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또 유럽을 제패하다... 2014 CEV컵 시상식(3.30)

김연경, 또 유럽을 제패하다... 2014 CEV컵 시상식(3.30) ⓒ 인스포코리아


배구로 세계를 호령하는 한국 여인. 사람들은 그녀를 '배구 여제'라 부른다. 김연경 선수다. 한국 V리그 우승·MVP->일본리그 우승·MVP->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MVP->런던 올림픽 MVP->유럽배구연맹컵 우승·MVP…. 이 행렬의 끝은 어디일까.

김연경이 맹활약한 페네르바체는 지난 3월 30일 유럽배구연맹(CEV)컵 결승전에서 러시아리그의 우랄로츠카 팀을 3-0으로 완파하고 우승을 차지했다. 김연경은 또다시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유럽 챔피언스리그에 이어 CEV컵까지 석권한 것이다. ​CEV컵은 축구로 치면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다.

김연경은 2012년부터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여자배구 선수로 등극했다. 2012년 3월 25일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고 MVP와 득점왕까지 수상했다. 5개월 뒤인 8월 런던 올림픽에서도 득점왕을 차지하며 한국 여자배구를 36년 만에 4강에 올려놓았다. 아쉽게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올림픽 조직위원회와 국제배구연맹(FIVB)은 김연경을 대회 MVP로 선정했다.

메달도 획득하지 못한 4위 팀 선수에게 최우수선수의 영예를 안겨준 것이다.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한국 배구 역사상 올림픽에서 MVP를 수상한 선수는 김연경이 처음이다. 세계 최고의 여자배구 선수라는 걸 국제적으로 공인받은 것이다.

이번엔 다르다... 리그 챔피언 등극 '절호의 기회'

이제 딱 하나 남았다. 여자배구의 세계 최고 리그인 터키리그 챔피언에 등극하는 일이다. 터키리그는 최근 몇 년 동안 세계적인 선수들이 몰려들면서 최고의 리그로 부상했다. 유럽배구연맹이 매기는 랭킹 순위도 1위다. 2위는 러시아리그, 3위는 이탈리아리그다. 1~2위 리그에게는 유럽 챔피언스리그 출전 티켓이 3장이 할당된다.

터키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의 면면만 봐도 알 수 있다. 각 팀마다 배구 강국의 간판급 스타와 국가대표 주전급 선수들이 즐비하다. ​몬타뇨(전 인삼공사), 미아(전 흥국생명), 케니(전 현대건설) 등 ​한국 V리그에서 가장 뛰어났던 외국인 선수들도 터키리그로 옮겨가 맹활약하고 있다.

김연경은 2011년 6월 터키 페네르바체에 입단한 이후 3시즌을 치르고 있다. 그동안 정규리그 우승(2011~2012시즌)까지는 일궈냈지만, 포스트시즌 챔피언 등극과는 인연을 맺지 못 했다. 올해가 절호의 기회다. 페네르바체 팀의 선수 구성과 전력, 분위기가 최고조이기 때문이다.

페네르바체는 김연경(대한민국·27세·192cm)​, 가라이(브라질·29세·179cm), 아네타(체코·28세·193cm)로 이어지는 삼각편대의 조합이 세계 최강에 가깝다. 김연경과 가라이는 공격·수비·강서브를 모두 겸비한 전천후 레프트 공격수다. 아네타는 라이트 공격수로서 파워와 득점력이 뛰어나다. 에다(터키·28세·187cm), 바우어(프랑스·27세·197cm)의 센터진도 블로킹과 속공 능력이 출중하다. 엘리프(터키·31세·186cm)와 글라스(미국·27세·182cm)의 세터진도 작년보다 안정적이다.

국내 스포츠 채널, '터키리그 포스트시즌' 생중계

페네르바체와 우승을 다툴 상대로는 바키프방크가 첫손에 꼽힌다. 올 시즌 터키 정규리그 우승 팀이자 유럽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팀이다. 올 시즌 페네르바체에 유일한 1패(상대전적 1승1패)를 안긴 팀이기도 하다. 주전 선수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브라코체비치(세르비아·196cm)-괴즈데(터키·183cm)-코스타그란데(이탈리아·187cm)의 공격진, 퓌르스트(독일·193cm)-톡소이(터키·190cm)의 센터진, 터키 국가대표팀의 주전 세터인 나즈와 주전 리베로 기젬 등이 포진해 있다.

