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5월은 그야말로 '마블의 봄'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만큼 일련의 히어로 영화들이 차례로 대기중이다. 

이미 미국보다 먼저 개봉한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의 큰 인기, 4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5월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쳐 패스트>, 그리고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한국 촬영까지 맞물리며 연일 관련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같은 '마블' 임에도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소니를 통해, <엑스맨>시리즈는 20세기 폭스에서 영화 제작이 이뤄지고 있으니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그도 그럴 것이 마블이 만든 히어로들이지만 정작 영화 판권은 이들 회사로 일찌감치 팔린 까닭에 '히어로들의 아버지' 마블은 두 영화 시리즈의 흥행 성공에도 불구하고 큰 돈을 만질 수 없었다. (반면, 마블의 라이벌 DC코믹스는 일찌감치 워너 브러더즈와 독점 계약을 맺어 <배트맨>,<슈퍼맨> 시리즈를 제작한 탓에 이런 혼란을 미연에 방지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쳐 패스트> 개봉에 앞서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 신세가 되어 버린 <스파이더맨>, <엑스맨>의 숨은 사연을 알아보자.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 스파이더맨 (2002~ )

할리우드가 본격적인 슈퍼 히어로 영화를 내놓은 건 1978년 워너 브러더즈가 선보인<슈퍼맨>부터다. 마블의 라이벌, DC 코믹스의 인기 캐릭터이자 리처드 도너 감독(<리셀 웨폰>시리즈)의 출세작이기도 한 이 영화의 성공은 당시 어린이·청소년 층의 전유물로만 여겨진 히어로 코믹스도 충분히 흥행작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해냈다.

마블의 캐릭터들 역시 당연히 제작사들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지만 정작 영화화 과정은 순탄치 못했다. 1980년대 들어 <슈퍼맨3>, <슈퍼걸>(이상 DC 코믹스)등의 흥행 참패가 이어지면서 할리우드의 히어로 영화 제작 움직임 역시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1962년 스탠 리(스토리), 스티브 딧코(작화)의 손을 거쳐 탄생한 <스파이더맨>은 코믹스 발행과 동시에 마블의 대표적인 효자상품으로 자리매김한다. 1978년 CBS를 통해 TV시리즈로 방영된 <스파이더맨>은 파일럿 방영 당시 지금 수치로도 경이적인 1600만 뷰어의 시청자를 모으는 인기를 얻기도 했다.

하지만 워낙 조악한 제작, 엉성한 스토리로 인해 원작자 스탠 리는 이 시리즈를 좋아하지 않았다는 후문. 여기에 <두 얼굴의 사나이 헐크>, <원더우먼> 등을 방영하던 CBS가 잇단 히어로 시리즈에 부담을 느낀 나머지 결국 이 TV시리즈는 한 시즌만에 막을 내리고 말았다.

로저 코먼의 첫 영화화 시도 이후 계속된 제작 무산

전설적인 '저예산+ B급 영화'의 대부 로저 코먼(감독/제작자)이 1982년 마블로부터 각각 <스파이더맨>, <판타스틱 4>의 판권을 사들이며 영화 제작을 추진하지만 예산 부족, 투자 난항 등의 어려움을 겪던 끝에 완성을 보지 못했고 결국 계약은 파기되고 말았다. (<판타스틱 4>는 1994년 코먼에 의해 영화화 되지만 극장 개봉조차 되지 못했고, 2005년 폭스에 의해 새롭게 극영화로 제작된다.)

1985년 당시 <델타포스> <코브라> <오버 더 톱> 등의 액션물로 인기를 얻던 캐넌 필름이 향후 5년 이내 제작하는 조건으로 단돈 22만 5천 달러와 수익 분배 조건으로 판권을 재구매, <스파이더맨>은 다시 한 번 영화화 추진된다. 슬래셔 무비 <텍사스 살인마 2>를 연출한 토브 후퍼가 감독을 맡을 예정이었지만, 1980년대 후반 캐넌이 자금난에 빠지면서 역시 제작은 다시 무산되고 말았다. (이후 1993년 캐넌은 파산, 역사 속으로 사라짐.)

또  한 번 공중으로 떠 버린 <스파이더맨> 프로젝트를 새롭게 추진한 곳은 <람보> <토탈 리콜> <터미네이터> 등으로 1980~90년대 액션 영화의 붐을 주도한 카롤코 픽쳐스였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아놀드 슈워제네거를 악당 옥토퍼스로 캐스팅하는 구체적인 기획까지 마련했지만, 카롤코 역시 재정난 끝에 1996년 파산, 세 번째 영화화 무산을 겪고 말았다.

