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성(현대BNG스틸, 30)이 16일 관악구민종합체육센터에서 열린 동양타이틀 전초전에서 혈전 끝에 와타나베 타쿠야(26)를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으로 제압했다.

이재성이 동양타이틀 경기에 나가기 위해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경기였지만, 와타나베는 그리 만만한 선수가 아니었다. 이재성(21전 16승 9KO 2무 3패)보다 네살이 적었지만 전적(25전 20승 8KO 1무 4패)은 오히려 더 많았고, 최근 4연속 KO승에 단 한번도 KO로 패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혈투 끝에 승리한 이재성

혈투 끝에 승리한 이재성 ⓒ 이충섭


이재성은 경기 초반 특유의 순발력과 민첩성을 앞세워 신중하게 공격을 전개하고자 했고, 와타나베는 힘을 앞세워 저돌적으로 전진하며 경기가 진행되었다. 3라운드 중반, 이재성이 장기인 라이트 스트레이트로 와타나베의 턱을 강타하며 다운을 빼았았다. 머리에 심한 출혈까지 겹친 와타나베는 수렁에 빠진 셈이었다. 경기가 오래가지 못할 듯했다.

 이재성의 공격에 다운당한 와타나베

이재성의 공격에 다운당한 와타나베 ⓒ 이충섭


 다운당하고 일어났지만 출혈이 심한 와타나베

다운당하고 일어났지만 출혈이 심한 와타나베 ⓒ 이충섭


하지만 와타나베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이재성의 영리한 복싱에 유효타를 계속 허용하면서도 각도 큰 양훅을 휘두르며 전진해 접근전을 펼쳤다. 이재성은 와타나베의 돌격에 다소 밀려 로프에 기대서는 시간이 많았지만, 쉽게 펀치를 허용하지 않고 차분히 반격하며 불꽃 튀는 난타전이 전개됐다.

 이재성이 코너에 몰려서도 효과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이재성이 코너에 몰려서도 효과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 이충섭


와타나베는 계속 되는 출혈로 인해 주심이 세 번이나 시합을 중지시켜 링 닥터에게 점검을 받아야했지만,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투혼을 이어갔다. 이재성의 흰색 트렁크는 완전히 붉은색으로 물들어갔다. 이재성은 와타나베의 좀비 같은 투혼에 질려 공격을 주춤하다가 와타나베에게 강력한 복부 공격을 당하기도 했다.

마지막 10라운드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자, 관중들은 양 선수의 처절한 투혼에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이재성은 와타나베가 심한 출혈로 인해 한쪽 눈을 거의 보지 못하는 점을 이용하는 영리한 아웃복싱으로 와타나베를 봉쇄하며 경기를 마쳤다.

 이재성의 트렁크는 붉은색으로 변해버렸다

이재성의 트렁크는 붉은색으로 변해버렸다 ⓒ 이충섭


경기 결과는 당연히 이재성의 3:0 심판전원일치 판정승이었지만, 경기장은 양 선수의 뜨거운 투혼을 격려하는 박수로 가득찼고, 이재성은 패한 와타나베의 손을 들어주고 포옹하며 링을 내려왔다.

이재성은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와타나베의 투지에 경기 후반 오히려 두려운 마음까지 들었지만 끝까지 집중해서 경기를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또다시 일본 선수와 그것도 원정경기로 타이틀 도전에 나서야 하므로 쉽지 않은 경기가 되겠지만, 반드시 이겨서 일본 킬러의 명성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는 이재성의 시력교정수술을 후원한 안과원장이자 복싱애호가인 박영순씨가 직접 애국가를 불렀고, 팝아티스트 낸시랭도 라운드걸로 출연하며 복싱장의 열기를 띄웠다. 최경호 YMW버팔로프로모션(대표 유명우) 본부장은 "갑자기 경기장이 서울로 급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장을 꽉 메운 관중들께 감사 드린다. 복싱 팬들에게 결코 지루하지 않은 경기, 참신한 이벤트로 반드시 복싱 부활을 이루겠다"고 전했다.

 팝아티스트 낸시랭도 경기장을 찾았다

팝아티스트 낸시랭도 경기장을 찾았다 ⓒ 이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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