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분, 남준재의 왼발 슛이 전북 문지기 권순태에게 막히는 순간!

57분, 남준재의 왼발 슛이 전북 문지기 권순태에게 막히는 순간! ⓒ 심재철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정말로 묘한 결과가 나왔다. 하필이면 유일한 결승골의 주인공도 그들 중 하나였다. 과정이야 어찌 되었든간에 더욱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인천에서 이름을 떨치다가 전북으로 둥지를 옮긴 '김남일, 정혁, 한교원, 정인환' 그들은 가시방석 위에서 웃었을까?

봉동이장 최강희 감독이 이끌고 있는 전북 현대 모터스가 15일 낮 2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2014 K리그 클래식 2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 FC와의 방문 경기에서 미드필더 정혁의 귀중한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기고 정규리그 1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인천과 전북' 그 얄궂은 운명

분명히 골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뜻은 통하지 않았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기서 '골대'를 탓해서 무엇하랴. 하늘만 쳐다보며 허탈한 표정을 지을 뿐이다.

2014 K리그 클래식 막이 오르고 겨우 두 번째 라운드에서 살얼음판 맞대결이 이루어졌다. 예전 같았으면 크게 주목받지 못했을 경기였지만 이번은 그 느낌부터 너무나 달랐다. 안방 팀 인천이 오래 전부터 표현했던 것처럼 이 경기는 '전쟁'이나 다름없었다.

이처럼 거친 느낌이 경기 장면 곳곳에서 느껴졌다. 전북의 핵심 선수들 이름만 봐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 수요일(3월 12일) 저녁 호주 멜버른에서 벌어진 2014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방문 경기(멜버른 빅토리 2-2 전북 현대 모터스)를 치르느라 완벽한 1군 선수들은 아니었지만 최강희 감독은 '김남일, 정혁, 윌킨슨, 정인환' 등의 간판 선수들을 이 경기에 당당히 내보냈다.

야속한 결과를 만들어낸 갈림길은 이른바 '전쟁'에 임하는 선수들의 태도 차이에서 비롯되었다. 인천은 오래 전부터 옛 동료였던 선수들(김남일, 한교원, 정혁, 정인환, 이규로)을 떠올리며 전북과의 홈 개막전을 '전쟁'으로 규정했다.

축구는 '전쟁'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스포츠다. 하지만 실제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의식 속에 '전쟁'이라는 생각만 가득하다면 몸놀림이 경직될 수밖에 없다. 이 경기에서 인천 선수들이 그랬다.

 전반전, 전북의 김남일이 인천 골잡이 니콜리치(가운데)와 몸싸움을 시도하고 있다.

전반전, 전북의 김남일이 인천 골잡이 니콜리치(가운데)와 몸싸움을 시도하고 있다. ⓒ 심재철


인천의 가운데 미드필더 구본상이 가장 눈에 띄었다. 올해 전북의 초록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김남일과 함께 지난 시즌까지 인천의 돌풍을 이끌었던 구본상은 누가 뭐래도 인천 축구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이 경기에서 그 의식 속에 '축구'는 거의 없었고 '전쟁'만 느껴졌다. 경기 시작 16분만에 전북 미드필더 김남일에게 거친 태클을 시도하며 받은 노란딱지가 이를 상징하고 있었다.

구본상은 그 이후에도 또 하나의 노란딱지를 받아 쫓겨날 뻔할 정도로 아찔한 장면을 수차례 경험했다. 이민후 주심의 관대한 표정을 고마워해야 할 정도로 구본상의 몸놀림은 유독 경직된 듯 보였다. 이 경기 결과는 어쩌면 여기서 드러났다고 할 수 있었다.

'골대'는 전북편

공교롭게도 이 경기 결과는 골대가 말해줬다고 해야 한다. 먼저 그 '불운'을 느낀 주인공은 인천 출신으로 전북에서 자리를 잡은 가운데 미드필더 정혁이었다. 33분, 괜찮은 자리에서 직접 프리킥 기회를 얻은 정혁은 인천 골문을 향해 오른발 감아차기를 시도했는데, 아슬아슬하게도 그 공은 인천 골문 크로스바를 때리고 나왔다.

경기 내내 공격을 주도했던 전북으로서는 이 순간 때문에 불안감을 느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또 한 차례의 골대 불운은 인천 홈팬들에게 더 크게 다가왔다. 그로부터 6분 뒤 반대쪽에서 인천의 공격형 미드필더 남준재는 운 좋게 혼자서 골을 노릴 기회를 잡았다. 전북 수비수 몸에 맞고 굴절된 공이 혼자 기다리고 있던 남준재에게 날아왔고 그는 왼발 돌려차기로 골을 노렸다. 하지만 그의 왼발 끝을 떠난 공은 권순태가 지키고 있던 전북 골문 왼쪽 기둥을 때리고 나왔다.

이처럼 두 차례 아찔한 장면이 겹쳐진 이 경기는 결국 후반전 중반에 또렷한 갈림길을 만들어냈다. 묘하게도 결승골의 주인공은 첫 번째 골대 불운의 주인공 정혁이었다.

 33분, 전북 미드필더 정혁의 직접 프리킥이 크로스바를 때리는 순간!

33분, 전북 미드필더 정혁의 직접 프리킥이 크로스바를 때리는 순간! ⓒ 심재철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미드필더로서 성장 가능성을 뽐내며 전북으로 이적한 정혁은 73분에 넓은 시야를 자랑하며 시원한 결승골을 만들어냈다. 그를 막으려던 인천 선수들은 서로 얼굴만 쳐다볼 뿐 뭐 하나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침착하게 오른발 인사이드 킥을 성공시킨 정혁은 골문 뒤 전북 서포터즈를 향해 아름다운 하트 세리머니를 펼치며 최근 물오른 경기 감각을 맘껏 자랑했다. 한때 그의 이름을 큰 목소리로 외치던 인천 팬들은 상대적으로 허탈한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번 시즌에도 인천 유나이티드의 돌풍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김봉길 감독은 골잡이 니콜리치 대신 이효균을 일찍(63분)부터 들여보내며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전북의 탄탄한 경기력을 넘기에는 공-수 양면에서 모자람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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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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