다만 브라코체비치 등 주전 선수 일부가 부상으로 경기력이 떨어지면서 최근 전력이 다소 약화됐다. 페네르바체는 1월 25일 정규리그 경기에서 바키프방크를 3-0으로 완파했다. 그러면서 바키프방크의 73연승 행진에 종지부를 찍었다. 또 다른 4강 라이벌로 불리는 엑자시바시, 갈라타사라이 팀과의 최근 맞대결에서도 모두 승리를 거뒀다.

터키리그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 등 포스트시즌은 4월 2일부터 5월 초까지 펼쳐진다. 국내 스포츠 채널인 MBC SPORTS+는 3일 밤 12시(한국시간)부터 김연경 선수가 출전하는 포스트시즌 경기들을 생중계한다. 이날은 페네르바체(정규 2위)가 베식타스(정규 7위)와 8강 플레이오프 1차전(3전2선승제)을 치른다.

4강에 오르면 엑자시바시(3위)-일방크(6위)의 승자와 4강 플레이오프(3전2선승제)를 치른다. 여기서도 이기면 대망의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에 진출한다. 김연경이 세계 최고 리그의 정상에 우뚝 서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김연경이 '특별'한 이유

 '마성의 배구 여제'... 카리스마 넘치는 플레이로 세계 팬들을 열광케 하다

'마성의 배구 여제'... 카리스마 넘치는 플레이로 세계 팬들을 열광케 하다 ⓒ 인스포코리아


그동안 '세계 최고'라 불리는 여자배구 선수는 많았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김연경은 특별하다. 단순히 공격만 잘하는 게 아니라 수비와 서브 능력까지 출중하기 때문이다. 출전하는 대회마다 MVP와 득점왕은 기본이고 공격성공률, 서브상 등 3~5관왕을 휩쓰는 경우도 많다.

CEV컵 결승 1차전에서는 리베로보다 2배가 넘는 리시브를 받아내고도 69%의 리시브 성공률과 공격에서도 양 팀 통틀어 최다 득점(27득점)을 뽑아내는 괴력을 보여주었다. 최근 들어 서브의 강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김연경의 서브 타임에서 상대 수비가 급격하게 흔들리며 경기 흐름이 뒤집히는 경우가 많다. 192cm의 장신 레프트 선수가 모든 부문에서 전무후무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세계 유수의 배구 클럽들이 눈독을 들이는 건 당연하다. 김연경은 현재 완전히 자유로운 몸이다. 페네르바체와는 올해 6월 말까지 계약 상태다. 이후에는 페네르바체를 포함해 세계의 어느 팀과도 자유롭게 계약할 수 있다. ​흥국생명과의 소속사 분쟁에서 국제배구연맹(FIVB)이 김연경 선수 측 주장들을 대부분 인정해줬기 때문이다.

FIVB 항소위원회는 지난 1월 31일 재심 결정에서 '국내 FA 규정은 국내에서 선수생활을 할 때만 적용되고, 해외 이적시 선수 신분에 대한 분쟁이 생길 경우에는 선수와 구단 간 계약서의 존재 유무와 계약 내용이 판단의 기준이 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따라서 "흥국생명과 김연경은 2012년 6월 30일 계약이 만료된 후 재계약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흥국생명은 김연경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고, 원 소속구단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최종 결정했다. 한국배구연맹(KOVO)과 프로구단들의 구단에만 유리한 편의적 관행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연봉 15억' 배구 여제, 6월말 계약 종료

​현재 김연경이 페네르바체에서 받는 연봉은 한화로 약 15억 원이다. 이는 전 세계 남자, 여자 배구 선수를 통틀어 1~2위에 해당하는 최고 수준이다. 김연경이 이적 시장에 나올 경우 연봉 20억을 넘길 거라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협상 접촉을 요구하는 구단이 많다고 한다.

김연경 선수의 소속사인 인스포코리아 윤기영 대표는 "김연경 선수는 페네르바체와 재계약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페네르바체와 쌓은 좋은 인연과 흥국생명과의 소속 분쟁에서 도움을 준 것에 대한 의리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페네르바체가 유럽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획득할 가능성도 높다. 이번에 터키리그 챔피언결정전에 오르면, 우승을 못 하더라도 획득한다. 그럴 경우 잔류에 대한 동기 부여는 더 커질 수 있다.

김연경은 포스트시즌 일정이 다 끝나는 5월 초쯤 한국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그리고 8월부터는 국가대표로 활약을 해야 한다. 올해 한국 여자배구는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있다. 8월 1일부터 시작하는 그랑프리 세계 대회와 9월에 열리는 인천 아시안게임이다. 배구팬들에겐 세계 최고의 선수가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모습을 '국내 경기장'에서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김연경 배구 페네르바체 터키리그 V리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