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신의 선물-14일>의 김수현(이보영 분).

SBS <신의 선물-14일>의 김수현(이보영 분). ⓒ SBS


SBS 월화드라마 <신의 선물>의 큰 기둥은 모성애다. 매회 딸 한샛별(김유빈 분)의 죽음을 막으려는 시공간을 초월한 엄마 김수현(이보영 분)의 분투가 그려지고 있는데, 그 애타는 모정은 시청자들의 감정이입을 이끌만한 주된 요인이다.

그러나 이 드라마, 그 가장 중요한 부분에 어쩐 일인지 제대로 감정이입이 되질 않는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드라마의 기둥 '모성애'에 몰입하기 어려운 이유는

가족, 특히 모성애에 관한 이야기들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가장 손쉽게 감정이입을 이끌 수 있어서가 아닐까? 가족 간에 보다 독립적인 관계를 지향한다는 서양에서도 모성애나 부성애는 드라마나 영화의 좋은 소재로 쓰이곤 한다. 사적이며 감정적인 부분을 포함, 자녀들과 보다 친밀한 관계를 오랜 기간 유지하는 사례가 많은 우리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러한 것에서 '이기'에 보다 가까울 수도 있는 모성은 때로 '이타'로 잘 포장되기도 하고, 가족은 뭉뚱그려져 몇 가지 유형으로 도식화되기도 한다. 지나치리만큼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우리네 가족의 이야기. 세상의 무궁무진한 에피소드들은 그러한 경향이 오래도록 지속되리라는 것을 힘들지 않게 예견케 만든다.

그런데 웬일인지 <신의 선물>이 내세운 모성애에는 깊이 빠져들거나 공감을 하기가 쉽지 않다. 드라마의 가장 주된 부분에 몰입이 어렵다는 것, 그 실패의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에는 캐릭터 자체의 문제도 있겠고, 이야기의 의도에서 한참 벗어나고 있는 상황의 무리한 설정에도 큰 혐의를 둘 수 있겠다.

아이를 살린다면서 납치의 위험에도 거의 방치 상태에 두고 있는 김수현, 가족들의 간곡한 만류에도 독자적인 행동을 계속하는 한샛별의 철없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혀를 끌끌 차게 만든다. 기동찬(조승우 분)의 코믹한 행동에 대한 기꺼운 웃음과는 달리, 두 모녀의 앞뒤 가리지 않는 무모함은 실소를 자아낼 뿐이다. 

중구난방 사연들, 감정이입 어렵게 만들어

'신의 선물' 기동찬은 사건의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면서도 드라마에 웃음을 불어넣는 역할 또한 담당하고 있다.

▲ '신의 선물' 기동찬은 사건의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면서도 드라마에 웃음을 불어넣는 역할 또한 담당하고 있다. ⓒ SBS


밀도를 높이려면 보다 조밀한 짜임새가 필요한데, <신의 선물>의 서사 구조는 아직까지도 조금 헐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모성애 부분이 허술하게 다뤄지는 것은 특히 아쉬운 부분이며, 범인을 짐작 못하게 만들고자 의도된 장치들은 단선적인데다(사실은 무척이나 복잡한데도), 그저 방만하게만 느껴진다.

야심차게 시작된 <신의 선물>이 지지부진한 데에는 위의 이유들뿐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가 있다. 많은 에피소드들이 마치 모래알같이 서로 섞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각 가족의 이야기가 중구난방으로 펼쳐져 시청자들이 미처 그들에게 연민을 느낄 새가 없다는 것 등이다.

각 인물들의 사연은 여러 갈래로 쉬지 않고 펼쳐지고 있는데, 그것은 김수현을 중심으로 한 주된 이야기를 부산하게만 만들고 있다. 범인을 쉽게 짐작하기 어렵게 만드는 장치로 보이지만, 문제는 지금 <신의 선물>은 그러한 복잡한 설정이 자연스레 먹히는 초반을 이미 한참 지났다는 점이다.

간간이 기동찬과 추병우(신구 분), 제니(한선화 분) 등의 코믹함이 극의 재미를 이끌기는 하지만, 그것은 그저 맛난 양념일 뿐이다. <신의 선물>은 이제 초반에 마구 뿌려놓은 떡밥을 차분히 회수해야 할 단계에 이르러 있다. 얼른 결론을 내라는 다급한 채근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결말을 위한 무리하지 않은 전개를 말함이다. 

'다급하게는 아니'라고 했지만, 사실 조바심이 생기기는 한다. 왜냐하면 <신의 선물>에 대한 세간의 기대가 아직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보영과 조승우, 두 배우의 캐릭터 해석에 대한 믿음도 그렇지만, 시공간을 초월해 아이의 죽음에 관련된 사건을 해결한다는 이야기의 얼개가 워낙 흥미로운 것이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 모래알 에피소드들은 언제나 단단하게 굳어질 수 있을까? 그것이 그저 딱딱한 콘크리트가 아니라 공간 사이사이 살아 숨쉬는, 유기적 흐름을 가진 탄탄한 드라마가 될 수 있기를 후반으로 향해가는 <신의 선물>에 바라본다.  

SBS 신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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