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CGV 여의도에서 열린 15회 전주국제영화제 기자회견

3일 오후 CGV 여의도에서 열린 15회 전주국제영화제 기자회견 ⓒ 성하훈


올해 15회를 맞는 전주국제영화제가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했다. 우선 4월 말에 개최되던 일정이 5월로 옮겨졌고, 영화제 일정은 외형상 열흘로 늘었으나 실질적인 행사일은 7일로 줄어들었다. 폐막식은 따로 열지 않은 채 수상작들에 대한 시상식으로 대체된다.

또한 전주영화제의 상징적인 프로그램으로 직접 제작하는 '디지털삼인삼색'의 제작 방식을 변경했고, 단편 프로젝트인 '숏숏숏'은 폐지했다. 일부 섹션의 이름도 바꿔 그간 흐름과는 다르게 변화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2012년 두 번의 내분을 거치며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간신히 지난해 영화제를 치러냈다면 올해는 바뀐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색깔을 영화제에 투영시키겠다는 의지를 펴 보인 셈이다. 관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미지수지만 영화제 정체성을 새롭게 정립하겠다는 뜻이 분명하게 드러나 올해 전주영화제는 새로운 기반을 다지는 행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영화 2억명 시대, 독립예술영화의 그늘 걷어낼 것"

15회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발표 기자회견이 3일 오후 CGV 여의도에서 개최됐다. 고석만 집행위원장은 올해 영화제의 특징에 대해 '집중'과 '확산'을 강조하며 외연을 넓혀야 할 시기로 섹션을 명확히 유도했다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한국영화가 2억명 시대를 맞이했지만 전체 2000개가 넘는 스크린 중 독립예술영화관은 70개에 불과할 만큼 짙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며 이 그늘을 걷어 내고자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슬로건은 '영화만개'로 정해졌다. 향기로운 꽃을 찾아 나비가 모여들 듯 영화를 찾아 전 세계 시네필들이 모이는 상상을 하며, 5월 첫날에 시작되는 영화 축제의 분위기를 함축하고 있는 의미라는 것이 고 위원장의 설명이다.

올해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작품은 모두 44개국 181편으로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되는 프리미어 작품은 모두 94편이다. 규모는 46개국 178편이었던 지난해와 엇비슷한 수준이지만 프리미어는 지난해 118편보다 줄어들었다.

그러나 국내 독립장편영화들을 질적, 양적으로 확장시키고 중남미 영화들을 프리미어로 소개하는 것은 특징적인 부분이다. 김영진 수석프로그래머는 "남미 영화를 배려했고, '코리아 시네마스케이프'에 출품되는 12편의 영화는 모두 월드 프리미어로 구성됐다"며 질적으로 자신감을 내비쳤다.

 15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신촌좀비만화>를 연출한 감독과 출연배우들

15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신촌좀비만화>를 연출한 감독과 출연배우들 ⓒ 성하훈


개막작은 3D 옴니버스 영화 <신촌좀비만화>가 선정됐다. 한지승 감독의 <너를 봤어>, 김태용 감독의 <피크닉>, 류승완 감독의 <유령> 등 세 편의 영화로 구성된 <신촌좀비만화>는 한국영화아카데미 프로젝트 사업(KAFA+)으로 제작된 영화로 오늘날의 대중문화를 반영하는 지독한 현실의 3D영화다. 한국을 대표하는 세 명의 감독이 좀비를 소재로 도심과 미래, 산속을 배경으로 만든 작품이라는 점에서 흥미를 끈다. 3D영화의 가능성과 현실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산업적으로도 기대되고 있다.

<너를 봤어>를 만든 한지승 감독은 "좀비를 통한 지역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며 "기존 좀비영화와는 다른 분위기의 영화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피크닉>을 연출한 김태용 감독은 "배우가 생각보다 어려서 고민됐으나 영화를 찍고 나서는 배우를 만난 게 행운이라 생각됐다"고 말했다. <피크닉>은 초등학교 1학년인 8살 소녀를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으로, 배우 김수안이 참여한다.

섹션 개명하고 분리하고...전체적 리모델링

올해 전주영화제의 가장 주목되는 변화는 '디지털 삼인삼색'이다. 전주영화제가 상징적으로 내세웠던 '디지털 삼인삼색'은 종전 세 명의 감독을 선정해 30분 단편을 만들던 방식에서 벗어나 장편 프로젝트로 전환됐다. 헝가리의 기요르기 폴피 감독과 한국의 신연식, 박정범 감독이 3편의 신작을 선보인다. 이 과정에서 단편영화 프로젝트였던 '숏숏숏'은 통합 개편이란 명목으로 사실상 폐지됐다.

이에 대해 김영진 프로그래머는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실무적인 입장에서 볼 때, 제작할 때는 감독들이 좋아해도 개봉됐을 때는 관객들이 많지 않다보니 침체된 면이 있어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디지털 삼인삼색에 한국 감독들을 2명 선정했다"면서 "성과가 좋으면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요 섹션 명칭이 바뀐 것도 올해 영화제가 기존과는 다르게 새롭게 구성됐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국내외 주목받는 신예 감독과 한국영화의 흐름을 압축적으로 소개하던 '시네마 스케이프'는 '월드 시네마 스케이프'와 '코리아 시네마 스케이프로 독립시켰다.

실험영화를 중심으로 배치했던 '영화보다 낯선'은 '익스팬디드 시네마'로 이름을 바꿨다. 대중적인 작품들로 구성된 '영화궁전'과 심야상영인 '불면의 밤'을 포괄하던 '시네마페스트'는, '시네마페스트'와 '미드나잇 인 시네마'로 개명하거나 분리했다.

