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풀하우스>의 포스터

뮤지컬 <풀하우스>의 포스터 ⓒ 카바엔터테인먼트



|오마이스타 ■취재/이언혁 기자| 시청자의 사랑을 받은 드라마나 영화가 공연으로 제작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천만 관객을 돌파했던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연극으로, 시청률 40%를 넘었던 <해를 품은 달>은 뮤지컬로 제작됐다. 최근 서울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관객과 만나는 <풀 하우스> 역시 이런 '원 소스 멀티 유즈'의 연장선이다. 원작 만화가 인기를 얻자 지난 2004년 드라마로 만들어졌던 그 <풀 하우스>다.

배우 정지훈(비)가 연기했던 안하무인 톱스타 이영재 역에는 배우 김산호, 서하준과 비스트 양요섭, 빅스 레오가 캐스팅됐고, 송혜교가 분했던 시나리오 작가 한지은 역에는 배우 곽선영과 가수 주(JOO), 에이핑크 정은지가 트리플 캐스팅됐다.

지난 22일 오후 공연에서는 양요섭(이영재 역)과 정은지(한지은 역)가 호흡을 맞췄다. 객석은 10~20대 여성 관객들로 가득 찼다. 차도르를 두른 외국 관객도 눈에 띄었다.

양요섭 정은지의 안정적인 호흡...신예 유지 눈길

 뮤지컬 <풀 하우스>에 출연하는 양요섭

뮤지컬 <풀 하우스>에 출연하는 양요섭 ⓒ 카바엔터테인먼트


양요섭과 정은지의 뮤지컬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양요섭은 지난 2011년 <광화문 연가>를 시작으로 2013년 <요셉 어메이징> 등에 출연하며 차근차근 무대 경험을 쌓았고, 정은지는 <리걸리 블론드>에서 엘 우즈 역을 맡아 뮤지컬계에 데뷔했다. 특히 두 사람은 지난 2012년 3월 듀엣곡 'Love Day(러브 데이)'를 발표했다. 이전부터 호흡을 맞춰왔던 경험은 이번 뮤지컬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이미 각자 소속된 그룹에서 노래 잘하기로 유명했던 두 사람은 <풀 하우스>에서 '듣는 재미'를 느끼게 했다. 연기가 어색해 보일 때도 있었지만, 양요섭과 정은지에게서 드라마의 주인공이었던 비와 송혜교의 그림자가 느껴지진 않았다. 특히 양요섭이 솔로 넘버를 부를 때는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한 가수 선배이자 뮤지컬 배우로 자리매김한 김준수가 떠오르기도 했다.

양요섭과 정은지가 익숙한 조합이었다면, 이영재의 매니저이자 친구 정혜원 역을 맡은 유지는 '원석의 발견'이었다. 지난 2012년 그룹 EXID로 데뷔했다가 지난해부터 그룹 베스티의 멤버로 활동하는 유지는 힘 있는 고음으로 공연장을 꽉 채웠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 인기를 얻을 당시 OST 'Let it go(렛 잇 고)'의 커버 영상을 선보이며 주목받기도 했던 유지는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하게 했다.

스타 파워에 기댄 캐스팅, 성숙하지 못한 팬 관객 '씁쓸'

 뮤지컬 <풀 하우스>에 출연하는 에이핑크 정은지

뮤지컬 <풀 하우스>에 출연하는 에이핑크 정은지 ⓒ 카바엔터테인먼트


뮤지컬 <풀 하우스>는 철저히 스타파워에 기댔다. 뮤지컬계에서는 이미 익숙한 일이 되어버린 아이돌의 캐스팅이 대표적이다. 뮤지컬에 처음 출연하는 서하준과 빅스 레오는 단번에 주인공 이영재 역을 꿰찼다. 공연장 로비에 쭉 늘어선 쌀 화환은 이들에 대한 높은 관심을 말해준다.

드라마를 2시간여의 공연으로 옮긴 탓에 흐름은 뚝뚝 끊긴다. 특히 인터미션이 끝나고 시작되는 2부에서는 더욱 그렇다. 45분 만에 한지은이 위기에서 벗어나고, 이영재와의 갈등이 고조됐다가 두 사람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면서 해피엔딩을 맞는다. 모두 아는 그 이야기지만 '급 전개'를 따라가기엔 숨이 차다.

20분의 인터미션 이후, 공연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지만 공연장의 불은 한동안 꺼지지 않았다. 관계자들은 시작 전부터 "사전에 협의되지 않은 촬영이나 녹음은 하지 말아 달라"고 거듭 당부했지만 이는 지켜지지 않았다. 남몰래 사진이나 영상을 찍는 일부 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점점 커지는 뮤지컬 산업의 규모와는 대조적으로 성숙한 공연 문화의 확산은 요원한 것일까. 씁쓸한 단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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