틀즈의 직선적인 사운드를 듣기 원하는 이라면 꼭 한번 들어볼 만한 작품으로 언급할 수 있다.

1963년 공식 데뷔 앨범 <플리즈 플리즈 미>부터 1968년 2장 짜리 LP로 선보였던 <더 비틀즈>(일명 '화이트 앨범') 등 10장의 스튜디오 음반과 싱글로만 공개된 곡들을 모은 <모노 마스터스> 등 총 13장의 CD로 구성되었다.(애초부터 스테레오로만 녹음된 <애비 로드> <렛 잇 비>는 미수록)

특히 <헬프> <러버 소울>은 이색적으로 1965년 스테레오 믹스 버전도 함께 수록하여 모노 vs 스테레오 사운드를 비교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 겟츠/지우베르투 - 50주년 기념반 (Getz/Gilberto)

 겟츠/지우베르투

겟츠/지우베르투 ⓒ 유니버설뮤직


앞서 소개한 음반들이 방대한 구성의 전집인 탓에 주머니가 가벼운 음악 마니아들에겐 그림의 떡이었다면 <겟츠/지우베르투>는 1장짜리 스튜디오 음반이기 때문에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작품이다.

1960년대 초반 보사노바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스탄 겟츠(테너 색소폰)이 브라질 출신의 뮤지션 후앙 지우베르투(어쿠스틱 기타)를 초빙해서 만든 이 음반은 명곡 '더 걸 프롬 이파네마'(The Girl From Ipanema)를 담은, 지금껏 사랑받는 걸작이기도 하다.(특히 작곡·보컬로 본작의 중심을 차지한 안토니우 카를로스 조빙, 투명한 목소리로 듣는 이를 사로잡았던 아스트로드 지우베르투의 존재감 역시 <겟츠/지우베르투>를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항들이다.)

최근 발매 50주년을 맞아 선보인 기념반은 특이하게도 스테레오 리마스터링 버전과 모노 버전을 함께 수록, 비교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CD 포맷으론 최초 공개된 오리지널 모노 버전은 기존 우리가 들어왔던 곡들에 비해 투박해졌지만, 오히려 1960년대의 정겨움에 가까워진 느낌이다. 특히 스테레오 버전은 기존 발매된 음반과 달리 좌우 채널의 배치를 새롭게 구성해서 큰 변화를 가져오기도 했다.(기존 오른쪽 채널에서 들을 수 있었던 아스트로드의 목소리가 왼쪽으로 180도 달리 옮겨진 반면, 드럼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덧붙이는 글 기자의 개인블로그 http://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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