지난해 새로 영화제를 맡게 된 김영진-이상용 프로그래머가 기존 구조를 이어받아 영화제를 치렀다면, 올해는 비교적 큰 규모의 리모델링을 꾀하는 모습이다. 장병원 프로그래머가 새로 합류하면서 프로그래머 진용이 한층 탄탄해 진 것도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

다르덴 형제 다큐멘터리, 국내 첫 상영

 15회 전주국제영화제 포스터

15회 전주국제영화제 포스터 ⓒ 전주국제영화제


지난해 작품수준에서 혹평을 받았던 국제경쟁은 2편 이상 작품을 만든 감독들의 영화를 선정했는데, 쿠바·아르헨티나·브라질·멕시코 등 중남미 영화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아시아와 미주, 아프리카의 작품이 골고루 포진했는데, 10편의 작품이 2만 5천 달러의 상금을 놓고 경쟁한다.

국제경쟁 심사위원장은 지난해 <천안함프로젝트>를 공개해 영화제를 들썩이게 했던 정지영 감독이 선정됐다. 재일교포 감독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상일 감독과 배우 예지원도 심사위원으로 참여한다. 김영진 프로그래머는 "예지원씨는 얼마 전까지 정글(SBS <정글의 법칙>)에 있었는데, 정글로 연락해 제안했고, 수락의사를 전달 받았다"고 밝혔다. 

올해 영화제에는 제작지원 프로그램인 다큐멘터리 피칭에 소개됐던 작품들이 완성돼 상영된다. 2011년 피칭에 소개됐던 동물을 대상으로 한 황윤 감독의 <잡식가족의 딜레마>와 고아원 소년 축구팀 이야기인 <누구에게나 찬란한>으로 수 년 간의 공들인 작업 끝에 결과물을 내놓는다.

이밖에 민영화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한 이훈규 <블랙딜: 누구를 위한 민영화인가?>와 벨기에의 유명 영화감독 다르덴 형제의 다큐멘터리는 올해 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들이다. 특히 다르덴 형제의 다큐멘터리는 국내 최초로 스크린을 통해 공개된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오는 5월 1일 개막하며 10일까지 이어진다. 7일까지 일반상영이 끝난 후 8일~10일까지는 화제작과 수상작 중심으로 상영이 이뤄진다. 셔틀버스 등 관객 편의는 7일까지만 제공된다.  

예산 열악하다면서 위원장 연봉만 대폭 상승?


 전주국제영화제 고석만 집행위원장

전주국제영화제 고석만 집행위원장 ⓒ 성하훈

"전체 영화제 예산을 공개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열악하다. 국내 영화제 서열에서도 밀려날 정도다."


고석만 집행위원장은 3일 기자회견에서 올해 전주영화제의 예산에 대해 매우 열악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영진위에 따르면 올해 전주영화제와 부산영화제는 국고지원이 전년도와 비교해 각각 4천만 원씩 삭감됐다. 부산의 경우는 예산규모가 크기에 영향이 많지 않지만, 전주의 경우 결코 작지 않은 비중이다.

하지만 지난해 집행위원장 연봉은 큰 폭으로 인상돼 논란이 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2013년 국제영화제 평가' 자료에 따르면 전주영화제 집행위원장의 전년대비 급여 인상률은 130.77%에 이른다. 총액으로 볼 때도 국내 최대 규모인 부산영화제보다도 많다.

부집행위원장이나 프로그래머 등 핵심 인력들의 임금 인상률도 90% 이상과 50%에 가까울 정도로 높게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실무 팀장이나 팀원들의 경우는 삭감되거나 동결된 상태다.

지난 2012년 고석만 위원장 부임 이후 갈등 끝에 영화제를 떠난 8인의 스태프들은 당시 사임의 변을 통해 '고 위원장이 자신의 연봉을 전임 위원장의 2배로 요구했다'면서 '영화제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요구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영진위가 지난해 12월 국내 영화제를 평가하는 자리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지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평가위원으로 참여했던 한 영화계 인사는 "재정이 안 좋은 상태에서 위원장의 연봉 인상이 심했다"며 "일반적으로 아래 팀원들의 급여를 많이 올리고 윗사람들은 적게 올리는 게 맞는데 전주는 그 반대가 된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전주영화제 실무 책임자는 "집행위원장 급여를 제외하고는 다른 실무진들의 경우 국내 영화제들의 70~80%에 불과할 뿐 전주영화제의 급여가 절대 높은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국내영화제 집행위원장들이 해외 영화제 인맥을 넓히거나 예산 확보에 주력하는 등 영화제의 실질적 운영을 주도하는 것과 비교해 볼 때 고석만 집행위원장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잇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전주영화제 집행위원장의 역할에 대해 내부의 불만이 만만치 않은 모습"이라고 밝혔다. 전주영화제 관계자들은 이와 관련된 문의에 대부분 "답변하기 곤란하다"며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고 위원장이 지난해 말 2015년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에 개폐막식 총감독 최종 후보에 오른 것에 대해서도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부분이다. 한 영화평론가는 "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서 적절치 않은 처신으로 볼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 위원장은 "집행위원장으로서 영화제의 큰 방향과 원론적인 것을 제시하고 프로그램 등은 프로그래머에게 일임하고 있다"면서 "스스로를 앞에 내세우고 싶어 하는 성향은 아니지만 나서야 할 자리를 피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EBS 사장과 여수엑스포 총감독을 역임했던 입장에서 재능기부 맥락에서 자문을 했던 것인데, 타의에 의해 최종 후보에 오르게 된 것 같다"면서 "전혀 몰랐던 일이고 자발적으로 한 일이 아니었다. 전주영화제 외에 다른 일에 관심을 두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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