1996년 마블의 파산...직접 제작 못한 결정적 이유

카롤코의 파산과 더불어 기존 카롤코 제작 영화 및 기획 중이던 영화의 판권은 MGM/UA로 넘어갔다. 1990년대 후반 네 번째 <스파이더맨> 프로젝트가 추진됐지만, MGM은 자체 히트 시리즈인 <007 제임스 본드>에 주력하려는 의지가 강했다. 결국 <스파이더맨> 판권은 소니 산하의 컬럼피아 픽쳐스로 다시 한 번 옮겨지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MGM은 컬럼비아가 보유한 이전작 <007 썬더볼> <카지노 로얄> 등의 판권을 넘겨 받았다.)

우여곡절 끝에 다섯 번째로 영화화가 진행된 <스파이더맨>은 결국 2002년 샘 라이미 감독, 토비 맥과이어 주연으로 제작 완료, 현재까지 8억 2천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며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다.

물론 이 과정 역시 순탄치는 않았다. 데이빗 핀쳐, 팀 버튼, 롤랜드 에머리히, 크리스 콜럼버스 등 그 무렵 잘 나가던 흥행 감독이라면 한 번 이상 <스파이더맨> 연출자로 언급될 만큼 의견이 분분했다. 여기서 드는 의문점 하나. 왜 1980~90년대 마블은 지금처럼 직접 영화 제작을 하지 않았을까? 

마블 역시 영화 산업에 관심이 없지 않았지만, 그 무렵엔 직접 제작할 여력이 전혀 없었다. TV 시장의 확대와 반대되는 출판 코믹스 시장의 축소, 무분별한 사업 확장 실패로 인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결국 1996년 마블마저도 한때 파산하고 말았으니, 지금의 마블을 논한다면 '기업 회생'의 모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진행된 영화 판권 판매는 마블로선 두고두고 후회할 만한 일이 되고 말았다. (다행히 일부 캐릭터에 대한 판권은 최근 들어 속속 재확보에 성공했다.)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쳐 패스트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쳐 패스트 ⓒ 20세기 폭스 코리아

◆ 엑스맨 (2000~ ), 판타스틱4 (2005~2007, 2015~)

<스파이더맨>에 비해 <엑스맨>은 영화화 과정이 비교적 순탄하게 진행된 편이다. 1994년 20세기 폭스가 판권을 구매했고, 6년 후인 2000년 첫 영화 <엑스맨>이 선보였으니까 말이다.

<판타스틱 4>의 경우, 1984년 독일의 콘스탄틴 필름이 처음 판권을 구매했고 이후 앞서 언급한 로저 코먼에 의해 1994년 첫 영화가 제작되지만 극장 개봉은 이뤄지지 못했다. 그리고 2004년 폭스가 새롭게 권리를 얻으면서 본격적인 영화화가 진행됐다.

2005년 <판타스틱 4>, 2007년 <판타스틱 4: 실버 서퍼의 위협>이 제작됐지만 <엑스맨>에 비해 시장 반응은 다소 미약했고, 결국 폭스는 3편 제작을 취소하고 말았다.(2015년 새롭게 리부팅 개봉될 예정.)

 마블 대표 히어로 캐릭터의
영화 판권 현황


 2003년 이안 감독이 연출을 맡은 <헐크> 포스터

2003년 이안 감독이 연출을 맡은 <헐크> 포스터 ⓒ UIP 코리아


- <엑스맨> 등장 캐릭터인 퀵실버, 스칼렛 위치는 판권 문제가 명확치 않은 탓에 마블 제작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과 폭스 제작 <엑스맨: 데이즈 오프 퓨쳐 패스트>에 모두 등장한다. 물론 출연 배우들은 전혀 다르다.

- 폭스가 제작한 <데어데블>(2003)의 판권은 2013년 마블이 재확보했고, 2015년 VOD서비스 업체 넷플릭스를 통해 TV시리즈로 제작될 예정이다.

- 유니버설이 보유했던 <헐크> 판권은 2003년 이안 감독이 연출한 <헐크>의 미지근한 반응 이후 마블이 2006년 다시 확보했고, 2008년 <인크레더블 헐크>를 직접 제작했다.

- <토르>는 당초 소니가 영화 제작을 추진했지만 성사되지 못했고, 역시 2006년 당시 마블 영화를 배급하던 파라마운트를 통해 권리를 되찾았다. 라이온스 게이트가 보유했던 <블랙 위도우> 역시 비슷한 시기에 판권 재확보에 성공.

- 뉴라인 시네마가 보유했던 <블레이드>(1998~2004) 시리즈의 판권은 지난 2010년 재확보했고, 소니가 제작한 <고스트라이더> 역시 지난해 다시 획득했지만 두 영화의 리부팅 여부는 미지수다.



덧붙이는 글 기자의 개인블로그 http://blog.naver.com/jazzkid 에도 실렸습니다.
마블 스파이더맨 엑스맨 어벤져스 캡틴 아메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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