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스(Band of Brothers)'

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스(Band of Brothers)' ⓒ 밴드 오브 브라더스 홈페이지


2차 대전 말 독일군이 점령한 벨기에의 '포이' 마을을 공격하라는 임무가 미국 공수부대 소속 '이지 중대'에 하달된다. 이에 병사들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부터 시작해 생사를 오가는 치열한 전투를 밥 먹듯 하고도 살아남은 병사들이다. 하지만 이번 작전은 느낌이 너무 좋지 않다.

문제는 자신들을 이끌 중대장이 매사에 안일하고 책임을 부하들에게 미루고 판단력이 없는 '다이크' 중위이기 때문이다. 다이크 중위는 승진을 위한 경력에 전투 실적을 추가하기 위해 연대의 선을 달아 내려온 그야말로 정치 장교였던 것.

리더의 중요성... 폐부를 찌른다

10년도 넘은 미니시리즈 '밴드 오브 브라더스(Band of Brothers)'를 본 건 최근이다. 10여년 전 TV를 통해 보았으니 두 번째 시청을 하는 셈이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는 2차 세계 대전 당시 미 육군 101 공수사단 506 낙하산 보병연대 제2대대 5중대(일명 이지 중대)의 실화를 바탕으로 2001년 미국 HBO에서 제작한 10부작 미니시리즈다.

에미상 19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돼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해 6개 부문을 수상하고 2002년 골든글로브상 TV 미니시리즈 부분 최우수 작품상 등 수많은 상을 휩쓸었으니 그 완성도나 작품성은 인정해줄 만하다. 역시 두 번째 시청임에도 몰입도는 여전했다.

재미로만 보던 미니시리즈가 7화에 와서 재미로만 볼 수 없게 됐다. 7화의 소제목은 '한계점(The Breaking Point)'이다. 포이 마을 전투를 앞두고 중대원 중 가장 노련하고 뛰어난 전투능력을 보여줬던 고참 빌 가니에와 조 토이가 적군의 포격에 쓰러지고 이를 목격한 유능한 장교 벅 콤튼 마저 정신적 충격으로 후송 당한다. '이지 중대'로서는 그야말로 한계점에 달한 시기. 게다가 이지중대를 이끌던 윈터스가 대대장을 맡으며 떠난 자리에 후임으로 온 다이크 중위는 그야말로 갈팡질팡의 무능한 장교의 전형이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 중 7화는 위기 상황에서 리더가 그 구성원들을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왠지 우리의 현실 같아 폐부를 찌른다. 재미로만 볼 수 없었을 뿐 아니라 두고두고 속이 시리다.

다이크 중위의 무능함은 대대장인 윈터스도 알고 있었지만 연대에 줄이 닿는 정치장교를 대대장이라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중대원들 역시 전투 중에도 '연대에 보고하러 가겠다'는 말만 남기고 현장을 떠나버리기 일쑤인 다이크 중위의 '기행'에 혀를 내두른다. 중대원들의 불안은 커져가고 리더가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떠돈다. 이러한 여론을 잘 아는 부사관 립튼은 포이 마을 탈환 작전 전날 대대장에게 '리더 교체'를 요구하는 '사고'를 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포이 마을을 공격하는 결전의 날, 우려는 현실이 된다. 적진으로 진격하던 중 적의 총탄이 빗발치자 다이크는 겁을 먹고 제대로 된 명령을 내리지 못한다. '전진'을 요구하는 중대원들의 건의를 묵살하고 '우회' 작전을 지시한다. 중대원들은 황당해하면서도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다. 우회하던 중대원들은 독일군의 총탄에 맥없이 쓰러진다. 중대원들이 전멸의 위기에 봉착했다.

생사의 현장에서 중대원들은 리더의 정확한 판단과 빠른 대처를 요구하며 그의 입을 바라보고 있지만 더 이상 리더는 그 자리에 없었다. 은폐물에 몸을 숨긴 다이크는 그야말로 멘붕 상태에 빠져 '몰라, 몰라'만을 외친다. 죽음만이 중대원들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이 상황에서 중대원들을 살린 건 리더의 즉각 교체였다. 윈터스 대대장이 현장에서 다이크를 직위 해제하고 스피어스 중위를 곧바로 중대장으로 임명해 전투현장에 투입한 것. 포탄을 뚫고 현장에 도착한 스피어스 중위는 립튼 부사관에게 짧은 보고를 받은 뒤 '나를 따르라'는 한마디 말을 던지고 곧장 적진을 향해 달려간다.

중대원들은 이 한 마디에 '중대장님 말씀 들었지? 모두 중대장을 따르자'며 어설픈 은폐물에서 뛰쳐나와 적진으로 돌격한다. 새로운 리더를 만난 중대원들은 서로를 일으켜 세우며 물 만난 고기처럼 총탄과 포탄이 빗발치는 적진을 달려 포이 마을에 다다른다.

하지만 전투는 끝이 아니다. 포이 마을 후방을 공격하던 1중대와 연합작전을 펼치지 못하면 포이 마을 탈환은 성공할 수 없다. 1중대와의 무전이 끊어진 상태서 '이지 중대'의 포이 마을 도착을 알리지 못하면 1중대는 철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

스피어스 중위는 망설이지 않는다. 독일군이 점령한 마을에 혼자 뛰어들어 시가지를 가로지르기 시작한다. 독일군조차 이 믿을 수 없는 상황에 처음엔 총조차 쏘지 못한다. 마을 반대편 끝에 다다라 1중대에게 이지 중대의 도착을 알린 스피어스는 이후 더 놀라운 광경을 연출한다. 1중대에게 협공을 지시한 스피어스는 망설임 없이 독일군이 가득 찬 마을을 다시 가로질러 자신의 중대원들이 기다리는 이지 중대로 돌아온 것이다.

스피어스 중위는 10부작 중 3화 '카랑탄' 편에서 '집에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면 두려움은 사라진다. 자신은 이미 죽은 목숨이라고 생각하라'는 말을 전장의 공포에 빠진 병사에게 건넨 바 있다. 자신의 말을 몸소 실천하는 리더의 전형을 보여준 것이다. 포이 마을 탈환을 성공한 이지 중대원들은 새 지휘관의 등장을 '다행 중 다행'이라며 환영한 것은 당연한 일. 죽음을 두려워 않고 자신을 버리는 리더의 모습을 현장에서 지켜본 이지 중대원들은 전쟁이 끝날 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됐을 것이다.

참다운 리더가 부재한 우리의 현실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일이다. 리더의 부재는 머리가 아닌 몸으로 위기를 느끼게 만든다. 이미 우리는 몸이 위기를 느끼고 있는 건 아닌가? 1944년의 벨기에 포이 마을에서 미 공수부대원들이 느꼈던 위기를 왜 2014년의 대한민국에서 거론해야 하는지 아이러니하다. 자신의 말을 실천할 줄 알고 자기 자신을 버릴 줄 아는 스피어스 중위가 절실해지는 시기다.

리더 전쟁 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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